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국의 글밭 2011-185
부(富)에 대한 윤리와 도덕
박 종 국
집안 가사를 도맡아하기에 시장에 자주 간다. 근데 요즘 시장 보러 가기가 겁난다. 몇 가지 담지 않았는데도 예상 금액보다 넘친다. 물가가 올라도 이만저만 오른 게 아니다. 대기업에서 수출잔치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지만 지역기업들은 높은 환율로 인한 원가상승 압력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개인 소득자도 마찬가지다. 소득이 올라도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오르니 제 자리 걸음하기에도 벅차다.
한 통계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007년에서 2010년까지 4년 동안 30대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은 73% 증가했다. 그렇지만, 시민들의 가계소득은 13% 상승하는데 불과하다. 그나마 물가상승분을 빼면 4년 동안 2.4%정도다. 그러니 실제적으로 서민들의 소득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더구나 대기업들에게는 파격적 세금 감면까지 주어졌으니 나라 전체 경제가 대기업을 위해 존재하는 셈이 되고 말았다. 그게 지금 우리 경제의 현주소다.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 가운데 하나가 보다 인간답게, 보다 나은 생활을 누리는데 있다. 부유하게 살고 싶은 욕망은 생활의 필요조건으로 당연하다. 누구나 자기 생활 철칙을 갖고 살듯이 부(富)라는 것도 준거할 수 있는 덕목이 있고, 그것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윤리가 있다. 그것을 떳떳하게 자랑할 수 있어야 칭송이 따르고, 남들보다 몇 배나 열심히 살아 온 과정이 본받을 만하다. 그래서 참된 기업가는 부에 대한 윤리와 도덕이 빛난다.
지금 우리의 대기업들은 이 윤리도덕에 충실한가. 선뜻 입이 열리지 않는다. 일자리 창출로 사람들의 소득을 책임지는 것이 기업의 가장 큰 사명이다. 또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충분히 만들어내고, 끊임없이 신상품을 개발하여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것 역시 중요한 사명이다. 2007년에서 2010년 4년 동안 일자리 증가율은 10%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증가율은 73%로 7배 이상 더 증가했음을 고려하면 일자리 늘리기는 전혀 기업들의 도맡을 일이 아니었다.
신제품 개발에 대한 대기업의 사명도 지리멸렬하다. 정부는 대기업을 향해 투자를 강권하지만 기업들이 정작 신제품 개발에 투자하는 자세는 미미하다. 매출액 대비 10% 남짓을 연구개발투자에 사용하는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 대기업들은 그 절반 수준인 고작 6% 정도를 쓰는 실정이다. 모 대기업 계열사 회장의 작년 배당금액이 3천억을 훨씬 넘는데도 일자리창출, 신제품 공급 등에는 뜻을 보이지 않았다. 이윤극대화의 탐욕만 보였다.
때문에 힘없는 서민들은 나보다 나은 사람들의 부(富)를 흠모와 선망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오직 질시와 배척으로 일관한다. 나락에 빠진 자신의 처지에서 막연한 거부감으로 받아들여진다. 부자들을 무턱대고 나쁘게 보는 것은 문제다. 정경유착이나 실정법 위반을 밥 먹듯이 하고, 정상적 방법이 아니 술수로, 정당한 노력 없이 부동산 투기나 특혜 따위로 엄청난 돈을 번 사람들의 희화(戱畵)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둑이나 사기꾼의 심보로 돈을 벌었다면 그것은 진정한 부가 아니라 차라리 수치며 오욕이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정당한 방법으로 이룬 부는 칭송을 받아 마땅하다. 올바르게 돈 벌고, 피땀 흘려 돈을 번 사람은 돈을 쓰는 방법이 다르다. 그러나 진정하게 부를 얻지 않은 졸부들은 번 돈을 자신의 영달을 위하는 방편으로 돈을 쓴다. 그것은 천박한 자본주의의 졸부근성이다. 자신이 축적한 부를 아름답게 빛낼 수 있어야 하는데도 지금 우리의 기업가들은 그러한 도의적 양심이 일천하다.
공자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 남의 선생 노릇 하는 일이고, 가장 어려운 일이 자기 자신을 아는 일이다.’라고 했다. 자기 분수를 알아야한다. 무한정의 부를 축척한 사람들은 그딴 것에 시비하느냐고 딴죽을 걸겠지만, 아무리 돈이 좋은 것이라 해도 돈이 못하는 일도 있다. 그것은 바로 자기 분수를 알고 올바른 사람 노릇하며 사는 것이다.
요즘 이해하기 힘든 일이 많다. 농촌 빈터마다 우후죽순으로 공장이 세워지고 있지만 되레 지역기업들은 끊임없이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나라경제는 발전한다는데 서민경제는 점점 더 힘들어간다. 손에 쥐는 월급은 늘어나는 것 같은데 마땅히 돈을 써 보면 헤프다. 물가가 장난이 아니다. 당장에 직장인들이 점심 한 끼를 해결하려해도 자장면 짬뽕, 냉면, 설렁탕, 곰탕, 된장찌개 값이 장난 아니다. 차림표를 쳐다보면 기습 인상한 흔적이 덕지덕지하다. 근데도 대기업은 수출이 잘 된다고 한다?
서민의 삶이 이처럼 팍팍한데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그런 와중에서 내 것이니까 내 마음대로 처분한다는 얄팍한 생각을 하는 못된 무리들이 있다. 잡아다가 주리를 틀어도 정신을 못 차린 청맹과니들이다. 넘치면 차라리 아니함만 못하다고 했다. 인생살이가 깊어갈수록 처음 자기 가슴속에 간직하였던 초지일관하였던 첫 마음은 잊지 않고 살아야한다. 부자가 하늘나라에 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해도 이럴 때일수록 기업가 한 사람 한 사람이 부(富)에 대한 윤리도덕에 준거하여 사람 사는 냄새 좋게 풍겼으면 좋겠다. 2011. 06.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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