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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문화 바로 보자

한국작가회의/오마이뉴스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0. 4. 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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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문화 바로 보자


왼손잡이 입장에서 보면 인류의 역사는 반쪽자리 역사다. 왼손 또는 왼쪽은 억압의 대상이었으며, 주무대에서 배제돼온 마이너리티이다. 반면 오른손 또는 오른쪽은 절반의 역사의 전부를 차지해온 메이저리티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왼쪽은 나쁜 것 이었다. 인도, 유럽 언어에서 오른쪽은 강함, 성스러움, 정의를 의미하지만, 왼쪽은 약함, 부패, 변절 등을 뜻했다. 우리말에서도 왼쪽은 그른 것을 나타낸다. 왼고개를 젓다는 반대나 부정의 표현이었다. 흔히 오른손을 ‘바른손’이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럼 왼손은 ‘틀린 손’인가.

외국도 마찬가지다. 영어의 라이트(right),프랑스어의 드르와(droit), 독일어의 레히트(recht)는 모두 ‘오른쪽’과 ‘옳다’는 뜻을 동시에 갖고 있다. 오죽하면 미국의 독립을 축하하기 위해 프랑스가 제작, 선물한, 지금은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조형물인 자유의 여신상도 오른손잡이일까. 로댕의 불후의 명작 ‘생각하는 사람’ 역시 오른손잡이다. 왼손잡이인 라파엘 미켈란제로의 명작 ‘천지창조’ 에서도 그림 오른쪽에 있는 ‘하나님’은 오른손을, 왼쪽의 벌거벗은 평민 ‘아담’은 왼손을 맞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물 배치 상 아담이 왼손을 사용한 것이지 다른 그림에서는 아담도 오른손을 사용하는 것으로 묘사된다고 한다. 일본의 국보 1호인 고류사 미륵반가사유상 역시 오른손잡이이다.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에서 이순신 장군이 칼집을 오른손에 쥐고 있는 것을 놓고 논란이 계속돼왔다. 오른손에 칼집을 쥐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순신 장군은 왼손잡이였을 거라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온 것. 특히 최근 모 통신사가 TV 광고에 왼손에 칼집을 든 이순신 장군을 등장시키면서 이순신 장군이 오른손잡이냐, 아니면 왼손잡이였느냐 하는 논란이 거세졌다.

이에대해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김세중씨(작고)는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이 들고 있는 칼은 전투용 칼이 아니라 의식용 칼일 수 있으며, 따라서 칼집을 왼손에 쥐고 적에게 대항하는 자세를 취할 필요가 없었다”며 이순신 장군 왼손잡이설을 부인한 적이 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왼쪽과 오른쪽은 이분법의 상징이었다. 좌와 우가 상호 호완적이거나, 상보적인 다원주의를 가진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이는 우리의 역사가 전쟁과 평화, 부와 빈곤, 남성과 여성, 동양과 서양, 중앙과 지방, 승자와 패자 따위가 모두 좌우의 갈등이며 충돌이었다.

그러나 오른손이 지배하는 역사는 일상 생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왼손을 통제했다. 그러다 보니 역사의 한축인 왼손이 느끼는 불편을 한두가지가 아니다.

운전을 하기 위해 자동차 시동을 걸거나 기어를 바꿀 때, 컴퓨터 마우스를 움직일 때, 전철에서 표를 넣을 때, 가위질을 할 때, 코르크마개를 딸 때 왼손잡이들은 매번 불편하다.

그뿐인가. 컴퓨터의 키보드에 ‘enter’ ‘delete’ 등 주요 키는 오른쪽에 있다. 자동판매기의 동전 넣는 곳도 오른쪽에 있고 대학 강의실의 책상은 ‘ㄱ’자로 생겨 왼손잡이들은 몸을 비비 꼬아 필기를 해야 한다. 손놀림이 자연스럽지 않은 오른손으로 자동차기어 조정이나 군대에서 탄피가 눈으로 직접 날라 오는 총을 쏘는 건 위험하기까지 하다. 골프연습장도 마찬가지. 대부분 연습장이 왼손잡이 골퍼를 위한 연습공간을 마련해 놓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있어봤자 맨구석 자리에 한타석 정도만 할애했을 뿐이다.

최근 여야의원 24명이 왼손잡이용 편의시설을 생산-설치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골자로 한 ‘장애인 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호법’ 개정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했다.

얼마나 외손잡이들이 살아가는데 불편하면 개정안까지 마련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평생에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은 ‘작은’ 불편함을 우리나라국민 200만 명이 매순간 겪어야 한다는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인식이 많이 달라졌지만 우리의 경우 왼손잡이들은 어린시절부터 ‘핍박’을 받아왔다. 대개의 부모들이 자녀가 왼손잡이임을 큰 금기라도 되는 듯 여겨온 탓이다. 왼손잡이 어린이는 ‘한번만 더 왼손을 쓰면 왼손을 몸통에 꽁꽁 묶어버리겠다’는 협박을 수도 없이 받으며 자라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교육이 매우 잘못된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왼손잡이협회의 김미희 회장은 “왼손잡이 아이들은 오른쪽 두뇌가 발달하여 오른손잡이들이 가지지 못하는 특별한 능력을 타고 난다. 왼손잡이를 억지로 오른손잡이로 바꾸려 하는 것은 이 능력을 죽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오른손잡이로 고치는 교육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로 인해 말더듬이, 성격장애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역사민속학자 주강현 박사는 그의 저서 ‘왼손과 오른손-좌우 상징, 억압과 금기의 문화사’(시공사)에서 “우리 조상은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새끼를 꼴 때는 왼손을 사용해왔다”면서 “왼손잡이 문화에 대한 관심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규정하기 위한 노력으로 왼손과 오른손이 서로 악수하지 않고서는 상극의 시대에서 상생의 시대로 넘어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함께사는 사회를 위한 한센보건복지 기관지 <복지> 2010. 3.4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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