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국 에세이칼럼 2014-155편
당신은 어떤 얼굴을 가졌는가
박 종 국
H. 발자크는 사람의 얼굴은 하나의 풍경이고, 한 권의 책이며, 그 용모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A. 링컨 역시 마흔을 지낸 사람은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자기 얼굴을 선택하는 자유가 없다. 부모로부터 재주나 체질과 마찬가지로 운명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천차만별인 얼굴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 중에서도 마음의 정직함이 그려져 있는 얼굴은 아름답다.
우리는 하루 동안에도 수많은 얼굴을 만난다. 양의 얼굴을 만나는가 하면 고양이 얼굴을 만나고, 원숭이 얼굴을 만나는가 하면 사람의 얼굴을 만난다. 거울에 비춰지는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면 낯을 찡그렸을 때 괴로움이 묻어나고, 환하게 웃는 얼굴에서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우리는 얼굴을 통하여 한 사람을 평가하며, 그 사람의 개성과 운명까지도 판단하게 된다. 그 만큼 얼굴은 한 사람의 모든 개성과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미운 사람의 얼굴에도 부정과 긍정의 삶이 배어있고, 애상과 환희가 겹쳐져 있다. 늘 좋은 얼굴이 없듯이 언제나 나쁘게만 보이는 얼굴도 없다. 그 표정은 온갖 바람결에도 달라질 수 있고, 온갖 것을 그 안에서 다 꿈꾸게 할 수 있다. 화가 나면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고, 기분 좋을 때면 달맞이꽃처럼 하얗게 피어난다. 어떤 때는 심술과 욕심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아 한대 쥐어박고 싶을 때도 있고, 어떤 때는 무척 고상한 것 같아 반하고 싶은 얼굴도 만난다. 하나같이 같은 얼굴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얼굴을 만나고 부대끼는 것은 행복하다.
여러 얼굴 모양을 그려본다. 얄미운 얼굴, 간사한 얼굴, 미련한 얼굴, 음탕한 얼굴, 무서운 얼굴, 사나운 얼굴, 독사 같은 얼굴, 무덤덤한 얼굴로 못 볼 것을 보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 시꺼먼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얼굴이 있는가 하면, 인자한 얼굴, 깜찍한 얼굴, 똑똑한 얼굴, 고아한 얼굴, 너그러운 얼굴, 부드러운 얼굴, 천사 같은 얼굴, 소탈한 얼굴, 깔끔한 얼굴로 언제 보아도 싫증이 안 나는 얼굴이 있다.
일찍이 소파 방정환 선생님은 그의 글‘어린이 예찬’을 통하여 어린이의 얼굴을 소담하게 그려냈다.
고요하다는 고요한 것을 모두 모아서 그 중 고요한 것만을 골라 가진 것이 어린이의 자는 얼굴이다. 평화라는 평화 중에 그 중 훌륭한 평화만을 골라 가진 것이 어린이의 자는 얼굴이다. 아니, 그래도 나는 이 고요한 자는 얼굴을 잘 말하지 못하였다. 이 세상의 고요하다는 고요한 것은 모두 이 얼굴에서 우러나는 것 같고 이 세상의 평화라는 평화는 모두 이 얼굴에서 우러나는 듯싶게 어린이의 잠자는 얼굴은 고요하고 평화스럽다.
고운 나비의 날개, 비단 같은 꽃잎, 아니 아니, 이 세상에 보드랍다는 아무것으로도 형용할 수가 없어 보드랍고 고운, 이 자는 얼굴을 들여다보라. 그 서늘한 두 눈을 가볍게 감고, 이렇게 귀를 기울여야 들릴 만큼 가늘게 코를 골면서 편안히 잠자는 이 좋은 얼굴을 들여다보라. 우리가 종래에 생각해 오던, 하느님의 얼굴을 여기서 발견하게 된다. 어느 구석에 먼지만큼이나 더러운 데가 있느냐? 어느 곳에 우리가 싫어할 한 가지 빈 가지가 있느냐? 죄 많은 세상에 나서 죄를 모르고 부처보다도 예수보다도 하늘 뜻 그대로의 산 하느님이 아니고 무엇이랴.
한평생을 사는 동안 사람의 얼굴은 열 번 변한다. 벌레 먹은 배추잎 같거나 나태한 고양이 상을 가졌어도 자신이 만든 얼굴이다. 객줏집 칼도마 같아도 동방누룩 뜨듯 떴어도 자기가 빚은 얼굴이다. 말고기 자반 같아도 밥이 얼굴에 더덕더덕 붙은 얼굴 생김을 가졌어도 스스로가 애써 가꾼 얼굴이기에 결코 싫어하거나 꺼릴 까닭이 없다. 얼굴은 자신의 성격을 말하며, 마음의 모습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얼굴은 마음의 인덱스다. 당신은 어떤 얼굴을 가졌는가. 날마다 시시때때로 바꿔야하는 가면의 얼굴이 필요한가. 아름다운 얼굴은 요리의 한 코스에 맞먹는다는 얘기가 있다. 낯을 찡그리고 살면 세월이 괴롭고, 마음이 편안한 얼굴을 가지면 하루하루가 꽃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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