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 없는 한-미FTA 무효다
[김영호 칼럼] 국민 토론없이 국가의 미래와 운명을 날치기, 무효해야
김영호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추진과정을 보면 노무현-이명박 정권은 너무나 닮았다. 두 정권의 안중에는 국민이 없다. 국민적 논의도, 국회와의 협의도 무시한 채 졸속협상-밀실협상으로 일관하면서 모든 내용을 기밀에 부치는 꼴이 매우 흡사하다. 자국이익은 팽개치고 미국이익을 챙기려고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는 굴욕적인 협상자세 또한 유사하다. 일반국민은 물론이고 국회의원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독선적-고압적인 자세도 닮았다. 너희가 왜 국익을 묻고 주권을 따지느냐는 투이다.
한-미 FTA는 단순한 역내 상품교역의 자유화가 아니다. 포괄적 경제통합으로서 한국경제를 세계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에 종속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협정에 맞춰 한국의 법령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수십개의 관련법을 개폐해야 하고 이에 따라 경제제도-사회체제에 일대변혁이 일어난다. 경제주권-사법주권에 이어 식량안보까지도 포기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 내용이 방대하고 난해하며 전문적이다. 이 중에는 국민경제-사회생활에 파괴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독소내용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두 정권이 똑 같이 국민적 논의를 배제했다.
2005년 6월 노무현 정권이 한-미 FTA 협상을 개시한다고 기습적으로 밝혔다. 그것도 협상개시 전에 스크린쿼터 축소,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건강보험약가 현행유지,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적용 예외 등 양국간의 핵심적인 통상현안을 미리 양보하는 조건이었다. 이른바 4대 선결조건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강력히 부인하다 나중에 사실을 실토했다. 그것도 모자라는지 서울이 아닌 워싱턴에서 발표했다. 자국국회의 권위는 존중하지 않으면서 미국의회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굴욕적 협상의 예고였다.
국민의 반발은 즉각적이었다. 영화인들이 반대하고 나서고 농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반대하자 폭력시위라며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국회의원에게도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다만 영문 협정문의 일부를 그것도 소수의 국회의원에게만 잠시 열람을 허용했을 뿐이다. 복사도 필기도 금지했다. 그리곤 내용을 단순화해서 소비자 혜택이 는다, 중소기업 수출이 증가한다는 따위의 기만적인 홍보에 혈세를 퍼부었다. 하지만 국민적 반발에 눌려 노 정권은 국회비준을 얻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이명박 정권은 노 정권보다 더 폭력적이다. 재협상을 벌리면서도 무엇을 논의하는지조차 철저하게 기밀로 붙였다. 개괄적인 내용조차 공개를 거부했다. 다만 국회에서 질의과정에 부분적인 윤곽이 드러났을 뿐이다. 두 정권의 협상주역인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불평등 독소조항을 수정하라는 비판여론에 대해 협정문의 점 하나도 고칠 수 없다는 강경자세를 고수해왔다. 재협상은 절대불가라는 그가 미국이 요구하자 민첩하게 행동하며 본질적 내용을 수정하고도 협상과정조차 거의 알리지 않았다.
협정문 한글본이 오류 투성이인 모양이다. 지난 6월 외교통상부가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오류 296개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오표를 제출하라는 야당의 요구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85명이 참여하는 시민검증단과 민변이 점증한 결과는 단순한 교정 말고도 모두 2600여건의 번역수정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그 중에는 법률적 의미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오류만도 500여건이라고 한다. 민변의 정보공개 소송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일 번역오류를 공개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이번에도 국민의 경제-사회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중대한 사안의 공개를 거부할지 두고 볼 일이다.
이명박 정권의 11월 22일 한-미FTA 비준안 날치기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먼저 본회의 비공개 등의 안건을 날치기했다. 회의록, 참석의원, 찬성의원의 공개를 금지한 것이다. 취재활동의 원천봉쇄를 통해 국민의 귀와 눈을 막기 위한 짓이다. 이어 비준안을 주무장관의 제안설명도 없이 상정하고 토론도 없이 날치기했다. 이와 함께 부속법안 14개도 날치기했다. 그 중에는 상임위에 상정되지 않은 법안도 당일 발의된 법안도 있다. 39분만에 국가의 미래와 운명을 날치기한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 중에 내용을 개괄적이나마 알고 손을 든 사람이 있는지 묻는다. 이게 무슨 국민대표인가?
그 소란을 속에 야당 당직자들이 방청석 유리창을 깼다. 그 바람에 취재진이 들어가고 또 트위터를 통해 실황중계하면서 찬성의원의 명단이 알려졌다. 한-미 FTA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국민이 없었다. 많은 국민들이 엄동설한 거리에서 물대포를 맞으면서 연일 FTA 무효를 외치나 이명박 정권은 귀를 틀어막고 있다. 사회적 합의가 없는 한-미 FTA는 무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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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12/06 [16:49] 최종편집: ⓒ 대자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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