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 칼럼] 자녀와 함께 PC방에 가보셨나요?
이경석 기자lks@inewsin.com
▲ 이경석 취재부장
두 아이의 아버지인 내 친구녀석은 가끔 초등학생인 아들의 손을 잡고 PC방을 찾는다. 졸라대는 아이의 성화가 몸을 움직이는 큰 원동력(?) 이긴 하지만 부자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요즘 유행하는 인터넷 게임인 ‘카트라이더’를 즐긴다고 한다. 모르긴 해도 그 친구의 아들녀석은 오락실 가는 걸 일종의 ‘탈선’과 ‘범죄’ 비슷하게 여겨 되도록 부모의 눈을 피해야 했던 우리네 어린 시절과는 사뭇 다른 인식을 얻게 될 것이 분명하다. 혹자는 “아버지가 애들 데리고 PC방서 게임이나 한다”고 혀를 찰지 몰라도, 내겐 참 ‘멋진 아버지’로 보일 따름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예나 지금이나 ‘전자오락’은 대부분의 놀이문화와 비교해 비용대비 효율이 엄청나게 높은 놀이문화다. 물론 단돈 10원 없이도 신나게 잘 놀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어떤가? 특히 서울시내에서는? 도대체 요즘 세상에 단돈 1000원으로 1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놀이 감이 몇이나 된단 말인가. 물론 인터넷 게임상의 현금거래와 관련 범죄가 심심찮게 벌어지고, 심각한 중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하지만 대부분의 인터넷 게임과 관련한 청소년들의 폐해의 원인은 어른들에게서 기인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어찌 모든 문화활동이 경제적 이익 창출을 위한 소비와 판매행위로 귀결되지 않겠느냐 만은, 적어도 아이들이 즐기는 놀이공간 만은 어른들의 그런 잣대가 비켜가길 (혹시나)기대한다. 담배연기 자욱한 음습(?)한 PC방을 만들고 현금거래로 온라인 게임세상을 물고 뜯는 장사판으로 만드는 건 대부분 ‘어른’ 들이다.
게임 자체를 즐기는 일은 백번 양보해도 잘못된 일이 될 수 없다. 시대와 문화의 변화에 따라 땅따먹기와 술래잡기와 통기타가 카트라이더와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로 시공간을 대체했을 따름이다. 나무랄게 아니라 이해하고 함께 즐길 때, 게임의 즐거움을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만(어른들이) 인식치 않을 때 오늘날의 인터넷 게임문화는 건전한 한 시대의 놀이문화로 정착될 수 있다.
세대간의 거리를 좁히는 방법 중 가장 확실한 것은 역시 문화를 ‘공유’하는 일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자녀와의 많은 대화’를 손꼽지만 이는 개나 소나 할 수 있는 무책임한 말이다. 도대체 문화·정서상 말이 통하지 않는데 어떻게 대화가 가능하단 말인가? 어른들의 눈에 하찮고 쓸데없어 보이는 인터넷 게임은 이미 오늘의 시대를 나타내는 중요한 화두 중 하나다. 쉽진 않겠지만 어른들이 조금은 다른 세상을 들여다보는 도전을 해 보는 건 어떨까? 어느 날인가 무지개장갑 게임 속 승수가 높아질수록 다른 색의 장갑을 얻게된다. 무지개 장갑은 카트라이더 게임의 최고 레벨이다 붙은 아버지의 아이디를 발견한 자녀가 아버지를 한심하게 생각할까? 아니, 단숨에 ‘멋진 아버지’로 격상할 공산이 크다.
생각난 김에 기사마감은 잠시 잊고 베틀넷 이나 한 게임 해볼까… (처절한 패배 후) 이런, 형편없이 손이 느려졌다.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에 놓인 이후 일상이 부대끼다보니 이젠 학생들 실력을 따라갈 길이 없다. 10년만 젊었어도 ‘황제테란’임요환 정도는 노려볼 터인데.
2005년 11월 22일 (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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