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의 문화
황우석 사태는 어떻게 발생했을까? 김선종은 왜 무모하게 줄기세포 섞어심기를 했을까? 자신이 직접 참가한 2004년 <사이언스>논문도 조작임을 제보자는 몰랐을까? 황우석은 왜 그렇게 서둘렀으며 줄기세포 부풀리기를 지시했을까? 무명의 박사과정 학생과 농사짓는 과학도가 발견할 정도의 오류를 <사이언스>는 왜 발견하지 못했을까?
검찰수사결과와 서울대학교 조사결과가 발표되었지만, 이런 의문들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다. 황우석 사태는 한국사회의 위기를 초래했으며, 설명을 요구한다. 이러한 중대한 사건은 단일한 의미보다는 경쟁적 의미를 만들어낸다.
황우석 사태를 바라보는 대립되는 의견과 해석들 속에서 황빠의 음모론은 황우석 사태를 설명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음모론의 배경에 뿌리깊은 불신의 문화가 존재한다. 이것은 황우석 사태의 발생과정에서 보여준 사회체제의 질과의 관계다.
정부, 언론, 과학계 등으로 이루어진 지배지식동맹의 미숙과 착오가 황우석 사태를 혼란으로 빠트렸으며, 신뢰의 상실은 정치 사회체제가 그만큼 건실하지 못하다는 증거다. 황빠의 음모론은 다양하다. 지역적이고 작은 규모의 음모론과 글로벌 음모론이다.
전자는 서울대학교 의대 카르텔 음모론, 삼성 음모론과 같이 한국의 엘리트 세력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황우석을 축출하려 했다는 논리다. 후자는 프리메이슨.미국 유대인 국제 금융자본가들이 개입하여 한국의 줄기세포를 훔치려 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고준환 교수는 국제 음모론과 국내 음모론을 연결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국내 음모론을 믿는 황빠들이 많아졌다. 황빠들에게는 거의 모든 사람이나 세력이 신뢰할 수 없는 존재다. 왜냐하면 황우석은 가장 가까운 김선종과 제보자 K에게 배신을 당했고, 정부도 언론도 한 순간에 등을 돌렸으니 세상에 정말 믿을 놈하나 없다는 게 이러한 음모론의 전파와의 관계다.
음모론은 해답대신 끊임없는 질문을 양산한다. 황빠들은 음모론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정보들을 모은다. 그들은 세계 금융시장의 동향을 파악하고 줄기세포에 대해서도 박식한 듯 보인다. 하지만 아도르노가 지적했듯이 이들은 통찰없는 박식함의 상태일지도 모른다.
통찰없는 박식함이란 많은 사실을 알지만, 종합적 판단과 이해력, 그리고
현상에 대한 지적통찰이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황우석 사태 이해의 핵심자료로서 <사이언스>에 발표된 2004~2005년 논문 서울대학교 조사위보고서, 검찰 수사결과를 자세히 읽어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많은 걀 알면서도 이것을 종합적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음모론에 빠지는 걸 통찰없는 박식함의 상태라고 하겠다. 이것은 곧 황우석 사태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으려는 시도로 이어진다. 음모론은 곧 연결에의 의지다 .모든 음모론의 특징은 분절된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존재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국내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문신용, 노성일, 정운찬, 서정선 등 경기고-서울대학교라인과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을 연결시킨다. 어떤 지지자는 이들의 배우자들이 졸업한 모 여자대학교를 지목하여 연결고리를 만든다.
이렇게 해서 모든 게 연결되고, 음모론은 확실한 근거를 갖게 된다. 여기서 모든 우연적인 요소는 필연이 된다. 즉, 황우석 죽이기는 프리메이슨이나 미국, 서울대학교의대나 삼성의 이익과 권력에 부합한다고 황우석 지지자들은 믿는다. 이것이 바로 사회과학주의의 전형이다.
즉 황우석 지지자들은 황우석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 과학적 사실관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권력관계와 이해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그들은 황우석 사태가 일어난 과학 기술적 관계들을 보지 않는다. 그 모든 물질적
현상도 사회적 관계로 설명된다.
사건의 이면에 숨은 무언가를 더 중요하게 부각시킨다. 피터나이트"가 말하는 뒤를 캐는 논리의 일종이다. 한국 국민 가운데 상당수는 왜 어떻게 황우석 사태가 일어났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음모론은 신뢰할 수 없는 사회체제에서 너무나 이상한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답이다.
따라서 음모론은 황우석 사태라는 이해하기 힘든 사건을 사회과학주의에 의해 푸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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