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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 감독 전격 경질 시기와 방법 적절했나?

세상사는얘기/명상사색명언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1. 12. 1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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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 감독 전격 경질 시기와 방법 적절했나?

 

전제은 축구 칼럼니스트

2011. 12. 9.

 

조광래 감독이 경질되었다. 한마디로 기습적으로 단행된 경질이었다. 당사자인 조광래 감독 뿐만 아니라 팬들에게도 충격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허정무 감독의 뒤를 이어 A대표팀(이하 대표팀)감독에 오른 조광래 감독은 1년 남짓한 길지 않은 시간을 뒤로 한 채 야인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조광래 감독의 시작은 긍정적이었다. 스페인과 같은 짜임새 있는 짧은 패싱게임을 표방하며 대표팀을 꾸린 조광래 감독은 한국축구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정점은 바로 아시안컵이었다.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짧고 정확한 패스를 기반으로 전방의 공격수들이 유기적으로 위치를 변화시키며 상대 문전을 위협하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목표였던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조광래 감독은 박수를 받았을 만큼 경기력은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후 대표팀에서 은퇴한 박지성과 이영표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서 경기력은 추락했고,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패싱게임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여기에 선수차출과정에서 불거진 협회와의 불협화음, 몇몇 특정 선수에게 집착하면서 불거진 경기력 문제, 무리한 포지션 파괴가 이어지면서 한일전 참패는 조광래 감독에게 씻을 수 없는 오점이었다.

 

더 심각한 것은 대표팀 경기력에 대한 문제인식이 너무 안이했다는 것이다. 경기 직후 쏟아아지는 각계의 충고와 비판을 너무 쉽게 흘려버렸고, ‘돌아 보겠다’, ‘실력있는 K리거를 선발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자신의 고집을 꺽지 않았다.

 

결국,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이하 3차예선)에서 레바논에 1-2로 패하면서 최종예선진출도 장담할 수 없게 된 상황에 직면하면서 감독교체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 3차 예선을 통과 한다 해도 일본과 호주가 기다리고 있는 최종예선에서 조광래 체제로는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조광래 감독이 보여준 선수선발과 선수활용 측면에서 보면, 그의 경질은 합당해 보인다. 하지만 그 시기와 방법에서 과연 적절했는지에 대해선 되짚어 보아야 할 것 같다. 게다가 유력한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이 장단점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한국축구를 잘 아는 것과 감독으로써의 역량은 별개다. 검증도지 않은 감독의 섣부른 선임은 지금 시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으로 보인다.

 

3차 예선 최종전을 남겨 놓은 현시점, 과연 적절한 시기인가?

 

3차 예선이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최종예선 진출에는 별다른 이의가 없었다. 장거리 중도원정에서 좋지 않은 기억이 많았고 해도, 조광래 감독이 상대해야 하는 팀들은 객관적으로 한수 아래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는 달랐다. 승점 10점(3승 1무 1패)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2위 레바논이 승점 10점, 3위 쿠웨이트가 승점 8점으로 최종전 진출을 예측하기 쉽지 않아졌다. 한국은 쿠웨이트 전에서 무승부 이상만 기록하면 최종예선 진출이 가능하지만 패한다면 그대로 탈락이다.

 

쿠웨이트 전은 2월에 치러질 예정이다. 남은 시간은 두달이 안 된다.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새로운 감독이 부임해서 선수들을 구성하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는 것은 경질 된 조광래 감독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감독에게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쉽게 생각하면 기존 조광래 감독 체제의 전술과 전략을 그대로 가져가야 한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자신의 축구스타일을 팀에 접목시키기도 전에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면, 이후 대표팀 운영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시기의 적절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최종예선과 이후 과정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최소한 쿠웨이트 전까지는 기회를 주었어야 한다. 그것이 기존 감독이나 새로운 감독 모드에게 책임의 한계를 명확히 규정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해임 결정과 통보, 과연 최선이었을까?

 

조광래 감독의 경질과정에서 빚어진 절차와 방법에서도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한 나라의 국가대표 감독을 해임하고 새로 선임하는 과정이 일방적이고 독단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은 실망스럽다. 그것도 감독인선을 관장하는 기술위원회의 논의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감독은 최종전을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 협회는 경질을 결정하고 새로운 감독후보까지 물색하고 있었다는 것은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계약의 당사자인 협회와 조감독은 최소한의 의사소통은 있어야 했다.

 

7일 오후 내내 인터넷에는 쿠웨이트전을 대비해 조광래 감독의 구상들이 스포츠뉴스를 장식했다. 경질이 보도 된 저녁시간에도 그 기사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당하는 본인이나 갑작스런 뉴스를 접한 팬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거기다 유력한 후보군까지 언급되면서 조광래 감독의 배신감은 컸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축구를 이끌어가는 축구협회에서 이렇게 일을 처리해야 했을까? 어떤 이유에서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후임 감독 선임,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해야.....

 

이래나 저래나 결정은 이미 났다. 뒤집을 수도 거스를 수도 없다. 이제 남은 것은 새로운 감독의 선임이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유력한 후보군이 이미 존재한다는 것이다.

 

감독의 경질을 결정하고 물밑 작업을 벌인 시간도 그리 넉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빠르게 진행되었다는 것은 그 만큼 검증시간이 부족했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이왕 새로운 감독으로 변화된 한국축구를 원한다면 좀 더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후보군을 찾고 검증작업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국축구를 잘 안다는 것은 짧은 기간 선수들을 파악하고 팀을 꾸리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경기력차원에서는 결코 긍정적일 수 없다.

 

지한파라는 이유로 우리 곁을 지나간 수많은 외국감독들을 생각해 보라!! 그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것은 ‘이 정도면 국내파 감독이 못할 것 없다’는 자조 섞인 탄식뿐이었다. 국내감독, 물론 능력입증이 수월하고 실력파 감독들도 많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은 프로구단에서의 성적과 지도력이 국가대표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일단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선수를 발굴하고 활용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의 차이는 확연히 있다.

 

달라진 세계축구의 흐름을 이해하고 지금껏 우리가 구사했던 축구스타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려면 외국감독들이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물론, 하나의 대안측면에서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현실에 안주하는 섣부른 판단으로 한국축구의 100년 대계를 거스르는 일이 없길 바라본다.


전제은 축구 칼럼니스트

 

출처 : 민중의 소리 http://www.vop.co.kr/A0000045632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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