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참 살기 힘들지요?"
정부, 선거의식해 숫자놀음 정책만 개발…국민 스스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내야
2011.12.28 백남해 신부 | webmaster@idomin.com
월요일 아침 직원회의를 마치려는데, 한 직원이 올해 마지막 회의인데 한 해를 마무리하는 한 말씀을 하라고 합니다. 벌써 한 해를 마무리 짓는 때라 생각하니 오만가지 일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갑니다. 세계적인 사건들과 나라를 흔들어 놓은 일들, 개인적인 좋고 나쁜 일들, 말 그대로 별일이 참 많기도 많은 한해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속한 가톨릭교회에서 일어난 의미 있는 일 한 가지를 말씀드릴까 합니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2011년 추계 정기총회에서 '사회교리주간'을 제정 선포하였습니다. 그냥 가톨릭교회 안의 일로 보아 넘길 수도 있지만, 전체 한국 사회를 향한 가톨릭교회의 의미 있는 선포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 사회가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들이 많다는 진단입니다.
사회교리가 무엇인가 하면 정치, 경제, 인권, 노동, 평화, 환경, 생명 등 사회 영역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가톨릭교회 시각으로 성찰하고 정리한 교회의 공식 가르침입니다. 첫 사회교리 문헌이 1891년 발표된 '새로운 사태'라는 레오 13세 교황 회칙입니다. '새로운 사태'가 발표되던 120년 전 유럽의 인권은 처참했습니다. 자본주의의 잘못된 발달과 자본주들의 이기심으로 노동자들은 착취당했고, 노동 착취는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낳았습니다. 보수적이고 체제 안정을 바라며, 심지어 국가 권력 유지를 적극적으로 돕거나, 권력 횡포에 침묵함으로써 기득권을 누리던 가톨릭교회가 기층 민중을 위해 발언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새로운 사태'라는 회칙이 가져온 파장은 엄청났습니다. 근대 유럽의 인권 신장과 노동과 자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지평이 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2011년 오늘, 점점 보수화되어가고, 70, 80년대의 예언자적 소명을 잃어 간다고 우려해오던 가톨릭교회가 한국 사회에 말합니다. 120년 전 유럽사회의 착취당하는 노동자, 서민, 기층 민중의 모습을 여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인공피임, 낙태, 사형제도, 안락사, 배아연구, 4대강 개발, 핵발전소 정책 그리고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에 대한 정부의 일방적인 소통불통의 정책들을 바로 세울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양극화의 심화로 나타나는 경제정책의 실패, 세계 1위의 자살률, 특히 청소년층의 자살은 무척이나 심각한 상황입니다.
또한 우리나라 미래인 젊은이들의 높은 실업률은 20, 30년 뒤, 그들이 장년층이 되었을 때를 생각하면 안타깝습니다. 더구나 내년도 500대 주요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규모가 올해보다 줄 것이라는 조사 결과는 무거운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듭니다. 현재 진행 중인 정권 실세들과 주변의 권력형 비리 악취는 민초의 가슴을 후벼 파는 차가운 겨울바람보다 쓰리게 합니다.
아무리 힘든 시기라도 미래는 살림살이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이 있다면 사람들은 어떻게든 견딜 수 있습니다. 이것이 문제입니다. 복지 재정은 경제협력 개발기구 중 꼴찌 수준이고, 자신들이 하층민이라고 답하는 국민이 절반 수준에 이릅니다. 그럼에도, 현 정권은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의식한 정책 수립(악성 일자리인 공공 인턴 자리를 대거 늘려서 실업률 낮추기라는 숫자놀음을 한다든지) 이야기만 암울하게 들려옵니다.
한해의 마지막에 서서 되뇌어 봅니다. '우리네 서민들이야 아무리 혹독한 겨울이라도 서로 부둥켜 기대고 의지하며 살아오지 않았는가!' 결국, 새로운 희망은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출처 : 경남도민일보
도덕이 땅에 떨어진 한국, 우리가 고쳐야 (0) | 2012.01.01 |
---|---|
[정정담당]국민신뢰도 바닥인 국회를 바꾸려면 (0) | 2011.12.28 |
세계적 웃음거리된 정봉주 판결, 형평성이 문제다 (0) | 2011.12.28 |
정봉주, 검찰 자진출석 서울구치소 수감 (0) | 2011.12.26 |
권양숙 여사 방북 불허, 아직도 노무현이 두렵나 (0) | 2011.1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