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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의 유통기한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6. 6. 2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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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의 유통기한


늦은 밤, 한 청년이 24시간 편의점에 들어셨다. 행색이 초라한 청년이었다.

그 편의점에는 할아버지 혼자 계산대를 지켰다.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는 할아버지를 뒤로 하고, 청년은 빵 진열대 쪽으로 성큼 걸어갔다.

그리고는 빵을 하나씩 들고 유통기한을 확인했다. 벽시계가 자정을 살짝 넘어가는 순간, 청년은 기다렸다는 듯이 빵 하나를 들고 계산대로 왔다.

그런데, 계산대를 그냥 지나쳐 갑자기 밖으로 뛰어나가 버렸다.

할아버지가 황급히 쫓아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청년은 어두운 골목으로 몸을 숨겼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청년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편의점과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50미터 정도 걸었을 무렵, 청년의 어깨에 투박한 손이 가볍게 내려앉았다. 바로 편의점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섰다.

"아침에 먹을 게 없어서 훔쳤어요.

자정이 지나면 유통기한이 지난 빵 아니에요?"

청년은 손에 들었던 빵을 내밀며, 따지듯 말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우유를 하나 꺼내주며 이렇게 얘기했다.

"그런 빵이 하나 있었지.

목이 메일 테니, 이 우유와 함께 먹어요.

젊은이, 인정에는 유통기한이 없어요."

- 김승전 「뭉클」사랑밭새벽편지 중에서

 

|감성지휘자, 우리 선생님. 살림터. 2016.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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