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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인식에 대한 올바른 시각이 절실한 때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3. 1. 1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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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인식에 대한 올바른 시각이 절실한 때

 

박 종 국(수필가, 칼럼니스트)

 

해묵은 주간지를 읽다보니『뉴스 메이커』(경향, 601호 2004. 12. 2. pp114.)의 가십(gossip) 기사 <국학이야기>가 눈에 띄었다. 참 고약하고 잔혹한 이야기다. 1986년 10월 2일자 <보스톤 글로브> 1면에 콜럼버스가 처음 서인도제도에 상륙한 섬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왜트링 섬’이 아닌 ‘사마나 케이’라고 밝히면서 콜럼버스의 잔학성을 보도했다.

 

신문 기사에 따르면 이미 우리가 콜럼버스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을 번복하는 것은 물론, 그가 원주민들에게, 인간에게 무슨 짓을 했으며, 역사적 발전을 측정하는 우리의 잣대가 무엇인가를 면밀하게 따져보게 한다. 콜럼버스의 행해일지에는 그가 저지른 온갖 죄악상이 다 기록되어 있다.

 

그는 그를 순진하고 호의적으로 맞아준 ‘아라왜크’ 인디언들을 노예로 삼고, 갖은 고문과 살육, 강간을 서슴지 않았다. 그렇기에 신대륙에 입성한 서부개척자들도 그를 따라 아메리카 인디언들을 싸잡아 절멸시켰다. 그래서 황금에 대한 탐욕과 명예욕으로 거의 인종 학살에 가까운 그의 죄악은 감춰지게 되었다. 역사의 기술에 있어서 사실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드러난다.

 

그런데도 미국의 역사학자들은 그러한 사실을 삭제하였으며, 미국 교과서에는 어느 한 곳도 콜럼버스의 야만적 살인행위를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 각종 학교가 사용하는 역사 교과서에 묘사한 콜럼버스는 재능과 용기로 서인도제도를 발견한 위대한 탐험가인 항해사다. 더구나 거의 인종 학살에 가까운 그의 죄악은 감춰지고 대신 ‘콜럼버스의 날’을 공휴일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역사는 잘못된 지난 일을 오늘의 눈으로 보고 바꾸기 위한 이해와 수단이어야 한다. 우리의 지난 역사는 어떠한가? 굳이 오래된 과거의 역사를 들춰내지 않아도 한국전쟁이나 제주 4․3항쟁, 남북의 대치상황, 4․19나 5․18광주민주항쟁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우리의 시각과 역사적 준거는 물론, 문제 사태를 파악하는 잣대, 권력과 인간관계가 모두 윤리적 관계의 정도가 부실하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보편타당한 잣대로 인정되는 살아 있는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역사적 사건의 재단은 휘어진 역사인식에 준거해서는 안 된다. 살아있는 인간에게 무엇을 행했느냐 하는 보편타당한 짓대로 인정되어야 하고, 역사의 올바른 의미는 인간에 대한 보편타당한 잣대를 찾는 것이어야 한다. 역사적인 인물이 행했던 일을 객관적으로 따져보고 그에 따른 인간적이고 윤리적인 배려가 배어나야 한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런 준거 잣대가 마련돼 있지 않다.

 

단지 콜럼버스가 ‘유대인의 혈통’이라는 이유로 스페인의 성당에 모여 ‘콜럼버스의 날’을 경축하는 유대인들과, 남다른 재능과 용기로 서인도제도를 발견한 위대한 탐험가인 항해사를 기리는 미국 사람들의 편향된 역사인식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같은 하늘, 같은 땅을 밟고 사는 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명확한 중심적 잣대를 갖는다는 것은 지금 우리 사회나 세계 전체가 겪고 있는 분쟁과 대립을 해소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된다. 역사인식에 대한 올바른 시각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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