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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서 왼손잡이로 산다는 것은

박종국에세이/왼손잡이비애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0. 5. 1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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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서 왼손잡이로 산다는 것은


박종국(교사, 수필가)


사람이 말하고, 생각하며, 느낄 수 있는 것은 모두 뇌의 역할에 따른 것입니다. 모든 생리작용과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도 뇌가 하는 일입니다. 뇌는 크게 나누어 대뇌, 소뇌, 뇌간, 간뇌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때 오른쪽에 있는 것이 우뇌이고, 왼쪽에 있는 것이 좌뇌입니다.


좌뇌는 논리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의 중추로서 언어와 셈을 하는 능력 등 읽기·쓰기·말하기·셈하기와 같은 기본적인 학습은 좌뇌와 관련이 있습니다. 반면에 우뇌는 시간적 사고와 공간적 사고의 중추로서 예체능이나 창의력을 요하는 분야로, 음악·미술·무용처럼 감상적이고 상상력이 필요한 학습은 우뇌가 그 기능을 발휘합니다. 학습방식에서도 좌뇌와 우뇌는 기능적인 차이를 보입니다.


지나친 우뇌 교육은 또 다른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넘쳐나는 미디어 속에 아이들이 영상화·감각화 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너무 우뇌 계발만을 강조하다 보면 두뇌의 발달이 비정상적이 되기 쉽습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감각적으로 판단하려고 하게 되어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러므로 좌뇌와 우뇌는 서로 균형을 이루며, 조화롭게 발달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두뇌 계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좌뇌 위주 교육이 불합리한 점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좌뇌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기본적이고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또한 우뇌는 획일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보다 창의적이고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줍니다.


우뇌와 좌뇌는 균형 있게 계발될 때만 뛰어난 지적 능력이 발휘되어 훌륭한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이것이 전뇌(全腦) 계발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렇기에 요즘은 단순한 지능지수(Intelligence Quotient, IQ)보다 감성지수(Emotional Quotient, EQ) 계발을 더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감성지수는 첫째, 자신의 진정한 기분을 자각하여 이를 존중하고 진심으로 납득할 수 있는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 둘째 충동을 자제하고 불안이나 분노와 같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감정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 셋째 목표 추구에 실패했을 경우에도 좌절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격려할 수 있는 능력, 넷째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공감능력, 다섯째 집단 내에서 조화를 유지하고 다른 사람들과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사회적 능력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저는 지독한 왼손잡이입니다. 숟가락 젓가락 잡는 것은 물론, 글 쓰는 일이나 간단한 생활용품)까지도 오른손으로는 서툴고 불안해서 오직 왼손만 사용합니다.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그런데 유년시절 아버지를 비롯한 거의 모든 집안 어른들은 그게 참 못마땅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밥 먹을 때나 놀이할 때, 글씨를 쓰거나 집안일을 할 때면 핀잔을 도맡았습니다. 심지어 고쳐지지 않는 왼손잡이를 ‘병신자식’ 취급하며 구박하면서 오른손잡이로 고쳐보려고 무던히 애를 썼습니다. 그렇지만 지금도 저의 왼손잡이는 여전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전체 인구의 10퍼센트 내외인 왼손잡이로 살아가자면 어렵고, 힘들고, 고달픈 게 한둘 아닙니다. 당장에 집안에서나 직장에서, 학교에서 맞닥뜨려야할 불편사항이 비일비재합니다. 출입문을 여닫는 것에서부터 화장실 변기 손잡이, 수도꼭지, 일인용 강의실 책상, 손목시계, 가위, 컴퓨터 좌판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것들에서 왼손잡이들은 비애를 혹독하게 겪어야합니다. 살아보니까 오히려 왼손잡이가 정의적인 활동 영역에서 오른손잡이를 능가하는 게 더 많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 사회는 왼손잡이에 대한 배려는 극히 일부분으로 제한되어 있어 안타깝습니다. 


왼손잡이에 대한 일상적인 습관적 사고와 행동에서 벗어난 행동특성이나, 다소 엉뚱한 생각과 행동이 허용될 수 있어야 합니다. 인류 역사를 통해서 이루어진 수많은 발명과 탐구는 타성에서 벗어난 엉뚱한 생각과 행동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희한하고 엉뚱한 모든 생각과 행동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엉뚱한 사고와 행동이 독특한 발상의 전환을 가져오고, 인습적인 생각을 벗어난 데서 창의적인 사고력이 배양될 수 있습니다.


무턱대고 왼손잡이를 고정관념으로 싸잡아서 재단하려는 옳지 못한 생각을 바꾸어야겠습니다. 왼손잡이에 대한 보다 너그러운 사회적 배려를 기대해 봅니다. /2010. 0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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