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샘물
박종국(에세이칼럼니스트)
어느 부인이 수심에 가득찬 얼굴로 정신과 의사를 찾았다.
"선생님, 저는 더 이상 남편과 못살겠습니다. 그 사람은 너무 신경질적이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살아요."
그 말을 들은 의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부인, 우리 병원 옆으로 조금 가다 보면 작은 우물이 하나 보일 겁니다. 그 우물은 신비의 샘으로 유명합니다. 물을 통에 담아 집으로 들고 가세요. 그리고 남편이 돌아오면 그 물을 얼른 한 모금 드십시오. 절대 삼키시면 안 됩니다. 그렇게 실행한다면 아마 놀라운 변화가 생길 겁니다."
부인은 의사의 말대로 우물을 길어다가 집으로 돌아 갔다. 그 날 밤늦게 귀가한 남편은 평소처럼 아내에게 불평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예전 같았으면 부인도 맞받아쳐 싸웠을 테지만, 그날은 의사가 가르쳐 준대로 신비의 물을 입안 가득 머금었다. 그리고는 물이 새지 않도록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렇게 한참을 지나자 남편의 잔소리는 잦아들었다. 그 날은 더 이상 다툼이 되지 않아 무사히 지나갔다. 그 후로 남편이 화를 낼 때면 부인은 어김없이 그 신비의 물을 입에 머금었다.
그것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남편의 행동은 눈에 띄게 변해 갔다. 먼저 신경질이 줄어들었고, 아내에 대해 막 대하던 행동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부인은 남편의 변한 태도에 너무도 기뻐 의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러 갔다.
"선생님, 너무 감사합니다. 그 신비의 샘이 너무도 효능이 좋더군요. 우리 남편이 싹 달라졌다니까요."
의사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남편에게 기적을 일으킨 명약은 그 물이 아니라, 당신의 침묵이었습니다. 남편을 부드럽게 만든 기적은 그 침묵과 이해 때문이었습니다."
요즘은 무엇이든지 빠른 걸 좋아하고, 한편으로는 참을성이 부족한 시대다. 달변보다는 때로는 침묵이 요구된다. 하고 싶은 말을 다 뱉어내어야 직성이 풀리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서로의 가슴에 깊은 골이 생기긴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한쪽에서 참으면 상대방도 변한다. 옛말에 참을 '인자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듯이 서로가 조금씩 참는다면 가족, 이웃, 친구는 물론, 연인사이에도 깊은 신뢰감과 사랑이 넘쳐 나지 않을까?
살면서 침묵 연습도 필요하다.
박종국에세이칼럼 2017-4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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