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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복지국가'는 박정희의 '잘 살아 보세'
박정희 시대 YH무역 노동조합 위원장으로서 많은 고초를 겪은 최순영 전 국회의원은 이날 사전에 배포된 강연회 자료집을 통해 "세계 최저의 임금수준,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 세계 최대의 산업재해로 벌어들인 초과이윤을 재벌들에게 몰아주어 급속한 산업화, 즉 고도성장을 달성한 것이 박정희 개발독재의 실상"이라고 말했다.
최 전 의원은 이어 "사회양극화와 빈부격차 확대의 원조도 노동자, 농민, 서민들을 초과착취, 수탈해서 재벌에게 몰아주었던 박정희인데 그 박정희의 딸인 박근혜가 앞장서고, 박정희 정권의 후예인 한나라당이 나서서 사회양극화와 빈부격차 확대, 비정규 문제를 우려한다며 분배와 복지를 부르짖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가 '선진국 진입', '복지국가', '성장을 통한 분배'를 내세운다"면서 "그것은 박정희의 '조국근대화', '잘 살아보세', '선성장 후분배'라는 통치이데올로기를 화장만 조금 고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정희 없는 박정희 체제가 키워낸 후예들이 지금도 난장판
한홍구 교수(성공회대)도 이날 강연회 자료집을 통해 "박정희가 죽은 뒤 계속돼온 '박정희 없는 박정희 체제' 속에서 그가 키워낸 '새끼 박정희들'의 난장판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면서 "박정희로 대표되는 과거를 극복하고 역사의 영역으로 편입시키는 작업은 대한민국이 박근혜가 있건 없건 반드시 지나가야 할 통과의례"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경제지상주의에 기대 박정희의 군사반란과 헌정질서 파괴, 인권 유린과 정보정치를 용인한다면 우리는 일본 제국주의를 비판할 수 없다"면서 "히틀러도, 스탈린도, 무솔리니도, 심지어 김일성도 일정 기간 동안에는 놀라운 경제성장을 거두지 않았느나"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박정희의 사생활 비판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엄연한 국가기관인 중앙정보부의 의전과장이 여자를 조달해야 하는 시대에 독재자의 사생활은 더 이상 개인의 사생활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박정희 시대에 대해 "정보장교 출신들이 나라를 주무른 18년은 큰 정치가 실종되고 정보와 약점 캐기, 조작에 기초한 정치공학만 만발한 시대였다"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박정희의 개인사에 대해 "교사에서 (일제의)황군으로, 황군에서 (해방 직후)광복군으로, 광복군에서 남로당(국군내 프락치)으로, 남로당에서 다시 우익으로 숨가쁘게 변신을 거듭해 왔다"고 정리했다.
민포럼 '독일 민주시민교육 맡은 정치재단 역할' 나서
독일에서 히틀러 시대에 대한 비판과 민주시민 교육은 유력 정당의 부설 재단들이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 사민당의 에버트재단, 기민당의 아데나워재단, 자유민주당의 나우만재단 등이 그런 역할을 했다.
우리도 불행했던 과거사에 대한 자성과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국민 공유 작업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갈 정치재단이 필요하다. 박정희 시대의 역사 평가야말로 그런 정치재단의 공익활동에 맡겨져야 한다. 민포럼은 올해 5·16쿠데타 50돌 학술대회를 주최했으며 그 성과를 널리 전파하기 위해 자료집을 간행했다. 이런 활동이 바로 정치재단의 사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날 행사는 민포럼이 주최하고, 사월혁명회, 6·3동지회, 70년대 민주노동운동동지회, 4·9통일평화재단, 민청학련운동계승사업회, 71동지회, 7080민주화학생운동연대, 동아자유언론운동수호투쟁위원회 등 박정희 시대 민주화운동단체들이 공동 참여한다.
한편 이날 배포될 '5·16쿠데타 50년 학술대회 자료집'은 민포럼이 지난 3월14일 주최한 학술대회의 주제발표와 토론 내용을 정리, 수록한 경험적 역사 평가서의 성격이다.
박정희 시대의 정치사적 평가는 박명림 교수(연세대)가 주제발표, 조국(서울대) 김재홍(경기대·민포럼 정책위원장 겸 대변인) 전상인(서울대) 교수가 토론했는데, 그간 비공개된 내용이다.
개발독재와 경제성장 분야에서는 임혁백 교수(고려대)가 주제발표, 김동춘(성공회대) 박효종(서울대) 교수와 우석훈(2.1연구소)씨가 토론했다.
언론과 노동운동 등의 사회통제에 대해서는 정근식(서울대) 교수가 주제발표, 김호기 교수(연세대)와 신계륜(전 국회의원) 김대호(사회디자인연구소장) 최민희(전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씨가 토론을 맡았다.
박정희의 국가권력 사유화는 전근대적 가산주의
종합토론에서 임혁백 교수는 박정희 정권의 국가권력 사유화에 대해 가족의 재산 관리를 뜻하는 가산주의(patrimonialism)라고 지적, "그가 근대화를 한다면서도 본질적으로 내부에서는 전근대적인 가산주의적인 성격이 있었다"며 "아직도 북한은 이런 가산주의 단계에 있다"고 비판했다.
박정희 지지자들은 역대 대통령 중에서 박정희의 지지율이 가장 높다고 내세운다. 대통령 평가는 국민이 하는 것이지 지식인이라 해서 그 위에 있지 않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박정희의 지지율은 바로 박정희 시대 정치교육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치유가 가능하다. 박정희 시대의 특성은 공작정치로 국민들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사상과 양심, 의사표현의 자유까지 사전에 통제했다는 점이다. 강력한 1인 통치자에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유신체제를 한국적 민주주의라며 '한국인의 몸에 맞는 옷'이라고 정치교육을 시행한 결과 정치문화의 왜곡이 뿌리내린 것이다. 그것이 바로 박정희 향수병의 원인이다.
박정희의 수차에 걸친 헌정 유린에 대해 조국 교수는 "건국헌법의 이익균점권이 5·16 헌법 이후 삭제됐다"면서 "유신헌법은 그 자체가 국가폭력"이라고 비판했다.
김동춘 교수는 박정희 시대 인권탄압 행위에 대한 역사 청산과 관련, "하수인 역할을 했던 중앙정보부 요원들과 멀쩡한 사람들을 기소했던 검사, 그리고 검사가 써준 판결문을 그대로 읽었던 판사들의 명단 정리가 친일파 명단보다도 더 우선시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새로운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종합토론의 사회를 맡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국민의 박정희 향수는 그동안 민주정부들에 대해서 실망한 결과"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나 "한나라당의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구호가 선거 때는 먹혀 들었지만 정권교체 후 한나라당 정부는 민주정부 보다 더 못하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