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박 종 국
한동안 잊고 지냈던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순간, 바빴다는 내 변명이 먼저였지만, 그럼에도 그는 한결같이 자근자근 이야기했다. 마음이 참 따뜻한 친구다.
지천명을 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만큼 마음 맞는 친구의 끈도 많아졌다. 학교를 통해서, 직장을 통해서, 사회활동을 통해서 만난 인연이다. 때론 우정의 가교를 통해서 좋은 향기를 가진 사람과 교유했다. 더 많이 가졌다고 해서, 나은 품성을 도야했다고 하여 그것 때문에 가까이 하지는 않는다.
子曰 三人行 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 『論語』「術而篇」, 7-21. 세 사람이 가면 그 가운데서 반드시 내 스승이 있고, 그 중에 선한 것을 가려서 본받고, 선하지 않은 것을 고쳐야한다는 경구다. 세 사람이 함께 가는 데, 그 중 한 사람은 자신이다. 그런데 그 두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은 선하고 한 사람은 악하면, 내가 그 중 선한 사람의 행동을 본받고, 그 중 악한 사람의 행동을 고치므로 이 두 사람 또한 나의 스승이다.
친구 중에는 현직 시장과 국회의원, 변호사와 의사, 사업가도 많다. 시인, 소설가, 수필가, 동화작가, 교장교감, 장학사나 교사, 공무원, 회사원도 만났다. 그렇지만 배움이 적어서 험한 일을 해도 세상을 바르게 사는 사람을 가까이 한다.
오늘 전화한 친구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강원도에서 태어나 팍팍한 가난살이를 떨쳐볼 요량으로 초등학교를 마치자 마자 부산으로 왔었고, 지금은 자신의 자동차 정비 업체를 하며 늘 기름때와 더불어 산다. 그의 손에 닿으면 세상 모든 차량들이 비까번쩍한 새 차로 거듭 태어난다.
나는 기름때 절은 그의 얼굴이 아름답다. 그에게는 언제나 삶의 좋은 향기가 품어져 나온다. 그는 늘 자신에 찼다. 비록 못 배우고 낮은 자리에서 일하지만, 아들 딸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키우겠다고. 그렇다고 대개 바라는 사회적인 인사가 되라는 바람은 갖지 않는다. 그저 사람노릇 떳떳이 하면서 남과 의좋게 사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의 희망은 소박하다. 그에게서 세상사는 도리를 배운다.
전화 끄트머리에 그가 사족을 달았다. 오랜만에 선생 턱 한번 내라는 지청구였다. 선뜻 응대했다. 친구가 귀띔하면 곧바로 달려가 그가 즐겨하는 삼겹살 안주에다 막소주로 회포를 풀 거다. 소주 서너 병이면 그 동안 묵혀두었던 우리들 이야기가 다 풀려난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관조할 줄 아는 그의 너그러움이 부럽다. 누구보다 아름다운 삶의 향기를 가진 그를 사랑한다. 그가 내 친구인 게 자랑스럽다. 친구는 내 삶에 신성과 같은 응원군이다.
오늘, 친구 덕분에 참 좋은 마음을 되찾았다.
|박종국2017-27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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