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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배고파요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7. 2. 1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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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배고파요

 

박 종 국

 

“해동아, 오늘은 힘이 없어 보이네. 기분이 안 좋아?”

“선생님, 배고파요. 어제 저녁부터 하나도 못 먹었어요.”

“왜? 배가 아팠더냐?”

“아니에요. 아빠가 집에 들어오지 않아 밥을 못 먹었어요.”

 

순간, 뜨끔했습니다. 잠시 해동이의 가정형편을 잊고 지냈습니다! 해동(가명, 9세)이는 엄마 없이 아빠랑 삽니다. 녀석의 말로는 엄마가 계시다고 하는데, 반 아이들은 유치원 때부터 엄마가 없다고 합니다. 더구나 해동이 아빠는 일거리를 찾아 이곳저곳으로 떠돌기 때문에 아이는 종종 집에 혼자 남습니다. 그러니 아빠가 멀리 일자리 찾아 떠나면 굶는 게 일상다반사가 되어 버렸습니다.

 

첫째 수업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해동이를 불러 사발면 하나를 사오게 했습니다. 우선 시장기만 다스릴 요량이었습니다. 학교가 시장통에 위치하지만, 근처에는 아침을 챙겨 먹을 만한 식당이 없습니다. 어린 아이한테 아침부터 라면을 먹이려니 뭣했지만, 더 이상 머뭇거릴 일도 아니었습니다. 부랴부랴 커피포터에 물을 끓여서 사발면을 불렸습니다. 해동이는 채 익지도 않은 사발면 한 그릇을 후딱 비웠습니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국물 하나 남기지 않았습니다.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근데 아이들은 해동이가 사발면을 먹는 사실만으로 짐짓 부러운 눈빛입니다. 그래서 다짜고짜로 입을 모읍니다. “선생님, 우리도 사발면 사 주세요!”고, 사발면이 먹고 싶답니다. 녀석들, 부모가 따뜻하게 챙겨주는 밥을 먹으면서도 고마움을 모르고, 단지 사발면 하나는 간식으로 생각합니다. 이렇듯 아이들과 해동이는 너무나 다른 가정환경입니다. 요즘 세상에도 끼니를 굶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나라 경제 사정이 나락으로 치닫는 지금, 도회지의 노동자들만 힘 드는 게 아닙니다. 농촌 사람들도 그에 못지않게 힘겹습니다. 사는 게 너무 눈물겹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차하면 가정이 해체되고, 종국에 농촌에는 늙은이들만 당그랗게 남았습니다. 아들며느리가 손놓고 떠난 손자손녀를 애달아하며 키웁니다. 이와 같은 조손가정의 난마는 도회지의 결손가정과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더구나 해동이같이 부모가 서로 등진 상태로 남겨진 아이의 양육은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 그나마 학교급식과 방과후 보육실 혜택이 다행스러울 정도입니다.

 

사발면 하나를 먹은 해동이는 금방 웃음을 되찾았습니다. 어쨌거나 녀석은 성격이 활달하고 행동이 민첩합나다. 그래서 친구 간에 어울림이 좋습니다. 어디 하나 궂긴 데 없이 표정이 해맑습니다. 녀석은 어른들이 저질러 놓은 잘못에도 그다지 구속을 받지 않숩니다. 첫째 시간을 마치고 우유급식을 했습니다. 그만하면 점심때까지는 두어 끼 굶었던 배고픔을 벌충 됩니다.

 

해동이가 환하게 웃는 얼굴이 참 보기 좋습니다. 며칠째 세찬 바람도 잦아들었습니다. 하늘이 말갛습나다. 당장에 사발면 한 박스를 사다놓아야겠습니다.

 

|박종국참살이글2017-10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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