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국의 글밭 2011-180
아이들이 있는 풍경-2
박 종 국
어느 시인의 말마따나 꽉 찬 한달도 펼쳐놓으니 금방 빠져나갑니다. 벌써 유월이네요. 날씨가 종잡을 수 없는 탓에 부산에서는 한달 여 앞당겨 해수욕장을 개장한답니다. 이제 여름 맞이도 계절감각을 상실했습니다. 학교 꼬맹이들한테 수박참외가 여름과일이라고 침을 튀겨도 녀석들은 “아녜요. 겨울에도 수박참외나 나오잖아요?”라고 반문합니다. 하기야 요즘 과일이 어디 계절에 맞춰 영그나요. 고만고만한 아이들에게는 수박참외가 계절 없이 쏟아져 나옵니다.
우리 반 학습 진도가 좀 빠르나 봅니다. 봄의 이야기 단원을 훌쩍 뛰어넘어 여름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봄 학습단원을 공부할 때는 그렇게도 바깥으로 나가자고 발을 동동거리더니 정작 여름이야기를 펼치니까 시원한 그늘부터 찾습니다. 블록단위로 수업을 하다보니 차시 운용에 융통성이 많아집니다. 그래서 그럴 때마다 아이들을 햇볕에 내놓습니다. 그러면 요즘 같은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운동장을 팡팡 내달립니다. 특히 우리 반 아이들은 공차기를 좋아합니다. 채 20분을 놀지 않았는데 온통 땀범벅이 되었습니다.
교실에 들이닥치자마자 물부터 찾습니다. 지난해부터 우리학교는 정수기를 사용하지 않고 생수로 대체했습니다. 아이들이 급격히 줄어들어 여러 대의 정수기를 설치하는 것보다 그때그때마다 생수를 마련해서 아이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편이 훨씬 싸게 치입니다. 더구나 냉장고 안에서 언제나 적정온도를 유지하고 있어 아이들 건강에도 보탬이 됩니다. 날씨가 덥다고 찬물 그 자체를 바로 먹이는 것보다 끓여서 냉장한 물을 먹이는 편이 안전합니다. 아이들 처음에는 아예 집에서 물을 얼려서 들고 왔지만 버릇들이니까 요즘은 팔팔 끓인 물도 고개 젓지 않고 곧잘 먹습니다.
여름철 위생안전에 힘을 써야할 때입니다. 학교와 같이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급식소나 대형식당 같은 곳에서는 특히 신경을 곤두세워야합니다. 그래서 날마다 위생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손 씻기입니다. 하루에 세 번만 깨끗이 손을 씻으면 식중독쯤은 예방할 수 있답니다. 다음으로는 너무 차거나 날 것을 먹지 않도록 다그칩니다. 농촌학교라 설익은 풋과일을 함부로 베어 물지 않도록 몇 번이고 다짐해둡니다. 그럴 때면 아이들 입을 모아 꼭 그러겠다고 목청을 높입니다.
아이들은 관심을 가지는 만큼 자랍니다. 아직 분별력이 없는 시기여서 손가는 데가 많습니다. 조그만 것 하나도 해서는 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구별 지어 주어야합니다. 그게 참된 삶의 교육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을 윽박지르거나 옥죄는 것은 차라리 아니함만 못합니다. 아이들은 들풀처럼 자라야하고 잘 놀아야 잘 큽니다. 벌써부터 가무잡잡한 아이들 모습이 그려집니다. 건강한 여름 아이들이 내 눈 속에 꽉 찹니다. 2011. 06.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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