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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한 책읽기 

박종국에세이/독서칼럼모음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6. 5. 1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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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한 책읽기


박 종 국



어제 학교에서 세 분의 어머니를 만났다. 미리 예정하였던 만남은 아니였으나, 부담 없이 좋은 자리로, 아이 키우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가 결국 뜸드린 얘깃거리는 아이들 책 읽기였다. 나 역시도 평소에 관심을 두는 터라 대화에 더욱 솔깃했니다. 공감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예전에 비해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한다는 어머니들의 말씀에 하고픈 내 이야기를 줄줄 풀었다. 어머니들의 생각도 나와 같았다. 아이들, 당장에 공부보다 책 많이 읽히는 게 먼저다. 이제까지 별다른 생각 없이 학원과외로 아이들을 내몰았다면 생각을 바꿔야한다. 단지 점수를 잘 받는다고 해서 아이 성장에 그다지 보탬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 그냥 책을 읽지 않는다. 즐겨 책을 읽게 하려면 다양한 책을 만나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은 단순하게 재미를 주는 책이다. 해서 부담 없이 책을 읽게 하려면 딱딱하고 지루한 내용의 책보다는 흥미 위주의 책을 골라 주어야한다.

 그저 좋은 책만 읽히겠다고 욕심을 가질수록 아이들은 그만큼 책가 멀어진다. 더욱이 무거운 내용의 책은 아이의 마음만 답답하게 할 뿐이다. 책꽂이에서 잠을 자는 책은 좋은 책이 아니다. 손에 닿는 책이라야 아이들의 마음을 살려낸다.

 

 그런데 아무리 책을 읽히려고 해도 아이들이 텔레비전을 보려 하고, 컴퓨터 앞을 고집한다. 당연하다. 어른도 머리 아파하며 책을 읽기보다 텔레비전 보고, 컴퓨터 오락이 더 즐겁다. 아이들 마음도 그러하다. 애써 뜯어 말리려고 목청을 높일 까닭이 없다. 지나치면 차라리 아니함만 못하다. 책 읽으라고 닦달하면 할수록 아이들은 책을 읽고픈 마음이 달아나 버린다.

 

 기다려 주어야한다. 어른도 책 한 권을 다 읽으려면 갖가지 일들과 맞서 이겨 내야하듯 아이도 해야 할 자잘한 일이 많다. 부모의 바람대로 선뜻 따라하지 않는다고 해서 얼굴을 붉힐 일이 아니다. 먼저 아이 스스로 읽어야할 책 목록을 뽑아보도록 하는 게 좋다. 그러면 아이가 어떤 책을 읽고 싶어 하는가를 파악하게 되고, 관심 가지는 영역을 캐어본다.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은 세상에 대한 편견이 없는 책이다. 깨어난  가치관을 가진 책이며, 어린이의 처지를 이해하는 책이다. 엉뚱하고 기발한 생각을 일깨워주는 책, 글과 그림이 아름답게 쓰였고 그려진 책이다. 내용이 새로워야 하고, 성실하게 공들여 만들어진 책이어야 한다. 재밌고, 설득력을 가졌으며, 감화를 주는 내용과 일관된 주제가 가진 책이어야 한다. 새로운 시도나 신선하고 의욕적인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좋은 책은 책꽂이에서 바쁜 책이다.

 

 그러나 명심할 점은 아이들에게 책 읽히려는 데 욕심을 갖지 않아야 한다. 더구나 책을 읽고 반드시 독후감을 써야한다는 일련의 강요를 하지 않아야한다. 자유롭게, 편안한 마음으로 책만 읽도록 다독여야 한다. 느긋한 분위기에서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도록 하는 게 바람직한 책 읽기다. 그러면 애써 책을 읽으라고 다그치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가 책을 가까이 하고, 책을 통하여 따뜻한 마음을 일깨친다. 또한 세상을 바라보는 부드러운 눈을 가진다. 


ⓒ 박종국 2016-16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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