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일록이 베푼 친절
영국의 유명한 연극배우 가리크가 마차를 타고 시골길을 달리는데 갑자기 마차바퀴가 빠지는 사고가 났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으나 마차를 수리하려면 다섯시간 이상이 걸린다고 했다. 할 수 없이 가리크는 마을의 찻집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신문을 넘기다가 이 시골극단에 자신이 출연한다는 광고를 보게 되었다. 가리크는 자신의 얼굴을 모르는 순진한 시골사람들을 속여 돈을 벌려는 악덕 극단주의 소행이라 생각하고 당장 그 극단을 찾아갔다. 허름한 극장 사무실에서 단장을 만났다, 그런데 언뜻봐도 그 극단의 상황이 좋아보이질 않았다.
“이 극단의 연극에 가리크가 나온다는데 정말입니까?”
“물론이지요. 아까 식사를 하고 계셨는데 못 보셨습니까?”
단장은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이마에 식은땀을 잔뜩 흘렸다.
“그렇다면 샤일록에게는 이런 표정이 어울리지 않을까요?”
가리크는 연극에서 하는 자신의 특유의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자 단장은 당장 그를 알아보고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병든 아내와 많은 단원들을 책임지다보니…….”
가리크는 단장이 괘씸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무명시절 힘들었던 기억이 생각나 마음이 아팠다. 저녁 때가 되자 예정대로 연극의 막이 올랐다. 극장안은 발 디딜 틈도 없이 만원이었다. 연극이 시작되고 샤일록이 나오는 순간, 관객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진짜 가리크다. 전에 런던에서 그의 연극을 보았어!”
성황리에 연극이 끝나고 가리크는 무대에서 오늘 일들과 극단의 어려운 상황을 말하며 관객들의 도움을 호소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하나 둘 가리크가 내민 모자에 돈을 넣기 시작했다. 모아진 돈을 들고 단장엑 간 가리크는 단장의 손에 그 모자를 쥐어주고 유유히 극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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