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잡지<마을>사백51호 : 마을의 마름이자 머습, 마을사무장

잡지<마을>사백51호 : 마을의 마름이자 머습, 마을사무장

이천구년십일월이십삼일달날,오래된미래마을,정풀홀씨

 

* 주) '농사를 짓지 않는 귀농, 농촌의 시민들'을

책으로 펴내기 위한

본보기 원고 또는 연습원고로

'마을사무장(으로 귀농하는 법)'을 정리해봤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더는 미룰 수 없어

급히 생산한 원고라

스스로 평가하는 원고의 완성도는 50%를 넘기지 못했지만,

어쨌든 내년 봄 완주를 목표로,

고통스러울 게 뻔한

'책을 쓰는 길'에 막 나섰습니다.  

 

 

* 귀농인 마을사무장 출신 진안 무거마을 권대웅이장

 

 

* 건축사 출신 귀농인 남해 송정마을 박인수사무국장

 

 

 

마을의 마름이자 머슴, 마을사무장

 

마을에도 총무부장이 산다. 마을사무장으로 불리는 마을일꾼이다. 때로 기획실장이나 마케팅팀장 노릇도 해야한다. 나아가 마을이 딛고 있는 지역공동체를 이끄는 리더로 활약하기도 한다.

마을사무장은‘마을만들기’로 일컫는 농촌지역개발사업에 열심인 마을마다 새로 생긴 일자리다. 노인 뿐인‘자생적 양로원’농촌마을에는 마을 일을 나서 챙길만한 젊은이가 없기 때문이다.

보다 못한 정부(농식품부)에서 마을 밖에서나마 젊은 마을일꾼을 수혈할 수 있도록 2006년부터 지원을 시작했다. 마을사무장이라는 전담인력을 통해 마을단위 농촌체험관광사업을 활성화시키려는 목적이다.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이라는 몇 개 마을을 한데 묶은 권역단위 사업에도 권역사무장이 일하고 있다. 행안부의 정보화마을에는 프로그램관리자, 산림청의 산촌생태마을에는 산촌매니저가 마을사무장처럼 일하고 있다.

애초 전북 진안군에서‘마을간사’라는 제도를 도입한 게 발단이다. 그 전에는 진안 능길마을, 화천 토고미마을, 이천 부래미마을, 의성 교촌마을 등 앞서 가는 농촌체험마을들에서 자체적으로 마을사무장을 뽑아 쓴 적이 있다. 이제는 대개 도시에서 귀농한 30~40대의 젊은 마을사무장들이 전국 수백곳의 마을들을 일과 삶의 터를 삼고‘마을 농사’를 짓고 있다.

 

마을사무장이 맡아 감당해야하는 일은 그리 녹록치않다. 마을사무장이 일하는 곳은 주로 농촌체험마을사업을 열심히 벌이는 마을들이다. 당연히 도농교류 체험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은 기본이다. 마을 홍보, 농․특산물 판매, 방문객 예약관리 등을 위한 마을홈페이지와 온라인쇼핑몰 운영은 일상이다. 주기적으로 마을신문이나 소식지를 발행하고 농․특산물 판촉을 위한 도농직거래 이벤트도 펼쳐야 한다. 투명하고 체계적인 체험마을 경영을 위해 회계와 문서 관리 능력도 갖추어야 하고, 때로 주민이나 체험객들 앞에서 교육도 해야한다.

한마디로 다재다능해야 한다. 가히 조선시대 지주와 소작농의 중간역할을 맡아 마을의 잡일을 도맡아 했던‘마름’에 견줄만하다.

 

마을사무장은 ‘팔방미인’ 공채직

 

마을사무장은 시․군에서 공채로 뽑는다. 시․군에서는 농촌체험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마을들을 대상으로 마을사무장 지원사업 신청을 받는다. 농식품부의 녹색농촌체험마을, 농진청의 농촌전통테마마을 등 농촌체험관광사업의 활성화 기대효과가 높은 300여곳의 마을에 마을사무장이 우선 배정된다.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의 권역단위 사무장은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각 권역에서 추진하는 지역역량강화사업의 일정에 따라 정해진다. 정보화마을 프로그램관리자, 산촌생태마을 매니저는 해당 시.군의 채용방침 및 일정에 따른다.

