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양육 비결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이다
그저께부터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칼레이머, 토네이도, 2011) 책을 읽었다. 책 속에 이런 글귀가 눈에 띄었다.
"부모의 행복은 가장 불행한 자녀의 행복지수 만큼이다."
아무리 행복한 일이 많아도 자녀가 불행하면 부모는 행복할 수 없다. 사실 부모가 되어 자식을 키우는 일은 즐겁고, 고무적이며, 도전적이고, 실망스러운 경험 투성이다. 근데도 요즘 젊은 부모는 자신은 최고가 되고자 하면서도 정작 자식을 키우는 데는 쩔쩔 맨다.
젊은 부모는 부모세대의 양육 결과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놀랍게도 인터넷 서핑을 통해서 얻은 수천 건의 양육 연구 자료에 밀착해서 아이를 키운다. 그러나 실제로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 자녀 양육에 관한 이론은 실제와 많이 다르다. 시대에 따라 양육방법이 변한다.
세상을 오래 산 부모 세대가 전해주는 경험과 지혜는 어떨까? 대부분 젊은 부모는 나이 든 부모의 양육에 관한 조언을 꺼려한다. 그것은 바로 늙은 부모세대의 조언이 어쩐지 지나치게 잡다한 게 뒤섞였을 거 같고, 전문적인 양육 상식도 부족하다는 선입관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데 부모세대의 양육에 관한 지혜야말로 가장 실질적이고 요긴하다.
부모의 양육관이 같으면 아이에게 좋다. 아이는 어떤 부모를 원할까? 권위적이지도, 민주적이지도 않고, 방임형도 아닌 방목형이었으면 바란다. 우선 방목형 부모는 간섭이 적다. 대부분의 일을 자녀가 결정하도록 한다. 물론 자녀의 결정이 늘 옳지 않다. 하지만 방목형 부모는 되풀이되는 실수에서 뭔가를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수를 전혀 하지 않는다면 어떤 게 옳은 일인지, 어떤 게 그른 일인지 알 수 없다. 자녀에게 결정권을 주는 이유는 늘 최상의 결과를 가져오지 않아도 실수와 실패, 어려움을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라는 무한한 배려다.
그런 점에서 보면, 세상 모든 부모가 자녀에게 기대를 낮추고, 불가피한 실패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자녀의 얘기를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면 좋다. 완벽한 아이로 키우려는 욕심을 버리고, 잘못을 통해 배우도록 배려했으면 더 바랄 게 없다. 아이는 부모가 이래라저래라 다그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동안 내가 만났던 부모는, 완벽한 아이로 키우겠다는 생각을 접지 않았다. 아이는 가능한 쉽게 키워야 한다. 해서 나는 아이를 학원도 과외도 일체 보내지 않았다.
한 번은 아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다른 부모들처럼 더 좋은 대학에 가도록 학원과외 시키고, 잔소리도 했었더면 좋았을 텐데..., 네 삶에 좀 더 깊숙이 관여했더라면 지금 더 나은 삶을 살 지 않았을까?"
그랬더니 아들의 대답은 의외였다.
"아니요. 그 덕분에 노루와 고라니, 산토끼, 청설모, 다람쥐가 드나드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왕따나 학교폭력 없는 학교생활을 했잖아요. 게다가 학원과외 안 해도 원하는 대학 갔는데 만족합니다. 성인이 된 지금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살아요. 이만하면 괜찮지 않아요?"
그랬다. 결국 완벽함을 추구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 만족스런 양육은 아이에게 실패를 허용한다는 얘기다. 그것이 바로 방목형 부모의 양육관이다. 그러함에도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에게 불가능한 기준을 정해 놓고 늘 반듯하게 행동하기를 바란다. 끊임없이 우등생과 모범생을 견주어 본다. 그래서 내 아이가 조금이라도 뒤쳐질까싶으면 영어, 음악, 미술, 컴퓨터, 태권도, 수영, 발레학원, 심지어 영어캠프와 체험캠프, 자원봉사까지 가히 기업체 CEO수준의 빽빽한 일정을 소화하도록 다그친다.
젊은 부모는 끝내 그 바람을 내려놓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 아이가 악기를 좀 더 잘 다루도록 뒷받침해주었더라면 재능을 맘껏 발휘했을 텐데.'는 말은 '다른 아이들과 놀 기회를 더 많이 주었더라면 우리 애가 부끄럼을 타지 않았을 텐데.'는 후회로 남는다. '내가 아이에게 공부를 좀 더 시켰더라면 학교생활을 더 잘할 텐데.' '내가 아이에게 공부를 더 많이 시키지 않았더라면 학교생활을 더 잘할 텐데.'라는 말과 같다.
이 시간에도 능력 이상을 고집하며, 비싼 개인 교습을 시키고, 으레 방학이면 대학교 금고를 배불리는 대학캠프에 아이를 보낸다. 단기장기 유학도, 기러기아빠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한 패키지 교육은 값비싼 장사일 뿐이다.
훌륭한 양육 비결은 딴 게 아니다.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__박종국또바기글
일본인의 기록문화 (0) | 2018.02.28 |
---|---|
선샘예, 배고파예 (0) | 2018.02.28 |
좋은 글 어떻게 쓸까? (0) | 2018.02.28 |
칭찬(You Excellent!)은 모든 사람을 즐겁게 한다 (0) | 2018.02.20 |
초딩 수준 (0) | 2018.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