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법칙
박종국 2017. 04. 16.
붓다가 살던 시절. 키사고타미라는 여인이 하나밖에 없는 자식의 죽음 때문에 괴로워했다.
아이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었던 그녀는 아이를 살릴 약을 찾아 사방을 헤매고 다녔다.
그런데 사람들이 붓다가 그런 신비한 약을 가졌다는 말을 했다.
키사고타마는 붓다를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내 아이를 다시 살려낼 약을 만들 수 없을까요?"
붓다가 대답했다.
"난 그 약을 어떻게 만드는지 아오. 하지만 그 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가 필요하오."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가 물었다.
"어떤 재료가 필요하나요?"
붓다가 넌지시 대답했다.
"겨자씨 한 줌을 갖고 오시오."
키사고타마는 당장에 그것을 가져오겠노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가 떠나려는 순간 붓다는 이렇게 덧붙였다.
"내가 원하는 겨자씨는 아이나 부모, 하인. 누구도 주지 않는 집안에서 가져온 씨앗이어야 하오."
그는 고개를 끄덕인 뒤, 겨자씨를 찾아 집집마다 돌아다녔다. 그가 찾아간 집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씨앗을 선뜻 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집에서 죽은 사람이 없느냐고 물었을 때, 죽음이 찾아오지 않은 집은 하나도 없었다.
어느 집에서는 딸이, 다른 집에서는 남편과 하인이, 부모가 죽었다.
집집을 돌면서 키사고타마는 죽음의 고통에서 자유로운 집은 한 집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슬픔에 빠진 사람이 자신만이 아니라는 걸 알고, 그는 생명이 빠져나간 자식의 몸을 내려놓은 뒤 붓다에게 돌아갔다.
붓다는 큰 자비를 갖고 말했다.
"당신은 혼자만 아이를 잃었다고 생각했소. 하지만 모든 생명은 영원히 살지 못하오. 그게 죽음의 법칙이오."
요즘들어 부고가 잦다. 그만큼 죽음자리를 생각할 나잇살이 됐다는 증거다. 더러 고만고만한 지병 하나씩은 가졌거나, 암이라는 천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처럼 나이듦은 그 자체만으로 죽음과 가깝다. 어제도 친구는 대학동창이 다섯가지 암을 동시에 선고받아 채 서너달 시한부 삶을 산다고 안타까워했다.
키사고타미라는 죽은 아들을 살리기 위해 돌아다니던 중, 누구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고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만 그렇게 엄청난 고통을 겪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깨달음이 자식을 잃은 고통을 없애주지는 못했지만, 자식을 잃고 서글픈 진실을 거부하려다 생긴 고통은 크게 줄여주었다.
누구나 고통과 아픔을 겪으면서 그것을 피하기 위한 방법을 생걱해냈다. 때로는 화학약품을 쓰기도 하고, 마약이나 술로 감정적인 고통을 누그러뜨리고 치유했다. 때때로 심리적인 방러와 무의식을 방법을 쓰기도 한다. 또한 그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 수많은 오락거리에 몰두한다. 물론 이렇게 하면 일시적인 고통은 피한다. 하지만 차료하지 않고 놓아둔 질병은 반드시 다시 곪아서 악화된다.
삶에는 반드시 문제가 일어난다. 우리 삶에서 가장 큰 문제는 늙고, 병들고, 죽는 거다. 이 문제는 도저히 피해갈 수 없다. 이런 문제를 피하거나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발버둥은 일시족인 안도감일 뿐이다. 그렇지만 더 좋은 방법은 하나다. 자신의 고통과 정면으로 맞선다면 더 나은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한다.
나는 어직도 부음을 전해 받을 때마다 죽음을 부정하게 된다. 늙는다는 자체 뿐만 아니라, 죽음을 부정하고, 원치 않는 일로 여기면서 그냥 잊어버리려고 한다. 아무리 부정한다한들 결국 그런 일이 닥친다. 해서 늙는 일과 죽음, 다른 불행한 일들의 고통에 익숙해짐으로써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게 올바른 노년의 삶의 자세라 여겨진다.
|박종국에세이칼럼 2017년 21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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