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커튼
박 종 국
길가다가 한번쯤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건물을 보았을 테다. 건물 외벽을 감싸는 녹색식물을 볼 때면 마냥 예쁘고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것 역시 에너지 감축을 유도하는 환경 친화적인 건물 디자인이다.
건물 외벽이나 창문에 녹색식물들을 심어놓는 게 ‘그린커튼’ 또는 ‘식물커튼’이다. 혹은 ‘벽면녹화’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그린커튼은 건물 창가에 여름한철 나팔꽃, 풍선초, 유흥초, 수세미, 조롱박, 여주 덩굴식물을 심어 도시 경관개선은 물론,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에너지 절감한다. 그린커튼은 그 자체로 심미적인 아름다움을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건물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주기도 한다. 또 여름철에는 따가운 햇볕을 막아주는 커튼 역할도 한다. 바로 식물이 뜨거운 열기를 잡아 온도를 낮춰주기 때문이다.
그린커튼의 대표적인 예로 최근 기네스북에 등재된 서울시청의 수직정원(Green Wall)이다. 서울시청의 외벽은 유리로 만들어졌다. 외부의 햇빛이 고스란히 식물에게 전해져, 건물 안에서도 사계절 내내 식물이 잘 자란다. 또, 유리 외벽 옆, 화분에는 대나무를 심어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따가운 햇볕을 잘 가려준다.
서울시청의 수직정원은 그린커튼과 벽면녹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수직정원은 서울시 청사 1층부터 7층까지 약 1516㎡의 면적을 차지한다. 이것은 세계 최대 규모로 축구장 면적의 1/3에 달한다. 지난 2월에는 기네스북에 최대 크기의 수직정원으로 등재되었다.
수직정원에 설치된 식물은 산소와 음이온 배출을 통하여 실내 공기를 정화하고, 실내의 오염물질과 먼지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여 실내의 미세한 기후를 조절하고, 외부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경감시켜주는 등 방문객에게 쾌적함을 제공한다. 심미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설치만으로도 에너지 절약과 환경 친화 기능을 수행하는 서울시청의 그린커튼. 청사 내에는 오히려 밖보다 상쾌한 공기가 코끝에 전해진다.
필자도 교실에서 아이들과 나팔꽃을 비롯한 넝쿨식물을 심어 그린커튼 만들기 체험을 하였다. 가정에서도 넝쿨식물을 화분에 심어 베란다 창가에 키워 그린커튼을 만들면 냉방비 절감효과는 물론, 가족과 함께 녹색환경생활 실천이 가능하다. 성장이 빠른 넝쿨식물을 심으면 에너지 절약효과 눈에 띠게 빨라진다. 학교 외벽이나 아파트 창가에도 권장할 만하다. 담쟁이 등 덩굴식물을 창가나 베란다에 심어 그린 커튼을 만들면 일반커튼을 사용할 때보다 15~30%까지 실내 온도를 낮춘다.
어제 우리 집 강아지 행자랑 산책 나갔다가 수세미 그린커튼을 만났다. 해마다 그 집은 수세미로 집안 전체를 아치형 터널로 만든다. 물론 개인주택이어서 가능할 테지만, 우리 학교에서도 그린커튼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교실 외에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내년에 울창한 그린커튼을 상상해본다. 벌써 벽을 타고 높이 올라가는 수세미, 오이, 조롱박 넝쿨이 눈에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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