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
노상채 : 조선대 경제학부 교수
기사 게재일 : 2011.05.03
예기(禮記)에 나오는 이야기다. 공자가 하루는 무덤 앞에서 슬피 우는 여인을 만났다. 사정을 물으니 시아버지와 남편을 호랑이에게 잃었는데 이번에는 하나뿐인 아들을 또 잃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을 떠나 사는 것이 어떻겠느냐 물으니 다른 곳으로 가면 무거운 세금 때문에 그나마 살 수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공자는 여인의 말을 듣고 한탄하며 제자들에게 말했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도 더 무섭다(苛政猛於虎)는 것을 알려주는 말이로다.”
‘백조의 성’으로 알려진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로만틱 가도가 시작되는 독일 남부의 자그마한 도시 퓌센에 있다. 퓌센에는 백조의 성 외에도 슈반가우 성, 퓌센 성이 자리 잡고 있다. 퓌센 성에 들어서면 아담한 건물이 안마당을 둘러싸고 있다. 건물에는 아름다운 창문이 많이 달려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그 창문의 대부분은 창문이 아니라 창문 그림이다. 유럽의 고풍어린 도시의 건물 벽에는 창문 그림이 가끔 눈에 띈다. 왜 창문을 직접 만들 일이지, 구차하게 그림으로 그려 놓았을까.
유럽에서는 한때 벽난로세를 도입하여 세금을 징수했다. 세리들은 그 집 굴뚝의 수효로 벽난로의 수를 짐작하여 세금을 매겼다. 그러자 주민들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지붕 위의 굴뚝을 없애버렸다. 세리들은 가정집을 방문하여 벽난로 수를 파악하고 세금을 매겨야 했다. 벽난로의 수를 파악하기 위해 집에 들어오려는 세리들과 주민 간에 마찰이 생기고 사회문제가 되자 정부는 결국 벽난로세를 폐지했다. 그 후로 등장한 것이 창문세이다. 창문세란 창문의 수에 따라 매기는 세금이다. 창문은 밖에서도 그 수를 셀 수 있어서 창문세는 징수하기에 수월했다. 그러나 숨바꼭질은 계속되었다. 창문세가 부과되자 주민들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창문을 없애버렸다. 기존 건물의 창문을 벽돌로 막아버리고, 신축 건물에는 아예 창문을 달지 않았다. 창문 없는 건물은 건강에도 좋지 않으려니와 미관상 좋지 않지만, 세금을 피하려는 주민들의 저항도 끈질겼다. 어떤 주민은 밋밋한 건물 벽에 창문 모양의 그림을 그려 넣었다. 그 후, 사람들은 건물의 벽에 창문 대신 창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퓌센 성의 창문 그림도 그중 하나이다. 사연 많은 창문세도 결국에는 폐지되었다.
연전에 말레이시아의 연방 중 하나인 라부안이 ‘조세회피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조세회피지역은 조세피난처라고도 한다. 이 지역에서는 법인소득이나 개인소득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거나, 한다고 해도 아주 낮은 세율을 적용한다. 상당수의 다국적기업들은 카리브해 연안 등 중남미의 조세피난처에 자회사를 설립하여 세금을 회피한다. 세계적인 조세회피지역으로는 바하마, 버뮤다, 케이먼 제도 등이 있다. 라부안도 신흥 조세회피지역이다. 말레이시아는 1985년 이 지역을 투자자유지역으로 지정하고 파격적인 세금 혜택을 제공하면서 외국 기업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곳에서는 매우 적은 수수료를 제외하고는 세금이 거의 없다. 제일은행을 사들여 엄청난 시세차익을 남겼던 뉴 브리지 캐피털 등이 라부안이나 케이먼 제도에 연관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세금 숨바꼭질은 아직도 계속된다.
출처 : http://news.sarangb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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