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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의 기적, 이제부터 시작이다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8. 1. 2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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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했는데 왜 풀이 죽었나?"

박항서의 기적, 이제부터 시작이다

 

박종국(작가. 에세이칼럼니스트)

 

이번 '박항서 기적'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비록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했지만, 베트남은 박수 받기에 충분한 경기력으로 결승에 올랐던 이유를 증명했다. 쌀농사 4모작하는 나라 선수들, 눈밭에서 아낌없는 투혼을 발휘했다. 아쉬웠지만 그들에게서 2002년 박지성의 투지를 보았다. 그래서 '박항서의 기적'이 더 기대된다.

 

베트남 축구는, 이번 대회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여줬다. 특히 대표팀을 이끄는 박항서 감독은 그들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10월, 감독으로 부임해 채 3개월만에 베트남 축구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준우승은 베트남의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AFC 주최 대회에서 거둔 역대 최고 성적이다. 동남아 국가를 포함해도 베트남이 처음으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래서 가슴 뭉클했다. 우리나라와 대별해도 너무나 판이하게 다른 경기력이다.

 

기적은 거저 생기지 않는다. ‘박항서 기적’도 마찬가지다. 남다른 비책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이영진 수석코치와 배명호 피지컬코치는, 박항서 감독의 숨은 조력자였다. 이들은 베트남이 준우승을 차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박 감독은 언론과 팬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뒤에서 묵묵하게 소임을 다했다.

 

면면을 보면 이 코치는 박 감독과 인연이 깊다. 1986~88년까지 럭키금성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30년 넘은 선후배다. 박 감독이 베트남행을 제안하자 이 코치는 바로 결정했다고 한다. 배 코치도 박 감독이 2003년 포항스틸러스에서 수석코치로 일할 때 피지컬 코치였다. 이미 한 팀에서 호흡을 맞췼다. 이 사실이 베트남에서도 강인한 팀워크를 만드는 기적의 바탕이 되었다.

 

특히. 이 코치는 박 감독과 모든 일을 상의하고, 결정하는 역할을 도맡았다. 감독 경험 덕분에 전술과 선수 기용, 훈련 프로그램을 짜는 일까지 함께 조력했다. 때로는 의견이 충돌하기도 했으나, 그들의 해결 방법은 달랐다. 팀웍이 먼저였기 때문이었다. 배 코치는 약점으로 꼽히는 베트남 선수들의 신체능력을 단시간에 끌어올린 주인공이다. 태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배 코치는 동남아시아 선수들의 특성을 잘 알고,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집중적으로 피지컬 훈련을 실시했다. 그 덕분에 베트남은 토너먼트 라운드서 세 경기 연속 연장전을 치륐 음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체력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이 코치가 자신하는 박항서 기적의 비밀은 ‘베트남화’였다. 한국 사람이지만 철저하게 베트남 선수들 입장에서 접근했다. 베트남은 새벽 5시에 일과를 시작하는 나라로, 출근 시간이 6~7시 사이다. 아침 문화가 발달한 만큼 선수들 훈련 프로그램도 아침 일찍 시작했다. 또 낮잠을 자는 문화를 고려해 점심식사 후에는 충분한 휴식 시간도 마련했다고 한다.

 

배 코치가 꼽은 박 감독의 장점은 '선수들과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한다'는 점이다. 어린 선수들과 잘 어울린다? 감독이 선수들과 즐겁게 훈련하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감독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 팀이 잘 안 될 수가 없다. 잘 되는 팀의 전형이 이번 대회에서 나왔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숨은 영웅’이었다. 의심할 여지 없이 이 코치와 배 코치는 박항서 기적의 주인공이었다.

 

아시아 약체로 평가받던 베트남.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쓴 히딩크호의 ‘투혼’을 재현하며, 아시아 축구 팬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베트남이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투혼은, 모두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옆에서 보좌하며. 4강 신화를 썼던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의 어린 선수들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이전의 베트남과는 다른 축구를 선보였다.

 

조별리그부터 베트남의 투지는 심상치 않았다. 한국과 대등한 경기를 펼친 끝에 패했지만, 호주를 꺾으며 8강에 합류했고, 이후에는 매 경기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했다. 결승에서도 폭설이 내리는 상황에서 무서울 정도의 집중력을 자랑했다. 베트남 선수들은 이 날처럼 눈이 내리는 경기장에서 플레이를 한 경험이 거의 없다. 게다가 평균 신장이 작아 체력을 바탕으로 한 우즈벡의 공세에 밀리기 쉬웠다. 그러나 베트남은 경기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이는 박항서 감독의 지도력이 큰 몫을 차지했다. 수년간 코치와 감독으로 생활하며 쌓은 경험으로 베트남의 조직력을 극대화했다. 이미 2002년 월드컵을 통해 개인 기량에서도 조금 뒤질지 몰라도 팀으로 뭉치면 강해진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절감했던 박항서 감독이다.

 

지금 베트남은 박항서 신드롬에 빠졌다. 전국적인 관심은 물론, 결승전은 거리 응원으로 뜨거웠다. 베트남 매체들도 결승전 패배 직후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베트남 팬들 마음 속에는 챔피언이다”며 박항서 감독의 지도력을 극찬했다. 베트남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아시아에서도 변방으로 취급받던 베트남 축구의 인식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베트남은 아쉽게 우승을 놓쳤지만, 결승까지 오른 자체가 기적이었고, 베트남 역사상 최초 AFC 주관 대회 결승 진출이라는 역대 최고 기록을 이미 달성했다. 1억명의 베트남 국민이 열광했다. 이로써 향후 10년 이상 베트남 축구를 책임질 커다란 성과를 얻었다. 그렇기에 '박항서 기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런데 베트남의 이런 저력은 어떻게 발현되었을까?눈밭을 한 번 밟아보지 못한 선수들의 정신력이었을까? 아니다. 무엇보다 베트남은 추구협회나 기술위원의 간섭이 없었기 때문에 이같은 성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바보같은 축구협회, 이런 지도자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베트남에 가게 만들었다니! 이참에 축구협회는 정신 좀 차려야 한다. 게다가 박항서 감독은 축구 뿐만 아니라 정치인 수백명보다 더 큰 외교역량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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