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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가치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8. 1. 3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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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가치

 

우리 삶에 최고의 가치는 무엇일까? 우러러 존경 받고, 금은보화를 가득 쌓으며, 아름다운 공간에서 안주하는 걸까? 그러한 일들은 한때 피었다가 사라지는 꽃들처럼 애달다. 삶에 가장 소중한 일은 남을 위해 헌신하고, 신심을 다해 배려하며, 기꺼이 눈물 흘릴 줄 아는 거다.

 

깊은 산 속 샘물은 마르는 법이 없다. 세찬 눈보라와 무서리를 능히 이겨낸 풀꽃에 벌 나비가 모여든다. 그런 풀꽃일수록 더 진한 향기와 꿀을 지닌다.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마르지 않는 샘물도 퍼내지 않으면 말라 버린다. 타인에게 줄 사랑에 인색하여 삭막한 가슴으로 산다면 세상이 얼마나 답답할까?

 

한 배를 타고 먼 대양을 항해하는 선장과 항해사 평소 술을 잘 마시지 않던 항해사가 어쩌다 술에 취했다. 그 항해사를 미워하던 선장은 그 날 항해 일지에 '항해사가 술에 취했다.'라고 기록했다. 항해사가 술에 취한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러나 선장은 그가 해고되기를 원했기에 그렇게 기록했다.

 

선장의 의도를 아는 항해사는 제발 그 기록을 지워 달라고 애원했다. 그렇지만 선장은 "당신이 술에 취한 사실대로 기록했을 뿐이다."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하고는 끝까지 고쳐 주지 않았다.

 

며칠 후 항해사가 항해 일지를 작성하는 날이 되었다. 항해사는 그 날 '오늘은 선장이 술에 취하지 않았다.'라고 기록했다. 사실 그날 선장은 술을 마시지 않았다. 그러나 그 기록이 암시하는 내용은 다른 날에는 선장이 술을 마셨으나 오늘만큼 마시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난처한 상황이 된 선장은 항해사에게 그 기록을 지워 달라고 요청했다. 그때 항해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분명 당신은 오늘 술을 마시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사실대로 기록했을 뿐입니다."

 

오십보백보다. 우리는 남의 허물을 덮어주기보다는 그것을 캐내어 밝힘으로써 쾌감을 느끼고, 스스로를 망쳐 가는 못난 습성을 지녔다. 아무리 하찮은 처지라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물어뜯는다. 때론 사람답지 못한 앙심이나 증오, 시기나 질투를 품는다. 당장에는 그것들이 다른 사람을 헤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상 더 깊은 상처는 그것을 품은 자신에게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

 

봄 들녘 비 내리면 꽃들이 파릇하게 생기를 되찾고, 겨울 산에 잠시 동안 눈 내리면 온 세상이 환하게 예뻐 보인다. 하지만 일 년 내내 비 오고, 눈 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꽃들은 까닭 없는 일들로 물에 잠겨 죽고, 세상천지에는 아주 큰 혼란이 일어난다. 세상이 아름다운 양지가 되려면 남을 해코지하는 앙심이나 증오를 거두고, 시기하거나 질투하는 못난 마음을 버려야 한다.

 

사람은 두 가지 눈을 가졌다. 하나는 자신을 보는 눈이고, 다른 하나는 남을 보는 눈이다. 그런데 자신을 보는 눈은 언제나 관대하고 너그럽고, 용서에 인색한 반면에, 남을 보는 눈은 섭섭한 일을 꼭 기억하고, 물욕과 계산적이며, 용서를 모르는 거짓에 가득 찼다. 자신을 보는 눈이 엄격해야 하고, 남을 보는 눈을 자비롭고, 너그러운 생명의 눈으로 바꿔야 한다.

 

예나지금이나 사람의 진정한 가치는 마음 그릇에 담겼다. 마음의 그릇이란 물 긷는 두레박과 같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에 실을 묶어 쓸 수는 없듯이 깊은 우물 속의 물을 길으려면 두레박과 줄이 필요하다. 사람은 안팎이 한 뭉치가 되어야 하고, 함께 나눠야 하며, 충분히 베풀어야 한다. 내가 베풀겠다는 작심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희망이다. 세심한 배려는 당장에 눈에 보이기보다 상대방의 상황에 맞도록 베풀어야 값지다. 한 해 동안 그렇게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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