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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15분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7. 4. 2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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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15분

 

박 종 국


생명이 채 15분밖에  남지 않은 한 젊은이를 주인공으로 한 연극 <단지15분>을 보면 이러하다.

 
주인공은 어려서부터 총명했다. 이후 뛰어난 성적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논문 심사도 극찬을 받았다. 이제 학위를 받을 날짜만 기다리면 되는 상황, 그의 앞날은 장밋빛 그 자체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가슴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정밀검사 결과, 청천벽력 같은 진단이 떨어졌다. 시한부 인생. 그것도 남은 시간이 단지 15분뿐. 그는 망연자실했다.
이 모든 상황이 믿겨지지 않았다.



그렇게 5분이 지나갔다. 이제 남은 인생을 10분이었다. 이때 그의 병실에 한 통의 전보가 날아들었다.

'억만장자였던 당신 삼촌이 방금 돌아가셨습니다. 그의 재산을 상속할 사람은 당신뿐이니 속히 상속 절차를 밟아주십시오.'

그러나 죽음을 앞둔 그에게 재산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운명의 시간은 또다시 줄어들었다.
그때 또 하나의 전보가 도착했다.

'당신의 박사학위논문이 올해의 최우수상을 받게 됐음을 알려드립니다.

축하합니다.'

이 축하 전보도 그에게는 아무 위안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절망에 빠진 그에게 또 하나의 전보가 날아왔다. 그토록 애타게 기다렸던 연인으로부터 온 결혼 승낙이었다. 하지만 그 전보도 그의 시계를 멈추게 할 수 없었다.



마침내 15분이 다 지나고 그는 숨을 거두었다. 이 연극은 한 인간의 삶을 1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응축시켜 보여준다. 이 청년의 삶은 우리의 삶이다. 젊은 시절의 꿈을 좇아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어느새 머리카락이 희끗해진다.  그리고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즈음이면, 남은 시간이 별로 없음을 발견한다. 그때 가서 후회한들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올 리 없다. 시간은 흐르는 강물과 같아서, 막을 수도 없고 되돌릴 수도 없다.

 
그러나 이 물을 어떻게 흘려보내느냐에 따라 시간의 양이 달라진다. 

루시우스 세네카는 말했다.

“인간을 항상 시간이 모자란다고 불평을 하면서 마치 시간이 무한정한 듯 행동한다.”



지금까지 지천명을 살면서 좋은 일 궂은일을 많이 겪었다. 쓸데 없는 데 눈이 쏠려 허튼 시간을 보내기도 했으며, 같잖은 일로 얼굴 붉히고, 까만 밤 하얗게 지새우기도 했다. 지내놓고 보면 후회막급한 일도 많았다. 하지만 시간은 언제나 기다려주지 않았다. 눈이 침침해지고, 귀밑머리 하얘졌다. 얼굴에 잔주름 쪼글쪼글해지고, 손마디도 거칠어졌다. 숱한 세월을 보낸 뒤끝의 편린이자 훈장이다.


그렇지만 과거에 목매지 않고, 더 많은 희망을 노래하고, 더 많은 책을 읽고, 글도 자주 쓰리라. 몸 안 좋다고 모임 자리 꺼려하기 보다 기꺼이 나아가 술잔도 자주 권하리라. 설령 그 일로 생명이 줄어든다해도 사람사는 향기가 풋풋한 곳이라면 충분히 경청하고, 소소한 삶에 공감하고 만족하리라. 네 삶이 단지 15분남았다해도.    


박종국에세이칼럼2017-23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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