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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무엇입니까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7. 8. 1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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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무엇입니까

 

박 종 국

 

어떤 취미를 갖고 계십니까?”

모임자리 뜬금없는 질문을 받았다. 여태 별로 내세울만한 취미를 가진 바 없어 선뜻 답변을 못하고 주저하는데, 옆에 앉은 친구가 대뜸 골프와 낚시를 즐긴다고 했다. 다들 좋은 취향이라며 극찬했다. 요즘은 네댓만 모여도 골프결사다. 사실 난 골프에 문외한이다. 칠 기회는 많아도 그냥 내가 마다했다. 왠지 나와는 걸맞은 운동 같아서였다.

녹색융단 위를 거닐며 골프채를 휘두르면 얼마나 기분 좋으랴. 그저 지켜보기만 해도 신명나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운명적으로 골프하기엔 열악한 신체구조다. 지독한 왼손잡이에다 몸매나 시력도 안 좋다. 하여 자천타천으로 골프와는 담을 쌓고 지낸다.

고상한 운동인 테니스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축구 발상지인 영국이 여타 운동을 제쳐두고 테니스가 최고의 운동이라고 부추겼을까? 우선 테니스는 서로 몸 부대낌이 없으며, 시비를 따질 일이 없는 그야말로 신사경기다. 그들은 거친 몸싸움이 관권인 축구, 엉뚱한 판정이 시비가 되는 야구, 유도나 레슬링, 태권도 같은 경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일전에 근무했던 학교 운동장에 테니스 코트 두 면이 마련됐었다. 젊은 동료들은 시간만 나면 코트에서 살았다. 어떤 날은 불을 밝히고 부지런히 공을 받아넘겼다. 이 또한 나는 신명을 느끼지 못하고 공동 구매하려던 테니스채를 나 혼자만 빠졌다. 내가 테니스를 하기엔 좀 미련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난 그렇게 죽어라 공을 따라다닐 재간이 없었다.

 

어느 동호회 활동을 하십니까?”

이건 또 뭐냐? 동호회는 같은 취미를 가지고 함께 정보 따위를 나누면서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클럽이나 그룹으로 불러지기도 한다. 이들 활동은 번개나 정모, 웹동(인터넷 동화회) 등을 통해서 만남을 계속하는데, 테니스나 배드민턴, 바둑, 낚시, 등산 등과, 음악회, 문학회 등속의 예술동아리가 일반적이다.

질문을 받아놓고 난처했다. 정작 동호회에 가입해 놓고 활동하지 않은 게 전부다. 산악회나 문학회가 대표적이다. 서른 마흔일 때는 시도 때도 없이 나갔던 동호회. 그러나 지금은 동창회 관련 모임을 제외하고는 얼굴 내미는 데가 없다. 재미가 시들했다기보다 신체호르몬 변화라고 보아야 한다. 오십 줄이면 대부분의 여성들이 갱년기를 맞는다. 아내도 심하게 겪는 중이다. 그런데 남성의 경우는 표면적으로 나타나기보다 성향으로 겪는다. 마냥 바깥에만 나돌았던 때와는 달리 다소 소심하게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럴까. 나는 아내와 산행 가거나 여행가는 게 즐겁다. 이러니 오라 가라 하는 동호회 활동을 자연 꺼리게 된다.

금요일이면 으레 낚시를 떠나는 친구, 주말이면 자전거 하이킹에 내맡기는 친구, 기원에서 바둑을 두는 친구, 골프 모임에 바쁜 친구, 생태기행을 떠나는 친구 등등을 제외하면 함께 할 친구가 빤하다. 아내뿐이다. 그렇다고 아내 치맛자락을 붙잡고 사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이번 일로 취미와 동호회 활동을 되짚어보는 기회였다. 나잇살에 맞는 산악회 활동도 다시 시작해야겠고, 문학회 모임자리도 빠지지 않고 부지런을 떨어야겠다. 한동안 뜸했던 제자들과의 모꼬지도 마찬가지다. 한창 가정을 이루고 사느라 바쁜 탓에 연락 않고 지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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