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약속을 얼마나 잘 지키십니까
박 종 국
유럽 사람들은 남을 초대할 때, 한 달 전에 약속하고, 적어도 일주일 전에 편지나 전화를 내어 참석의향을 묻는다고 합니다. 또한 선약을 하였다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할 경우에는 미리 그 뜻을 전한다고 합니다. 서로의 삶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바탕이 탄탄하기에 아무렇게나 찾아가 만나는 결례를 범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약속은 어떠합니까. 무턱대고, 일방적으로 통고해도 흉허물이 되지 없습니다. 오히려 연락해 주어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우리 사회만큼 일방 통행하는데 감사의 미덕으로 좋게 받아들여지는 나라가 있을까요. 자기 일을 제쳐두고 머리카락 휘날리도록 내달아 갑니다. 간이라도 다 배주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한 사람은 함부로 약속하지 않습니다. 단순한 약속 불이행으로 인격의 평가절하나 신용과 권위를 실추를 당하는 대가를 치루지 않습니다. 올바른 인격을 겸비한 사람은 학문으로 합리성을 발전시키며, 정신수양을 도탑게 하고, 꾸준하게 인내심을 길러내므로 그 약속들을 어김없이 실천해 냅니다.
약속은 인간사회를 훈훈하게 발전시키는 척도가 되며, 사회의 평화와 질서 유지하는 대전제가 됩니다. 꼬치꼬치 훑어보지 않아도 인간사회는 하나부터 열까지 약속에서 출발해서 약속으로 끝나는 삶의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람들끼리의 약속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특히 정보통신 테크놀로지(technology) 사회에서의 약속은 우리 생활 전부를 거미줄처럼 연결해 주고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하나의 생활규범입니다.
인간생활에서 생업의 기초가 되는 직장도 고용계약이라는 약속이며, 사회와 국가를 구성하는 최소단위인 하나의 가정도 결국 혼인이라는 약속을 통해서 비로소 성립되고 있습니다. 또한 현대의 민주정치도 국정을 담당하는 국가기관과 국민들 사이의 공약을 통해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나라의 법규범을 담고 있는 육법도 국가기관과 국민 사이 또는 국민들 상호간의 이해관계를 규율하고 구속력을 갖는 문명사회의 약속들입니다.
국가 간의 수많은 교류로 얽혀있는 국제사회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국가와 국가 사이를 규율하는 국제법이라는 것도 나라 사이의 쌍방 혹은 다변조약이 아니면 국제관습 또는 문명국가에 의해 승인된 「법의 일반 원칙」이라는 약속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렇기에 국가 간의 약속 이행도 조약을 맺은 국가기관의 신용과 책임감, 문명도가 높아야만 조약 내용대로 약속을 지킬 수 있습니다.
약속을 어김없이 준수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우선 개인과 개인 간의 약속이 잘 이행되려면 약속을 하거나 한 사람이 신뢰를 바탕으로 책임감이 강해야 하고, 성실해야 합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하여 모든 약속들이 잘 지켜질 때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아닌 참다운 사회 질서가 유지되며, 인류 공동의 선인 평화도 빛을 발하게 됩니다.
이렇듯 약속이 잘 지켜질 때 우리는 그 사람을 신뢰하게 되며, 그의 인격과 권위를 인정하게 됩니다. 또한 국가기관이 국민들에 대한 공약을 어김없이 이행할 때 국민들은 정치지도자들의 언행을 믿고 따르며 그들의 정치적 권위를 지지하게 됩니다. 국제관계에서도 똑같은 궤를 따릅니다.
한데도 지금 현재 나라 안팎에서 빚어지고 있는 정치 ․ 경제 ․ 사회 ․ 교육적 상황은 제 살 뜯어먹기에 바쁜 형국입니다. 오늘도 몇몇 친구는 불쑥 모임자리를 통고합니다. 약속은 이해관계를 따지는 규율이나 구속력을 갖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중한 약속은 우리 삶에 진한 생명을 불어넣는 질료입니다. 평소 약속을 얼마나 잘 지키십니까? 나부터 조그만 약속하나라도 함부로 여기지 않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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