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엄마
박 종 국
요즘들어 부쩍 많은 책을 읽었다. 3월 새부임지 중리초등학교. 그곳에 내가 가장 소원하는 책의 보고, 중리복합도서관이 덩그렇게 자리한다. 세상에 단일 초등학교 도서관 규모가 이만한 데는 또 없을 거다. 웬만한 시립도서관 버금간다. 수많은 장서들을 보면 그저 웃음이 실실난다. 매주 5권 대출하는 건 물론, 점심 자투리 시간에도 도서관을 찾는다. 특히 오늘은 '문화의 날 수요일'이어서 10권씩 대여해주는 특혜를 만났다. 해서 넷째시간 아이들과 도서관에 똬리를 틀고 자유스럽게 책 읽는 시간을 가졌다. 담임을 맡고 우리 반 아이들이 좋아라하는 일 중의 하나다. 아이들도 무려 10권씩 책을 빌렸다. 그 덕분에 우리 교실에는 책 향기가 가득하다.
나는 어떤 책을 읽는가? 순전히 요리책만 편식한다. 4월 어느 날부터 도서관에 들리면 신간이든 구간이든 요리책만 눈에 띈다. 누군가 그랬다. 옷을 사러 가는 날은 옷가게만 보이고, 신발을 사러 가는 날은 신발 가게만 보인다. 그랬다. 계절적으로 먹을거리가 풍성해서 그런지 하루 식탁이 풍부하다. 상추겉절이 하나면 밥 한 공기가 후딱 비워지고, 햇마늘 양파 듬뿍 넣은 고등어조림 하나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밥 그릇을 비운다. 이럴 때 열무김치는 차라리 밥도둑이다. 그 덕분인지 내 뱃살은 이제 거의 해산달에 가까웠다. 지청구를 맞아도 입맛은 어쩔 수 없다.
오늘 대출한 도서를 보면 나의 식탐이력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엄마가 챙겨주는 청소년의 아침식사』『빵이 있는 따뜻한 식탁』『밑손질 조리방밥』『50년 요리명가의 아이반찬 & 간식』『좌충우돌 신혼요리』『엄마의 부엌』『어묵 밥상』『집밥 도시락』『최고의 요리 비결』『예쁜 밥』어떻는가? 대충 책 이름만 들춰봐도 입안에 군침이 절로 돋는다. 어느 요리 하나도 빠트릴 수 없는, 가히 걸작들이다. 아이들을 돌려 보내놓고 서둘러 책을 펼쳤다. 『엄마가 챙겨주는 청소년의 아침식사』책은 표지에 저자의 둘째딸내미가 엄마에게 보내는 '엄지 척'으로 시작된다.
"아침밥 먹고 힘내렴!"
-사랑하는 엄마
그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엄마는 아이들이 밥을 먹고 나서 '엄지 척' 올려주는 엄마가 아닐까. "엄마의 사랑이 담긴 아침 식사로 아이에게 활력을 더해주세요' 두 딸아이 저자는 이 책을 준비하면서 '엄지 척'을 받는 엄마란 데 다시 한 번 감사하다며, 독자님들과 그런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자 책을 펴냈다며 기대와 설렘을 밝혔다.
우선, 책의 프롤로그를 세 번이나 읽었다. 왜냐? 요리에 대한 저자의 간절한 바람이 여기에 담뿍 배여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청소년의 아침 식사를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눠 소개한다. 그 이유는 계절마다 아이들이 겪는 신체적인 어러움이 다르기 때문이란다. 즉, 춘곤증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봄, 무더위에 기력이 약해지는 여름, 환절기에 면역력을 높여야 하는 가울, 추위를 잘 이겨내야 하는 겨울. 각 계절의 제철 재료를 사용해 이러한 증상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요리를 개발했다. 다만 이요리들은 꼭 아침 식사가 아니어도 점심이나 저녁 식사로 준비해도 좋다는 견해를 밝혔다. 아이들은 뭐든지 잘 먹으니까.
부록에서는 외모에 관심이 커지는 청소년기에 영양가가 적고, 칼로리만 높은 감식은 미운 군살을 만들어낸다며 칼로리 부담을 줄이는 야식을 소개했다. 아울러 주말만큼은 엄마의 정성이 가득 담긴 기력 충전 보양식을 소개한다. 엄마라면 일독이 필요한 요리지침서이다.
어렸을 적 학교를 파하고나면 으레 배가 고팠다. 그렇 때면 논밭산야가 온통 군입거리 대상이었다. 풋완두콩, 풋감도 따 먹고, 생고구마 아린 양파도 맛나는 간식거리였다. 그 즈음 밀서리는 우리들 배고픔을 채우는 단골 매뉴였다! 검불에 새까맣게 그을린 밀이삭을 비벼 깜장 고무신에 넣고 이이빨이 아리도록 씹고 또 씹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만큼 달디단 간식은 또 없으리라.
맨발에 까까머리들이 온종일 뛰놀다 꾀죄죄한 몰골로 집안에 들어셨을 때, 칼질하는 엄마의 도마소리, 무언가를 보글보글 냄비에 끓는 소리를 들으면 그냥 행복했다. 하지만 그때는 따뜻한 밥 한 공기를 준비하는 데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그 감사함을 모른 채 꾸역꾸역 밥만 먹어댔다. 이제 지천명 문턱을 넘어 엄마 되고, 아빠가 되어 보니 정성 어린 그 밥상이 대단한 밥상이 아니었더라도 늘 활기가 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오늘도 나는 가족 밥상을 직접 내 손으로 짓는다. 잠에서 깨어 밥을 먹는다는 건 정말이지 커다란 에너지를 가동시키는 일이다. 모든 시작은 아침밥을 열심히 차리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요즘 쉬운 요리법이 유행이다. 나름대로 맛에는 항금 비율이 종해져 기본에 충실하다 보면 곁가지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근데 난 30여년 요리 구력을 가졌음에도 아무렇게나 요리한다. 아니, 아무렇게나 요리하듯 보이게 요리한다. 수없이 많은 요리 비결과 비법이 빤한데도 요리를 하다보니 저절로 내 입맛에 맛는 최상의 맛을 찾기보다, 내가 정확한 요리의 기본을 알기 때문이리라.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서 요리실습을 자주 한다. 그럼에도 나는 '이것이다'며 내 요리 비법을 고집하지 않는다. 요리는 글자를 배우듯 습득훈련이 필요하다. 근데 요즘은 너무 간략해지고, 혀끝만 자극하는 음식이 많아졌다. 걸핏하면 달디단 음식을 내놓는다. 그보다 기본에 충실한 레시피들이 많은 데도. 어쨌거나 엄마표, 아빠표 아침밥상은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큰 힘이 된다. 바쁜 워킹맘일수록 조금만 더 서둘러 사랑을 담은 식사와 간식을 준비해놓고, 식탁 위에 먹을거리와 쪽지를 남겨보라. 학업 스트레스가 많은 아이들에게 감동 그 자체다.
박종국 2017-31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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