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수필가' 피천득 탄생 100주년
평범하고도 비범한 인생의 여운을 담다
"한국 수필문학 현대화 기수, 詩情 묻어나는 진솔한 문체… '작은 가치들' 더욱 돋보여"
'수필은 청자의 연적(硯滴)이다. 수필은 난(蘭)이요, 학(鶴)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 수필은 흥미를 주지만 읽는 사람을 흥분시키지는 아니한다. 수필은 마음의 산책이다. 그 속에 인생의 여운이 숨어 있는 것이다.'(피천득 수필집 '산호와 진주'에 수록된 '수필')
일본 소녀 아사코와의 세 번의 만남과 이별을 이야기한 수필 '인연(因緣)'으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수필가이자 영문학자 금아(琴兒) 피천득(1910~2007) 선생의 탄생 100주년(29일)과 타계 3주기(25일)가 다음 주에 들어 있다. 문단과 학계에서는 금아 탄생 100주년을 맞아 피천득 문학의 현재적 의미를 재조명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에는 탄생 100주년 기념 문학제가 열렸고, 다음 달 4일에는 피천득 탄생 100주년 기념 세미나가 열린다.
▲ ‘국민 수필가’로 사랑받았던 금아 피천득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금아의 수필 문학이 지닌 미학적 특성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진한 기자 피천득은 한국 수필문학 현대화의 기수였다. 문학평론가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는 '작은 것이 지닌 아름다움의 발견'이라는 글에서 피천득이 "이양하와 함께 한국 수필문학을 현대적인 의미에서 새롭게 정립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금아가 형식적인 수필(formal essay)이 아니라 프랑스의 몽테뉴가 시작해 영국의 베이컨으로 이어지는 비형식적이고 일상적인 수필(familiar essay)의 흐름을 채택했다고 분석했다.
금아는 철학적이고 도덕적인 내용을 배제하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삶의 작은 편린을 담음으로써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을 발견하는' 글을 썼다. 수필 '은전 한 닢'은 이런 피천득의 수필 세계를 잘 보여준다. 한 거지가 6개월 동안 구걸해 모은 동전으로 바꿔 가진 은전 한 닢을 잃었다가 고생 끝에 다시 찾는 내용인 이 작품에서 금아는 거지에게 은전이 소중했던 이유는 돈의 단위가 크기 때문이 아니라 작은 것들을 모았던 그간의 노력이 은전에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고 강조한다.
문체(文體)의 아름다움도 이 '작음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문학평론가 권영민 서울대 교수는 "피천득 문학의 출발이었던 시(詩)가 간결하고 담백한 피천득 문체의 원형이었다"고 분석하며, "일상에서의 생활감정을 친근하고 섬세한 문체로 곱고 아름답게 표현해 산문적인 서정시를 읽는 느낌을 준다"고 평가했다. 이태동 교수도 "시정(詩情)이 묻어나는 간결하고 진솔한 문체로 시대를 뛰어넘어 읽힌다"고 강조했다.
6월 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피천득 탄생 100주년 기념 세미나'는 피천득 문학축제로 진행된다. 김남조 시인은 '피천득 선생과 나'라는 주제로 문단과 학계의 선배였던 금아와 쌓은 개인적 친분에 대해 강연한다. 수필가 국혜숙씨와 시인 장충열씨는 금아의 수필 '나의 사랑하는 생활'과 '이 순간'을 낭송한다. 문학평론가 김우창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피천득 선생의 수필세계'를 주제로 강연한다. 김 교수는 금아를 '군밤을 주머니에 넣고 걸으면서 먹는 것, 딸(서영)의 말소리, 선술집에서 풍겨오는 불고기 냄새를 좋아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특히 피천득의 수필 '나의 사랑하는 생활'을 예로 들며, 이 수필은 "미각을 비롯한 오감(五感)에 좋은 느낌을 주는 일상적인 작은 사건들을 목록으로 작성하겠다는 결단의 열매들"이라고 설명한다.
<경남작가> 15호 발간, 육필 초대시 눈길 (0) | 2010.05.21 |
---|---|
5월 연희목요낭독극장에 초대합니다 (0) | 2010.05.20 |
2010 부산 시나리오 공모전 (0) | 2010.05.16 |
창립30주년 기념 두란노 문학상 작품 공모 (0) | 2010.05.13 |
우리지역 문학 작가들의 「전주사랑 이야기」 (0) | 2010.05.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