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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에 대한 사회적 편견

박종국에세이/왼손잡이비애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0. 12. 1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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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에 대한 사회적 편견


박 종 국


 난 지독한 왼손잡이다. 오죽했으면 코흘리개 적 별명이 ‘왼쪽잽이’였을까. 그만큼 마을에서도 왼손잡이는 귀했다. 농촌에 태어나 살면서 이런저런 일들로 구박을 많이 받았다. 요즘 같으면 웬만한 농사는 기계가 도맡아하지만 예전에 농사철이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일손을 거들어야 한다. 오죽했으면 부지깽이도 나서야했을까.


 그즈음의 농촌에서 일 잘하면 대접받았다. 고만고만한 아이들도 소 먹이고 꼴 베고 나락을 베다 날랐다. 헌데 왼손잡이였던 나는 낫질이 영 서툴렀다. 꼴망태에 풀을 베라면 풀을 베는 것이 아니라 뿌리째 뽑았다. 더한 것은 벼를 벨 때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와 방향부터 다르다. 그러니 똑같은 일꾼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늘 엉거주춤했다. 때문에 난 새참을 나르는 게 전부였다.


 겨울철에는 새끼를 많이 꼬았는데, 이참에도 나는 따로국밥이었다. 왼쪽 방향으로 꼰 새끼는 지붕을 이는데도 가마니를 묶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하물며 메주를 엮을 때도 내가 꼬아놓으면 죄다 풀렸다. 엮는 방향이 달랐으니까 오른손잡이들이 묶으면 죄다 풀렸다. 소여물을 끓이기 위해서 작두를 사용할 때도 나는 제외되었다. 도무지 어느 것 하나 내가 척척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형제 중에도 왼손잡이였던 나는 아버지의 미움을 달게 받았다. 모태에 갈치를 구워도 내 몫은 늘 꼬랑지였다. 그 당시에는 일 못하는 사람은 밥상대접도 못 받았다. 농촌에 살면서도 농사일을 할 줄 모르는 천덕꾸러기로 자랐다.


 전 세계적으로 열사람 중 한 사람은 왼손잡이라는 연구보고가 있다. 많은 연구자들도 과거 50세기 동안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 비율이 거의 변하지 않고 일관되게 유지되어 왔다는 것에 동의한다. 다만 각 나라마다 왼손잡이에 대한 억압 정도에 따라 그 비율이 다르게 나타날 뿐이라는 것이다. 왼손손잡이는 생활 전반에 걸쳐 갖은 편견과 부정적 인식을 감수해야만 한다. 오른손잡이는 선뜻 이해되지 않겠지만, 공공시설 출입문이나 운동기구, 수도꼭지나 화장실의 경우만 보아도 왼손잡이에 대한 이해나 배려가 없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왼손잡이들은 사람들은 평생에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은 채 사소한 일들을 매일같이 당혹스럽게 되풀이하고 있다. 운전하기 위해 자동차 시동을 걸거나 기어를 바꿀 때, 컴퓨터 마우스를 움직일 때, 야구를 하거나 기타를 칠 때, 볼링을 할 때, 뒤집개로 계란프라이를 뒤집을 때, 가위로 종이나 옷감을 썰 때, 코르크마개를 딸 때, 대학 강의실에서 ㄱ자 책상에 앉을 때면 왼손잡이들은 불편하다.


 또한 왼손잡이들은 지하철 개찰구, 화장실, 수도꼭지, 출입문 손잡이, 사진기, 캠코더, 컴퓨터 키보드, 디저트 스푼, 피쳐컵, 시계, 줄자, 망치, 낫, 호미, 연필깎이, 자, 골프채, 낚시릴, 볼링아대, 야구 글러브, 헬멧, 부메랑, 기타, 피아노, 가위, 칼, 손목시계, 벽시계, 계량컵, 깡통따개 등 각종의 기계공구류, 사무용품, 스포츠용품, 의류, 악서세리, 가위, 주방용품에 이르기까지 손에 익혀 사용하려면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오른손잡이들의 시각에서 왼손잡이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대개 '시원찮다‘거나 '어색하다'고 동정하려 들거나, 나아가 '답답하다'거나 '불길하다', 심지어 '보기 싫다', '재수 없다'며 회피하려 든다. 이런 부정적 통념과 굴레는 과학적으로 전혀 검증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릇된 사회적 편견일 따름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허튼 사회적 편견 때문에 왼손잡이나 그 부모는 그냥 넘기기 어려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왼손잡이의 비애다.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는 결코 우열의 대상으로 볼 수 없다. 그것은 단지 개인차의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왼손잡이들은 이러한 사회적 통념으로 무시되거나 방치되어 잠재적 가능성을 빼앗겼다. 뿐만 아니라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왼손잡이를 오른손잡이로 고쳐야겠다는 우격다짐으로 뇌의 구조를 아예 뜯어고치겠다는 위험한 발상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


 왼손잡이 현상은 단지 그 수가 오른손잡이에 비해 적을 뿐이지 그 자체가 기이하다거나 장애라는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와 다른 독특한 사고와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오히려 오른손잡이보다 창의력이 뛰어나다. 때문에 오른손잡이로 고치도록 무언의 사회적 압력이나 강제, 강요하는 것은 좋은 일이 못된다. 그보다 오히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왼손을 살려줘야 한다. 왼손잡이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굴레를 벗어 던지고, 터무니없는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나 편견을 바로잡아야 한다.  더불어 왼손잡이들이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사회적 배려가 뒤따라야겠다.


 예를 들어 손잡이와 날의 방향이 바뀐 가위, 왼손으로 돌리는 코르크 따개, 왼손으로 들고 눈금을 볼 수 있는 계량컵 등 왼손잡이 용품 개발과 칼이나 가위, 캠코더, 야구장갑, 골프클럽, 게임기, 키보드, 마우스, 시계 등 왼손잡이를 위한 전문 쇼핑몰과 일반가계에서도 일정비율 판매도 관심을 가져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왼손잡이에 대한 바른 이해와 부정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며, 국가·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특히 유치원 초·중등학교 교사와 학부모들의 실제 체험할 수 있는 ‘왼손잡이 이해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가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각종 공공시설과 왼손잡이 용품을 개발하여 공급할 수 있는 정부나 민간 차원의 시스템이 절실하다.


 그렇지만 예나지금이나 왼손잡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그다지 변한 게 없다. 왼손잡이에 대한 바른 이해나 기초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무엇보다도 일상생활을 통해서 왼손을 살려 잠재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되어 있지 못한 실정이다.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이나 부정적 인식은 분명 제고되어야 한다. 소수에 대한 작은 배려가 아름답고 성숙한 사회를 만드는 힘이다. 왼손잡이에 대한 이해나 배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은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내재되어 쉽게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 왼손잡이는 하나의 자연스러운 행위일 뿐 신기해하거나 낮추어 보아야 할 대상이 아니다. 사람마다 제각기 특성이 다르듯이 왼손과 오른손에 주어진 오랜 부정적 인식을 떨치고 왼손잡이 문화도 또 하나의 보편화된 현상으로 존중하는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


  현재 우리 반은 열여덟 명인데 세 명의 왼손잡이가 있다. 난 그들에게 단 한번도 오른손을 강요하거나 닦달한 적이 없다. 그러나 글을 쓰거나 놀이할 때 한 쪽으로 삐져나오는 것을 그냥 보아 넘기기에 여간 힘 드는 게 아니다. 왼손잡이라고 해서 자기 생활에 불편한 것은 아닌데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왼손잡이는 이방인이다. 2010.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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