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바이러스
박 종 국
아이들을 만나는 날이면 으레 동시 한 편을 낭송하고, 3분 스피치를 통해 자신의 강점을 밝히는 시간을 갖는다. 그러나 다들 눈만 멀뚱멀뚱, 의외로 자신을 선뜻 드러내는 아이가 드물다. 평소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데 주저했던 탓이다.
"저는 강점이 없어요."
"저는 장점이라고 내세울 게 하나도 없어요."
"제가 다른 친구들보다 잘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정말 내가 잘하는 게 '이것이다'고 드러내놓을 만한 게 없다는 표정이다. 하고픈 이야기는 많은데 멍석을 깔아놓으니까 괜히 머쓱해진다. 대개 아이들은 자기 강점을 밝혀보라면 막막하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래서 방법을 바꾸어 봤다. '남을 칭찬하고픈 이야기'를 글로 써 보면 어떨까 싶었다. 그래도 마찬가지였다. 칭찬할만한 거리를 찾느라 연필만 돌돌 굴리며 낑낑댄다. 정말 '예쁜 짓'을 가려내자니 칭찬할 게 별로 없단다.
이렇듯 아이들은 자신을 드러내는데 자신이 없다. 남을 칭찬하는 데 궁벽하다. 이는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칭찬의 기본은 관심이다. 관심은 아무리 사소한 일이더라도 상대방의 마음을 변화시킨다. 칭찬의 씨앗은 참 야무지게 싹을 틔운다. 그것으로 해서 칭찬할 거리는 무궁무진해진다.
"칭찬할 게 없어요."
"억지로 칭찬하고 싶지 않아요."
"무엇을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누구나 상대방을 칭찬하는데 서툴다. 상호역할 범주가 달라서 무엇을 가려야할 지, 어떤 성과를 낸 일을 골라 칭찬을 해야 할 지 꺼려진다. 그러니 봄날처럼 좋은 분위기에 휩싸였다가도 누구하나 칭찬하려면 진땀이 난다.
"이발을 하셨네요. 참 잘 어울리네요."
"그 옷 자주 입고 오세요. 머리가 상쾌하고 시원한데요."
"선생님, 책 많이 읽으시나 봐요. 평소 읽을 만한 책 추천 해주세요."
소소하지만 기분 좋게 하는 말은 서로 즐겁다. 작지만 기분 좋은 말들이 술술 나오는 사람 곁에 서면 절로 행복하다. 그러한 칭찬은 아부도, 비굴도 아니다. 진심어린 마음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면 누구든 좋게 받아들인다. 칭찬의 기본은 관심이다. 그러나 이도저도 아니고 칭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누구를 칭찬한다는 자체가 힘 든다. 칭찬도 연습이 필요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자기에게 좋아해주는 사람과 잘 지내기는 누구나 익숙하다. 그런데도 나를 싫어하는 사람, 그 누군가를 설득해야한다면 그것은 결코 쉽지 않다. 먼저 그의 마음을 열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싫은 사람도 시치미 뚝 떼고 칭찬거리 한 가지를 찾아서 칭찬해야한다.
혹자는 말한다.
"아무리 어렵고 힘 드는 사람이라도 칭찬 연습을 석 달만 하면 칭찬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워진다. 칭찬은 하면할수록 좋게 묻어나는 법이다. 칭찬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넙죽넙죽 칭찬해야한다. 다만 칭찬을 할 때는 진심을 담아야 한다."라고.
근데 올해 아이들은 6학년 아이들은 사뭇 다르다. 무시로 내뱉은 말에 아름다운 향기가 담뿍 묻어난다. 말씨가 부드럽다. 서로 친밀감이 두텁기도 하지만, 평소 생활태도에서 분명 좋은 말맛이 도드라졌다. 남을 좋게 이야기한다. 바로 남을 기분 좋게 하는 칭찬 바이러스에 단단히 감염되었기 때문이다.
박종국에세이칼럼 2017-22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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