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말에는 관용과 은유가 없다"
부끄러운 말에 낯부끄러운 줄 모르고 살아
박종국 (jongkuk600)
우리가 하는 말은 세 종류로 나뉜다. 유익한 말과 무익한 말, 그리고 해로운 말이다. 유익한 말은 생명을 살리는 말, 화평케 하는 말, 덕을 세우는 말, 축복하는 말이다. 또한 칭찬 하는 말이며, 웃음과 기쁨을 주는 말이다. 그리고 무익한 말은 흔히 쓸데없는 말인데, 해도 그만 하지 않아도 그만인 말이다. 즉 무의미한 말이다. 그러나 유해한 말은 바로 생명을 죽이는 말이며, 분쟁을 일으키는 말이고, 화를 자초하는 말이며, 험담하는 말이다. 또한 나쁜 소문을 퍼뜨리는 말이며, 저주하는 말이다.
요즘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말을 주고받는 데 3초를 기다리지 않는다. 너무 조급하다. 따질 일은 따져야겠지만 오가는 말에는 날 선 공박뿐이다. 말에 관용과 은유가 없다. 나무둥치를 찍어대는 도끼의 말뿐이다. 용렬하고 천한 말, 남을 괴롭히는 말은 많지만, 멋들어지고 도리에 맞는 말, 잘 조복(調伏)하는 말,때에 맞게 헤아려 결정한 말을 듣기는 어렵다. 말에 고약한 냄새가 난다.
남을 해롭게 하는 말은 고스란히 천박한 사람에게로 되돌아간다. 즉각적인 응수가 능사는 아니다. 욕설을 욕설로 되받아치기는 어리석은 짓이다. 만약 누군가 나를 욕했다고 해서 욕설로 되받아치면 욕설의 오감(五感)은 끝이 없다. 욕설과 거친 말은 발을 씻은 대야 속의 물과 같다. 누구든 그 물로 세수를 하거나 양치질을 하지는 않듯이 누구든 먼저 발을 씻은 대야 속의 그 물을 버려야 한다. 조심성 없이 아무렇게나 툭툭 내뱉는 그 말 한 마디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는다. 입을 떠난 말은 다시는 주워 담지 못한다.
중세기 작가 보카치오(1313-75)가 쓴 <데카메론>(Decameron)에는. 당시 사회를 풍자했는데, 거기에는 음란하고 외설적인 내용도 많았다. 때문에 보카치오가 처음 그 책을 냈을 때 아무도 그 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래서 보카치오는 '어떻게 하면 책이 잘 팔릴까?' 이런 저런 궁리를 하다가 한 가지 묘안을 내게 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신부님들에게 그 책을 한 권씩 무료로 보내 주었다.
보카치오가 보내준 책을 읽은 신부님들은 외설적인 내용이 많은 '이런 책을 교인들이 읽어서는 안 되겠구나'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미사 시간에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지금 시중에<데카메론>이란 책이 나왔데, 그 책은 너무 외설적인 내용들이 많은 음란한 책이니 절대로 사 보지 마십시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날 이후로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왜냐하면 외설적이고 음란한 책이라고 '절대 읽지 말라'고 하니까, 교인들이 너도 나도 가서 사는 바람에 유명한 책이 되었다.
죄악으로 물든 우리 인간의 마음에는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고, 버려라고 하면 더 갖고 싶어 한다. 외설적이고 음란한 말, 어리석고 천한 말들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다 안다. 그리고 그런 말이 우리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빤히 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너무 좋아한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아름답고 선한 말보다는 음란하고, 추한 말을 더 좋아한다. 아니, 남을 닦달하고 폄하하며, 시기하고 질투하는 말에 혀가 더 가볍다. 겉으로는 아닌 듯 치장하고 감추어도 그 내면에는 그런 부끄러운 말들에 대한 동경하는 마음을 숨겼다. 다만 그 표현을 완곡하게 뱉어내는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
말에는 그 사람의 밑천이 드러난다. 누군가에게 추한 말이 쏟아져 나올 때에 조용히 그 분위기를 바꾸어야 한다. 함께 욕하고, 함께 흉보고, 함께 저주하는 말을 해서는 서로 낯빛이 좋아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부끄러운 말은 우리 입 밖으로 드러내지도 말고, 우리 안에 머물러 있지도 못하게 해야 한다.
어리석은 말보다 침묵이 더 아름답다. 침묵은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런데도 입은 날카로운 도끼와 같아서 그 몸을 스스로 깬다. 입으로 여러 가지 악한 말을 하면 도리어 그 도끼의 말로 그 몸을 스스로 해치고 만다. 때론 침묵이 필요하다. 적절한 침묵은 우레와 같다. 더 이상 남을 헤치는 천한 말은 다 버리고, 정겨운 말, 멋드러진 말을 말을 되찾아야겠다.
출처 : 요즘 말에는 관용과 은유가 없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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