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안, 우리 사회의 주역이 될 날이 그리 멀지 않다
박 종 국
농촌지역 학교에 근무한다. 원래 농투성이 아들로 태어나 농촌 사정을 훤히 꿰뚫지만, 요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져 안타깝다. 무료함에 지친 노인네들 마른 담배를 태우는 모습은 처연하다. 그뿐이랴. 농촌에 남아 땅뙈기를 지키는 이들은 더 이상 희망을 노래하지 않는다. 오뉴월 땡볕아래 등줄기 휘어지도록 농사 지어봤자 죽 쑤어 개 주는 꼴이 된지 오래다.
이미 농촌사회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변방으로 밀려났다. 그렇기에 농촌 총각으로 살아간다는 자체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사람 가치는 물론, 돈에 의해서 평가되는 세상에서 결혼조차 버겁다. 그래서 농촌 총각들은 궁여지책으로 주변화 된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국제결혼을 선택한다. 연변,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인도, 우즈베키스탄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국제결혼으로 그들이 속한 사회의 정치․경제․문화적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시도한다. 밑으로부터 세계화가 진행된다!
국제결혼이 우리 사회의 주요한 사회현상으로 대두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들어 해마다 20% 이상 늘어나 재지난해는 전체 결혼 건수의 13.6%를 차지했고, 국제결혼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매해 4000명을 웃돈다. 이렇듯 세계화(?)의 영향으로 외국인과 혼인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나는데, 그들 대부분의 혼혈인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순혈주의로 인한 편견과 따돌림, 문화적 차이와 구직 실패 등으로 고통 받는다.
필자가 사는 군지역의 경우 2005년 출생신고 된 아이는 총 186명이었다. 그 중에 코시안1)은 24명에 이른다. 문제의 심각성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따지고 들여다보아야할 점은 서른 살이나 더 많은 남자와 결혼해 언어문제, 문화차이, 가족간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어린 외국인 신부다. 의사소통문제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문화를 익히고 이해하는 벽이 높다. 자녀 교육문제는 더 심각하다. 더욱이 불과 십년 지나지 않아서 그들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아직은 취학 전 아이들이지만, 이들이 우리 사회, 문화의 주역으로 부각될 날은 그리 멀지 않은데 마땅한 교육적인 대비책이 없다. 향후 우리 교육현장에 커다란 문제로 불거질 게 불 보듯 뻔하다.
그나마 다행은 최근 몇몇 지자체 차원에서 이들 코시안 어린이와 부모를 위한 통합정책을 마련 중이다. 전라북도교육청은 지난해 11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역 내 혼혈인 초등학생의 학습생활지도를 위한 전담팀을 만들어 지원한다. 또한 순천지역의 경우, 순천외국인한글학교가 설립운영 되고, 매산․효천고등학교2)에서도 베트남과 필리핀, 태국, 몽골 등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한글수업을 실시 중이다. 한편 진주초등지회를 비롯한 몇몇 지역에서는 국제 결혼한 여성들이 초등학교 등을 순회하며 해당 국가 언어나 문화를 직접 가르치고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경우도 늘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이상 이주여성들이나 코시안들이 우리와 다른 피부, 다른 용모를 가졌다고 해서 백안시해서 안 된다. 외국인 이주 여성들은 바로 우리 이웃이다. 그렇기에 늦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한다. 그들이 언어와 문화에 대해 배우고,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한글교육과 한글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 우선되어야한다. 문화적으로 소외된 농촌지역 이주여성들에 대한 한글수업은 절실하며, 자녀들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들을 우리와 같은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법적,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 사회를 다문화공동체 사회로 변화 발전 시켜나가려는 다양한 정책들이 절실하다. 향후 십년 후 코시안 아이들을 제자로 맞았을 때 그들과 함께 비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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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 사회에는 혼혈인을 부르는 세 개의 신조어가 있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 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메라시안(Amerasian)’, 1960∼1970년대 베트남 전에 참전한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라이 따이한(Lai Daihan)’, 그리고 1990년대 이후 외국인 노동자와 한국인 여성, 혹은 농촌의 한국인 아버지와 아시아계 어머니 사이에서 생긴 ‘코시안(Kosian)’이 그것이다.
2) [순천효천고등학교 한글수업] 참여교사 20명, 매주 수,목요일(10:00-12:00, 주당 4시간), 지역별 등하교 편의제공(버스2대), 수준별 분반수업(각 교시당 교사 4명이 지도), 다국적 한글수업 실시(몽골, 태국, 베트남)
순천매산고등학교 한글수업] 매주 화요일(10:00-13:00), 참여교사 2명, 필리핀 이주여성 20명,
[순천남부교회 한글수업] 2006년 9월부터 실시, 매주 화․금요일(10:00-13:00), 베트남인 25명, 초등학교 교사, 대학교수 등 자원봉사자로 운영하며, 초등학교 교과서(국어, 수학, 음악, 영어 등)를 지도. 등하교를 위해 교회차량 운행. 수업 후 식사제공. ☞ 자료가 더 필요하신 분은 조선용(순천효천고, 전남지부 순천사립, syjoe@hanmail.net) 선생님께 문의 바람.
/2007년 <우리아이들>3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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