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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란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7. 10. 1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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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란

 

박 종 국

 

사소한 오해 때문에 친구와 연락이 끊긴 한 사내. 그는 자존심에 전화를 하지 않았지만, 친구와의 사이에 별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어느 날 사내는 다른 친구를 찾아갔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우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언덕 위를 가리키며 그 친구가 말을 꺼냈다.

“저기 빨간 지붕을 얹은 집 옆에는 헛간으로 쓰이는 꽤 큰 건물이 하나 섰다네. 매우 견고한 건물이었는데, 건물 주인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허물어지고 말았지. 아무도 돌보지 않았으니까. 지붕을 고치지 않으니 빗물이 처마 밑으로 스며들어 기둥과 대들보 안쪽으로 흘러들었다네. 그러던 어느 날 폭풍우가 불어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지. 한동안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마침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네. 헛간은 졸지에 나무더미가 된 거야. 나중에 그곳에 가보니 무너진 나무들이 제법 튼튼하고 좋은 재목이었어. 하지만 나무와 나무를 이어주는 나무못의 이음새에 빗물이 조금씩 스며들어 나무못이 썩어버리게 되어 결국 허물어지고 말았어.”

두 사람은 언덕을 내려다보았다. 거기에는 잡초만 무성할 뿐 커다란 헛간의 흔적은 없었다.

“여보게 친구, 인간관계도 물이 새지 않나 하고 돌봐야 하고, 헛간 지붕처럼 자주 손 봐 주어야 하네. 편지를 쓰지 않거나, 전화를 하지 않거나, 고맙다는 인사를 저버리거나, 잘못을 해결하지 않고 그냥 지낸다면 모두 나무못에 스며드는 빗물처럼 이음새를 약화시킨다는 말일세.”

“그 헛간은 좋은 헛간이었지. 아주 조금만 노력했으면 지금도 저 언덕에 훌륭하게 섰을 거네.”

사나이는 친구의 마지막 말을 가슴에 새기며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옛 친구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서.

 

흉허물 터놓는 친구 셋이면 족하다. 물론 친구는 많을수록 좋다. 그렇지만 이 바쁜 세상에 잇속 따지지 않고 무시로 만날 친구는 드물다. 지천명에 이르니 손금 보듯 지난 세월이 읽힌다. 더러 연락하고 지내지만 까맣게 잊고 지내는 친구가 더 많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훑어본다. 오늘 보니 내 모습이 무척 낯설다. 그새 머리는 하얗게 새었고 주름투성이다. 얽히고설켜 움푹 골이 파였다. 다달다달하게 닳아서 밋밋해진 둔덕도 보인다. 종잡아 보아 친구들도 외양은 비슷하리라.

 

친구란 언제 만나도 좋은 사람이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내게 참 좋은 친구는 누구일까? 거울과 같은 친구, 그림자 같은 친구, 끝을 볼 수 없는 우물같이 맘 깊은 친구면 더 바랄 게 없다. 좀 더 욕심 갖는다면 넓이를 가늠할 수 없는 바다와 같은 친구, 농익은 친구 하나만 더 두었으면 좋겠다.

 

때론 마음을 놓고 나쁜 마음을 먹었을 때 넌지시 능청 떨며 바로 잡아 주는 친구, 숨긴 마음 금방 알아채고 '너 잘못 생각하구나' 하고 웃어 주는 친구, 가끔은 '너는 참 좋은 친구다'고 부추겨주며 위로해 주는 친구 , 삶이 어려워 비척댈 때 살며시 어깨를 빌려주며 다독여주는 친구, 외롭다고 전화 한 통만 하면 쪼르르 내 곁으로 달려와 '친구야, 본래 사람은 외로운 거야' 라고 너스레를 떨며 마음을 정리 해 줄 그런 친구라면 인생은 성공작품이다.

 

그런데 친구는 별스런 대상이 아니다. 늘 입고 다니는 옷가지처럼 부담스럽지 않은 마음으로 서로를 향해 웃음 짓는다면 그건 무조건 내게 필요한 친구다. 그런 친구 하나 곁에 두었다면 지천명의 삶에 중간 점검 필요 없다. 왜냐? 지금껏 잘 살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관계도 물이 새지 않나 하고 돌봐야 하는 헛간 지붕처럼 자주 손 봐 주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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