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김미화 앵커에 생긴 일
2011.05.10 원용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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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텔레비전 뉴스 앵커인 멜리사 퉈리오. 그는 맥심 잡지에 의해 전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앵커로 선정됐다. 영국의 한 신문은 퉈리오의 상반신 누드를 실어 법정 소송에 휘말렸다. 텔레비전 앵커도 이젠 마이크 솜씨가 아니라 외모·몸매·스캔들로 관심을 끄는 시대가 되었다. 방송 앵커들이 저널리스트가 아닌 연예인으로 대접받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방송이 인기를 위해서라면 저널리즘은 포기하고 스타전략도 구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청취자 가장 잘 대신했단 평가받은 김미화
구메 히로시는 무려 18년간 일본 아사히 텔레비전 뉴스 앵커를 지냈다. 그의 장기는 쇼맨십있는 독설이었다. 권력에 가차 없이 던지는 그의 독설은 카타르시스라는 말로 설명될 정도였다. 깊이는 없지만 시원스런 그의 진행솜씨에 대중은 환호했다. 정곡을 찌르는 저널리즘이 아닌 연기에 가까운 꾸짖는 저널리즘이었지만 인기를 끌었다. 인기를 지켜본 일본 방송 저널리즘 대부분이 그를 따랐다. 시간이 지난 지금 되돌아 보면 방송 저널리즘에 그는 이름을 남겼으되 진지하지 못한 방송 저널리즘을 일본에 선사했음에 틀림없다.
외모·독설 등으로 방송 앵커들이 인기 몰이를 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가 된 모양이다. 하지만 그 길이 장차 방송 저널리즘에 도움이 될 거라 믿는 이는 많지 않다. 방송 저널리즘의 생명을 단축할 거라는 우려가 더 많다. 대중도 자신의 눈 높이에 맞추되 진지함은 잃지 않고, 어려운 일을 참을성 있게 파헤치는 방송 저널리즘을 갈구하고 있다.
7년 전 개그우먼 김미화 씨가 MBC 라디오 시사프로를 맡는다고 했을 때 많은 이가 우려를 했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이라는 프로가 이렇게 인기를 누릴 거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한국방송광고공사 공시자료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5월 현재 저녁 6시 이후 라디오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광고비를 받고 있다. 김미화 앵커와 인터뷰한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청취자를 가장 잘 대신했던 앵커로 기억하고 있었다. 쉽지만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더 친절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분위기를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고 말을 보탰다.
그런 김미화 앵커가 지난달 24일 방송사에 자진사퇴를 통보했다. MBC 경영진으로부터 종용이 있었다고 한다. 이미 2009년에도 비슷한 일을 한번 겪었던 터라 미리 고통의 씨앗을 자르고 싶었던 모양이다. MBC 사장이 직접 나서기까지 했다는 전언에 이르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연민의 정도 뒤따른다. 청취자들이 잘 하고 있다며 성원을 보내고, 진행자도 자부심을 갖고 성심껏 일해 성공한 프로그램을 사장이 그만둬라 했다니 참 어처구니가 없기도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사례 모범' 중도하차 이유돼 안타까워
김미화 앵커 사퇴 이후 MBC 라디오 피디들이 강력히 항의하고 나섰다. 간부 몇이 모여서 밀실 행정을 한다는 것에 대한 성토였다. 제작의 자유, 독립을 경영진이 짓밟고 있다는 고발이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경영진 눈 밖에 나 방송사를 떠나고, 멀리 '귀양'을 가고, 보직이 바뀌는 일이 방송가의 일상적 풍경이 되고 있다. 그런 까닭에 한국은 어느 틈엔가 세계에서 언론 자유에 관한 한 후진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모로, 독설로 관심을 끌려는 방송 저널리즘을 지양하고 청취자의 눈높이를 맞춘 김미화 앵커는 성공 사례로 널리 알려야 할 모범이었다. 하지만 모범이었다는 이유로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MBC가 공동개최하는 세계공영방송TV총회(INPUT)가 열리는 서울의 봄날에 생긴 일이다. '미래를 선점하라'가 총회의 슬로건이란다. MBC가 김 앵커를 내치듯 미래를 선점할까 두렵다. 아니 공포스럽다.
/원용진(서강대 교수)
출처 : ⓒ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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