마을, 사무장, 시장․군수 3자간에 협약을 체결하면 채용이 확정된다. 마을사무장의 근속기한은 최장 3년으로 한시적이다. 협약을 성실히 이행하고 하자가 없다고 판단되면 1년 단위로 협약을 갱신해서 최대 5년동안 근속할 수 있다. 월급여는 120만원이다. 일을 열심히, 잘 하면 마을에서 월120만원을 초과하여 추가지원하거나 외부강의료 등 부대수입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마을사무장으로 채용되면 기본역량과 자질을 갖추도록 하기위해 사무장교육을 실시한다. 2박3일과정으로 치러지는 한국농어촌공사의 교육은 필수 이수과정이다. 마을사무장의 역할, 활동사례, 마을가이드 기법, 안전사고 예방, 농촌체험프로그램, 농작물재배체험, 생태관광, 전자상거래 활성화, 농특산물 마케팅, 의사소통과 갈등관리 등 다양한 주제와 내용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한시적이고 단발적이라 초보 마을사무장들의 만족도는 크지 않은듯하다.

마을사무장의 직무수행 상황과 실적 등은 매월 모니터링과 설문조사를 받는다. 사업의 기여

및 성과, 만족도, 제도적 개선사항, 사무장 업무수행 시 마을대표․주민․시군 공무원과의 협력 정도, 사무장직무관련 의견 등을 확인하고 평가한다.

이런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마을사무장 제도를 운영하면서 나타난 그동안의 성과는 일단 긍정적이다. 각 항목마다 마을주민들이 매긴 호의적이고 긍적적인 평가는 90%를 넘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마을대표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체험마을의 인력 부족 문제를 보완하겠다는 사업목적을 달성했다. 아울러 마을대표, 주민들이 생업인 영농활동에 안정적으로 종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었다. 마을사무장이 체험관광 관련 업무를 전문적으로 전담함으로써 체험마을사업 운영이 원활해진 것은 물론, 나아가 마을주민들의 인식을 개선해 적극적으로 동참을 유도했다. 마을공동체의 활력소 역할을 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결국 마을사무장을 통해 농촌체험마을 방문객과 매출액도 증가됐고 농촌지역의 일자리도 창출됨으로써, 도시민으로 하여금 농촌에 정주할만한 가능성과 사례를 보여주었다는 총평이다.

 

미흡하거나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마을사무장에 대한 마을대표나 주민들의 인식 부족을 가장 먼저 들 수 있다. 심지어 마을사무장을 마치 마을머슴이나 심부름꾼으로 보는 마을주민들과, 어엿한 마을경영전문가로서 자리매김하고자하는 마을사무장 간에 갈등사례가 적지않았다.

무엇보다 마을사무장에 대한 채용기간과 채용비용이 부족하다는 현장의 소리는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이처럼 도시에서 직장생활하던 입장에서 보면 마을사무장이라는 직업은 채용조건은 불안정하고 근무환경은 열악하며 업무부담은 과중할 수도 있다. 사실 도시민들의 농촌에 가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일자리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근본적으로 농촌과 지역의 재생과 활성화를 이끄는 일에 대한 소명감, 마을에 뿌리 내리겠다는 뚜렷한 목적의식이 부족하면 중도하차하기 쉽다.

마을사무장 일에 임하는 젊은 귀농인들도 오로지 진지하지만은 않다. 개중에는 단지 귀농을 위한 일시적인 훈련과정이나 통과의례 정도로 접근하기도 한다. 마을사무장이라는 기회를 통해 더 많은 귀농인들이 마을에 터를 잡는 단계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 사후관리, 그리고 연계지원책이 필요하다.

가령 마을사무장으로서 일하는 동안에도 영농 또는 농업․농촌비즈니스를 준비하고 겸업할 수 있다면 보다 예측가능하고 안정적인 귀농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다.

 

마을사무장의 취업스펙은 ‘농촌사랑’

 

마을사무장이 되려면 일단 19살이 넘어야 한다. 마을단위 체험프로그램 개발과 운영, 체험화동 지도, 마을 홍보와 마케팅, 홈페이지 관리와 운영, 회계관리와 고객관리 등 마을 사무관리, 주민교육 등을 농촌체험관광사업과 관련한 포괄적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종합적인 능력과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 형식적인 요건만 보면 다재다능한 팔방미인형 슈퍼맨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진심으로 농촌을 사랑하는 성실성과 책임감만 있다면 능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대개 마을에 상주하며 상근직으로 전업 근무해야한다. 다만 마을과 지자체장이 허용한다면 영농에 한해 겸직이 가능하다. 동일한 조건일 경우, 여성, 연령이 낮은 지원자, 농과계(대)학교 졸업자순으로 우선순위를 적용한다.

마을사무장에 지원하려면 희망마을, 자기소개, 지원동기, 주요경력, 특기사항 등을 적은 지원서와 직무수행계획서를 작성해 해당 시장․군수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때 지원하려는 마을을 직접 방문해 둘러보고 마을 대표 등 마을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는 게 중요하다. 채용여부는 서류심사, 직무수행계획 설명회, 면접 등의 전형절차를 통해 결정된다.

