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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묻은 개 겨 묻은 게 탓하는 세상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2. 5. 2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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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의 일상이야기 2012-134


똥 묻은 개 겨 묻은 게 탓하는 세상


박 종 국(교사, 수필가)


타인을 통해 나를 아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타인이 나의 거울'입니다. 남을 통해 자신을 볼 때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합니다. 때문에 좋지 않은 일은 모두 다른 사람의 것이 되고, 드러내고 싶은 일은 모두 내가 한 것처럼 부추깁니다. 스스로 빚은 마음의 그릇이 작은 탓입니다. 올곧은 사랑을 아는 사람은 그리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반사되어 나타나는 내 모습이 나의 참모습입니다. 혼자 판단해서 얻은 내 모습은 그저 빈껍데기에 불과합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 말 그대로 믿고 따라 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말을 통해 그 사람을 아는 것이 아니라 평소 행동을 통해서 통해 서 알게 됩니다. 무시로 쏟아내는 말이 사람 평가의 준거가 됩니다. 불혹의 나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지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타아(他我)보다 진아(眞我)를 부시라는 일침입니다.


어쭙잖은 일로 등을 돌리는 일이 흔한 세상입니다. 그렇지만 사람을 무시하는 시건방진 태도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전 속아지가 참 좁습니다. 누구와도 잘 지내는데 일단 ‘아니다’는 사단을 만나면 타협이 안 됩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그다지 못된 짓을 하지 않았지만 유독이면 사람대접 받지 못하는 일을 거듭 당했습니다. 화가 난다고 하고 싶은 말 다 뱉은 사람은 속이 후련하겠지만 정녕 말을 섞고 싶지 않은 나는 말문을 닫았습니다. 친구들은 이런 나를 두고 앉은자리 풀도 안 나겠다고 합니다(그래도 저는 싫은 코를 베어 물어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흔히 '성공한 사람'을 만나면 그 솔직담백함에 놀라게 됩니다. 그들은 조그만 일 하나라도 빙빙 돌려서 말하지 않습니다. 어떤 일이든지 투명하게 말합니다. 한데도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삿되게 말이 많습니다. 자신은 전혀 잘못이 없는데 왜 이런 대접을 하느냐며 강탈을 부립니다. 똥 묻은 개 겨 묻은 게 탓하는 형국입니다. 말이 많다는 것은 가려 쓸 말이 적다는 뜻입니다. 인생을 아낌없이 소화하며 산 사람은 자신의 모습을 전부 드러내놓고 쉽게 말합니다. 어렵게 살지 않고 단순하게 삽니다.


사는 이치는 쉽고 단순해야 합니다. 사랑한다고, 너 없으면 못산다고 목을 매는 사람들이 얼굴을 붉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자신이 쏟아놓은 말 때문에, 말만 앞세웠던 까닭에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말과 행동은 그 자체로 그 사람의 인격이 되고 성품이 됩니다. 마음과 생각이 곧 말입니다. 자기가 한 말로 인해 다른 사람이 괴로워하지 않아야 합니다.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말 한 마디로 상대방에게는 평생 잊어지지 않는 감정 응어리로 남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어떻게 말할까, 애써 고민할 까닭이 없습니다. 내 생각을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전하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칭찬을 하면 말하는 이의 자상한 모습이 그려지고, 험담을 하면 그 사람의 흉한 모습이 그려집니다. 어떤 말이고 간에 말하는 사람의 영상이 서로의 가슴에 깊이 남습니다. 좋은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을 생각할 때마다 즐거워집니다. 하여 친밀한 대화가 서로의 사랑을 농익게 합니다.


참으로 소중한 말은 사랑한다는 말이 아니라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공감과 경청입니다. 숱한 말의 헌사보다 따뜻한 말 한 마디면 충분합니다. 기분 살아나는 말을 많이 하고 쉽게 살아야겠습니다. 2012.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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