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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다울 때 아름답다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7. 5. 18.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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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다울 때 아름답다


박 종 국


인도의 시인 타고르는 ‘사랑’을 ‘이해’라고 노래했다. 상대방의 고민이나 슬픔, 불만의 깊이는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이해된다. 사랑은 주는 사람뿐만 아니라 받는 사람 모두를 배려해 준다. 기쁘고 즐거울 때, 어렵고 힘겨울 때, ‘나’보다 ‘우리’라는 말이 더 든든하다. 우리라는 마음가짐이 서로에게 큰 힘을 발휘한다. 조그만 사랑의 실천은 자신에게서 그치지 않는다. 사랑은 전염성이 워낙 강해서 금세 사람 사는 세상으로 펴져나간다. 또 사랑하면 사람의 모습도 바뀌게 된다. 그가 누구든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아름다움이 스몄다.


그러나 사랑은 눈부신 햇살 같은 기쁨만으로 이루어진 파랑새는 아니다. 그와 비례해서 괴로움과 슬픔과 아픔과 눈물을 딛고 서야하는 아픔이 따른다. 그래서 사랑만이 상처 난 사람들을 치료해 준다. 하여 자기 마음속에 사랑이 깃들었을 때 마음껏 나누어야한다.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된다. 사랑은 남에게 나눠준다고 해서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인생은 소유가 아니라 나눔이다. 그렇지만 지금 세상은 가지면 가질수록, ‘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우리’라는 따뜻한 말이 사라진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우리’가 절실한 때다.


아프리카의 깊은 숲속 한 부락의 원주민들에게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풍습이 전해진다. 바로 ‘용서 주간’이다. 날씨가 좋은 날에 실시되는 이 풍습은 모든 사람들이, 누구에게나, 어떤 잘못이라도 용서해주기로 서약하는 주간이다. 그것이 오해이든 사실이든 상관없이 모두 용서해준다.

 

그런데도 우리는 조그만 일에 너무 쉽게 분개하며 용서하는 마음에 인색하다. 이는 자기 마음속에 깃든 사랑을 베푸는 그릇을 크게 빚지 못했기 때문이다. 꾸중과 원망, 질책들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사랑으로 곱게 양념한 용서만이 사람을 변화시킨다. 내가 먼저 실천하는 조그만 사랑이 나를 바꾸고, 내 주위를 바꾸며, 나아가 세상을 바꾼다. 그런 신념을 가진 사랑을 하고, 그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만이 미소 짓는다. 또 그런 사람이 우리들 가슴에 북소리를 울려주는 영혼의 음악가가 된다.


삶은 단 한권의 책과 같다. 일생을 통하여 단 한 번밖에 읽지 못하며 다시는 앞장으로 되돌려 읽을 수 없는 책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정된 이 삶의 책을 읽으면서 작은 기쁨에 너무 들뜨고, 조그만 아픔에 너무 쉽게 절망한다. 지레짐작으로 너무 쉽게 포기한다. 또 사소한 일에 얼굴 붉히고, 자잘한 일에 쌍심지를 돋궈가며 시기하고 질투하는 일이 잦다. 생각을 담지 않고 말을 함부로 하고, 언행일치가 잘 안 된다. 눈알 부라리며 싸우는 일이 많아지니 어깨 죽지 힘 빠진다.

아름다움은 일부러 꾸미고 변화시키려고 할 때 나타나지 않는다. 사람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설 자리에 서고, 사람다운 향기가 풋풋할 순간이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그에 충실할 때 자신도 모르게 남들이 먼저 그 아름다움을 느낀다. 그대다울 때 가장 아름답다.

 

오늘 하루 무심코 던진 말 중에서 상대방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독화살 같은 말은 없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는 찾으려고 애를 쓰면서도 왜 잃어버린 자신의 마음을 찾으려는 마음이 덜할까? 날마다 자신의 손과 얼굴을 씻듯 자기의 마음을 정갈히 가다듬는 데 후해야겠다.

 

|박종국 201-28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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