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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어느 평교사의 바람 하나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2. 5. 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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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의 일상이야기 2012-124


스승의 날 어느 평교사의 바람 하나


박 종 국(교사, 칼럼니스트)


오월은 노동자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발명의 날, 성년의 날, 석가탄신일, 바다의 날 등의 행사로 빠듯하다. 집집마다 겹겹이 행사치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유독 스승의 날을 즈음하면 연례행사처럼 갖가지 잡음들이 불거지고 있다. 안타깝다. 스승의 날에 대한 이해당사자이기에 더욱 마음이 아리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각급 학급에서는 교사들로 하여금 청렴 선서를 받았다. 정말 굴욕적인 일이다. 정녕 교사들은 그런 파렴치를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숫제 자라보고 놀란 형국이다. 물론 이러한 특단(?)의 조처는 스승의 날만 되면 어김없이 불거져 나오는 촌지나 선물과 관련한 잡음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교육행정 차원의 조처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학부모와 교사들의 마음은 결코 홀가분하지 않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처럼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그저 우러났던 때가 그리 먼 기억이 아니다. 그러나 생활전반이 산업화에 붙잡히고, 80% 이상이 도시에 사는 요즘 팽배하는 이기주의는 급기야 교육현장에서 또 다른 불협화음을 낳기에 이르렀다. 내 자식만, 오직 내 새끼만 좋은 성적을 받아 나은 대학에 진학하면 최고라는 천박한 경쟁이데올로기가 들끓고 있다. 그런 까닭에 참 스승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스승의 날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내가 촌지를 바란다거나 선물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맹세컨대 난 여태껏 단 한 번도 그런 교사로 살지 않았다.


애써 드러내지 않아도 이 땅의 교사들은 교육자적 소신을 자신하며 생활하고 있다. 아무리 교사들을 매도해도 교육자로서 마땅히 지켜내야 할 양심을 잃지 않았다. 그렇기에 교사로서 크게 대접받아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 국가와 사회, 가정경제가 팍팍해지니까 공무원들이 대접받는 세상이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덩달아서 교직이 버금가는 자리로 빛을 보고 있다.


근데 우리 세상에 언제 선생을 응대한 적이 있었나. 이도저도 아닌, 어쩌면 시대 덜떨어진 사람이어야 선생이 되었다. 선생들 하나같이 부드러운 정념을 지녔다. 오죽했으면 선생질하느냐고 지청구를 하였을까 싶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산전벽해라고 할까. 예전에 상전 모시듯 내놓으라던 직업이 사양길에 접어들고 비척대고 있다. 그만큼 세상의 정리(情理)나 문리(文理)가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선생 똥은 개도 먹지 않는다는 말은 무엇을 뜻할까. 그만큼 앞뒤가 꽉 막히고 꼬장꼬장하다는 얘기다. 사회경제적으로 뜬금없는 부를 욕심내거나 명예를 취하려고 아득바득대지도 않는다. 선생노릇 30년째 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사는 게 변변치 않다. 물론 크게 잘 사는 선생도 있지만 적어도 나는 선생노릇하면서 딴전을 피우지 않아 대한민국에서 중류로 살아가기도 힘 든다. 그게 교사들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교사들이 철밥통(?)이라도 싸잡아 흰소리를 해대는 것을 보면 참 섭섭하다. 교사들은 더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소임을 다하며 아이들이 오고 싶고, 머물고 싶고, 다시 오고 싶은 학교면 만족한다. 아이들과 충분히 친화교감 할 수 있는 교사라면 더 이상 바람이 없다. 그만큼 교사들은 순수하다.


다시금 스승의 날 행사로 시끄럽다. 논의 가치가 없는 얘기다. 진정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소명의식을 가진 교사라면 스승의 날을 부추길 하등의 이유가 없다. 더구나 자기 교육철학에 충실한 소신을 가진 교사라면 갖은 비난을 받으며, 한없이 치욕스런 스승의 날을 마다한다. 교사를 비굴스럽게 만드는 촌지와 선물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모든 선생들이 다 추접스러운 것은 아니다. 모든 교사들은 그런 것 받지 않아도 산다. 그런데도 그렇게 지탄을 받을 만한 교사들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못된 마음을 가진 학부모들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스승의 날마다 싸잡아가며 불거지는 갖가지 불협화음이 들리는 것을 보면 부끄럽다.      


이제 달라져야겠다. 교육현장에서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것들을 탈탈 털어내야겠다. 단지 스승의 날을 교사의 날로 전환한다고 해서, 스승의 날을 2월 달로 변경한다고 해서 문제 고리가 나아지은 아니다. 계획만 거창하게 세우고, 말만 그럴듯하게 하는 관리자들을 믿어서는 안 된다. 겉으로는 번지르르하게 내세우면서도 속빈 강정 같은 비리관료들이 많다.


매년 스승의 날을 즈음하여 가장 피해의식을 느끼는 것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이다. 때문에 이번만큼은 스승의 날이란 존재의미조차 불식시키고, 더 이상 이 땅의 교사들이 비참해지지 않도록 배려해야한다. 그래야 아이들 곁에 떳떳이 서는 교사로서 당당할 수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손길은 언제나 따사로워야한다. 그게 참된 사랑을 베푸는 교사로서 가장 영예로운 선물이다. 학교가 아이들의 환한 웃음으로 즐거웠으면 좋겠다. 2012.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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