채용심사는 주요경력 평가가 40점을 차지한다. 주로 담당 업무와의 관련성 및 연계가능성, 담당업무에 대한 기여가능성, 전산 등 담당업무 관련 자격증 소지 및 농촌지역개발 등 관련 교육이수현황 등을 평가한다.

직무수행계획의 적정성에는 30점이 배점된다. 평가항목은 직무수행계획의 구체성 및 충실성, 직무수행계획의 실현가능성 및 타당성, 마을발전에 대한 기여가능성 또는 기대효과 등을 본다.

나머지 40점으로는 마을사무장으로서의 자질을 평가한다.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 애정, 관심정도, 농촌체험관광사업에 대한 이해, 애정, 관심정도, 채용희망마을에 대한 사전지식, 이해정도, 헌신성, 성실성, 추진력 등을 엿본다.

사무장 채용대상 마을과 사무장 채용 공고는 매년말 농촌체험이나 귀농관련 포털사이트, 각 지자체 홈페이지, 읍․면게시판, 지방지 등에 홍보된다.

 

마을사무장은 농촌재생의‘풀씨’

 

마을사무장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도가 태동되었고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진안군의 경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진안군은 2003년부터‘으뜸마을 가꾸기’라는 주민주도형 상향식 마을개발사업을 의욕적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마을대표에게 업무가 집중되는 등 내부적인 인적 역량의 한계에 곧 바로 직면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고학력의 젊은 귀농인들을 마을간사로 활용해보기로 했다.

으뜸마을의 간사는 공개적이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했다. 마을 인근지역에 거주하는 귀농을 꿈꾸는 젊은이를 채용조건으로 내걸었다. 귀농1번지를 표방하는 진안군에는 이미 젊은 귀농인들이 적지않게 들어와 살고 있었다. 마을간사 채용광고를 보고 도시에서 다양한 전문인력들이 모여들었다.

평균연령 39세, 전원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로 마을간사 12명을 선발했다. 서울대 출신도 2명에다 대기업의 임원 출신의 최고령자도 포함됐다. 우선 매주 월요일 회의를 정례화했고 마을간사협의회부터 구성했다. 초기부터 자발적인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무엇보다 진안군 마을간사는 마을주민과 행정,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진안으로 귀농해 마을간사와 도농교류센터 간사를 거쳐 한 산촌마을의 이장을 맡고 있는 권대웅씨는 아토피가 없는 생태산촌마을로의 비전을 마을주민들과 더불어 그려가고 있다. 마을간사로 귀농한 이후 마을주민들과 여러 가지 마을만들기 사업을 함께 하면서 새삼 사람끼리의 소통과 화합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 게 가장 큰 소득이라고 한다.

진안군과 임실군이 연합해 만든 전북동부권 고추연합사업단의 노정기대표는 마을사무장 귀농해 마을 일을 하다, 이제는 대기업 임원출신의 경험을 살려 도농상생을 위한 지역농업경영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일찍이 마을에서 스스로 사무장직을 만들어 오래 운영해온 경북 의성 교촌마을의 사례도 주목할만하다. 교촌농촌체험학교의 송종대사무국장은‘도시생활의 갑갑합’에서 벗어나려고 귀농, 지금은‘가족을 위해’ 농촌에서 일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도시의 일반직장과 달리 고정적 업무와 업무지시 등이 거의 없어 스스로 자신을 제어해야하는 일도 힘겨웠고 주민들과 어울리는 것도 쉽지 않아 외로움과 고립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머리가 아닌 몸으로 사는 법이 익숙해지면서 농촌을 직장이 아니라 삶의 터전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제‘별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농촌에 사는 가장 좋은 점으로 든다.

남해 송정마을의 박인수사무장은 건축사 출신 귀농인이다. 이제는 집을 짓는 대신 참다래, 체리 등을 농사짓는 농부로 거듭났다. 게다가 청정해양휴양마을이라는 마을의 청사진을 설계하고 실현하는 마을건축사로서의 새로운 꿈도 보태고 있다.

 

오늘날 전국적으로 녹색농촌체험마을의 마을사무장,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의 권역사무장 비롯해 정보화마을의 프로그램관리자, 생태산촌마을의 산촌매니저 등의 이름으로 농촌에서 일하고 있는 마을사무장이 7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농촌을 사랑하는 700개의 풀씨마다 농촌에서 뿌리내리겠다고, 농촌을 살려내겠다고 마을마다 다투어 퍼져나가며 아우성을 쳐대고있다.

오래된미래마을http://cafe.daum.net/Econet

출처 : 오래된미래마을

글쓴이 : 정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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