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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그릇

세상사는얘기/박종국잎새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6. 11. 2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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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그릇

 

대단히 명쾌하나 못생긴 랍비가 로마 황제의 공주를 만났다.

그를 만난 공주는 비웃듯이 말했다.

"기막힌 총명이 이렇게 지저분한 그릇에 담겼다니!"

그러나 랍비는 그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물었다.

"궁 안에 술이 많습니까?"

공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그릇에 담겼나요?"

"항아리나 물주전자 같은 그릇에 담겼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랍비는 놀라는 시늉을 하며,

"적어도 로마의 공주님이라면 금이나 은으로 만든 그릇들도 많을 텐데 어째서 그렇게 형편 없는 항아리를 쓰신단 말입니까."

그러자 공주는 지금까지 금은 그릇에 담겼던 물을 하찮은 그릇으로 옮기고, 싸구려 그릇에 담아 놓았던 술을 금은 그릇으로 옮겨 담았다.

술맛은 금방 변해 맛없는 술이 되어 버렸다.

왕은 크게 노하여 물었다.

"누가 이런 데다 술을 넣었는가."

"그렇게 하는 게 더 잘 어울린다 싶어 제가 그랬습니다."

라고 공주가 대답했다. 그러고 나서 공주는 랍비에게로 가

"랍비여, 당신은 어찌하여 이런 일을 권했습니까."

하며 화를 냈다. 랍비는 넌지시 웃으며 말했다.

 

"나는 다만 당신에게 대단히 귀중한 물건이라도 싸구려 항아리 속에 넣어 두는 편이 좋다는 경우를 가르쳐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박종국카카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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