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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요리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5. 9. 2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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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요리

 

우리 어머니는 예전부터 몸이 약하셨다
그래서인지 어머니가 만든 도시락은
항상 초라했으며 보기 좋지 않았다
아무리 음식이 멋보다는 맛이라지만,
깨지고 터지고 타버린 반찬 뿐.

 

나는 친구들에게 그런 도시락을 보이는 게 부끄러워

매일 도시락을 쓰레기통에 내다 버렸고,
학교 식당에서 사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매우 기뻐하는 표정으로
"오늘은 네가 좋아하는 새우 반찬이야."

라며 귀띔해 주셨다

들뜬 마음으로 도시락을 열어보으나,
새우와 계란은 다 터지고, 모양도 찌그러지고,

음식이 섞여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쓰레기통에 버렸다.

 

사춘기에 멋만 부리던 나는 엄마 사랑은 뒷전이었다.
그날따라 집에 돌아온 나에게 어머니가 물었다.

"오늘 도시락 맛있었어? 어땠어?"

하고 자꾸 물어왔다.
문득 짜증이 나고 화가 치밀어 올라

"시끄러워! 이제 도시락 안 만들어도 돼!
어차피 버릴 건데!"

라며 소리를 질러버렸다.

어머니는 슬픈 목소리로
"그랬구나. 미안해."

이후부터 어머니는 도시락을 만들지 않으셨다.

 

그리고 반년 후,
어머니는 지병으로 돌아가셨다.
몸이 약하시긴 했지만,
그렇게 빨리 돌아가실 줄은 미처 몰랐다.
장례를 치르고 유품을 정리하다가
어머니의 일기장을 발견했다.

일기장에는 도시락에 관한 내용이 한가득이었다.

 

"병이 더 심해졌다.
이제는 손이 너무 흔들려 음식을 제대로 만들 수가 없다.
계란조차도 예쁘게 부칠 수가 없다."

 

일기는 그 날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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