이 글을 쓰고 있는 11월 현재, 우리 집은 난장판이다. 둘째를 임신한 언니가 첫째 조카를 데리고 2달 째 우리 집에 머물고 있다. 이제 막 돌이 지난 조카는 ‘미소천사를 가장한 폭군(?)’이다. 뽀뽀를 하러 다가오다가도 이모 얼굴에 주먹질을 해대고, 손에 쥔 위험한 물건을 빼앗으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 그것도 몸까지 바르르 떨면서. 그러고서는 씨익~ 백만 불짜리 미소를 날려주면 게임 끝! 깔끔했던 우리 집은 두 달 새 난리가 났다. 식탁에는 분유와 젖병이 가득하고, 침대 한 켠에는 기저귀 보따리가, 콘솔 위에는 부서진 액자와 부러진 장식품들이 쌓여있다. ‘네 이놈!’ 처음에는 조카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하나하나 다 주워 담고 정리를 했다. 그러나 이제는 포기다. 왜냐? 내일이면, 아니 한 두 시간 뒤면 다시 엉망이 될 테니까. 사실 방법은 둘 중 하나다. 조카가 스스로 주워 담을 나이가 될 때까지 참는 것. 아니면 지금이라도 당장 쫓아내는 것. 그러나 그놈의 살인미소 때문에, 나는 또 참기로 한다.
우리의 하루, 우리의 한해는 어떨까?
(......)
“서른이 될 때 어떤 느낌이셨어요?” 소중한 선배에게 물었다. “아무 생각 없었지.” 라고 했던 그 선배, 아직도 스무 살의 순수함을 가지고 있다. “동안의 비결이 뭐예요?” 10살쯤은 어려보이는 선배에게 물었다. “젊은 날의 기억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라 했던 그 선배, 아직도 서른 살의 열정을 가지고 있다. 어떤 계절이 되었다고, 어떤 시기가, 나이가 되었다고 일부러 무언가를 정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을 억지로 갈무리할 필요는 없는 거니까. 다만 조금 더 용기를 내보는 건 어떨까? 올해는 ‘시도만’ 해봤다면, 내년에는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내년에 제대로 걷기 위해 올해는 무릎의 힘을 기른 거라 생각하면 어떨까? 겉으로만 봐선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지만, 올해는 그렇게 워밍업을 하는 과정이었다고, 그렇게 ’내게 꼭 필요한 시간 이었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렇게 작은 희망을 품는 것이, 애써 정리하며 한숨 쉬는 것보다 더 즐겁지 않을까? 다 비워낸 12월, 참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