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와 화합'의 평창동계올림픽
2018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이 '조화와 새로운 시간, 열정과 승리의 밤'이라는 4개 주제를 담은 무대로 성황리 펼쳐졌다. 2월 9일 개막하여 17일 동안의 대장정이었다. 덕분에 웃고, 우는 일도 많았다. 사실 그동안 나는 동계올림픽은 물론, 동계스포츠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은 달랐다. 올림픽 정신이 승리보다는 참가가 목적이라 했지만, 매 경기마다 승전보에 애가 달았다.
특히,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북한의 참가와 한반도 기를 앞세운 개막식 공동입장은 상징적이고도 중요한 의미로 다가왔다. 북한선수단의 규모와 성적을 고려해볼 때 공동입장과 한종목 단일팀구성은 다행이었다. 그러나 여자 하키 한 종목가지고도 야당과 수구보수들은 난리를 치며 딴지와 몽니와 훼방으로 주접을 떨었다. 더욱이 저주와 패악을 떠는 국내 일부 수구냉전세력과 그들의 선동나팔수인 조중동이하 종편은 안 된다며 길길이 날뛌다.
개막식장에서 남북 공동입장은 우리는 한 민족임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일로, '한반도에서 다시는 70년 전 전쟁과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평화의 메시지였다. 이는 아주 극적으로 전 세계 여론에 어필했다. 또한 대회를 치루며 핵 갈등의 핵심 당사자인 미국과 북한이 앙금을 털어놓고, 감정보다는 이성과 합리에 기초한 대화의 국면을 열어갈 가장 적합한 긴장해소의 분위기 조성에도 최적이었다. 그랬지만 결과는 미국과 일본의 떨떠름한 처사로 색이 바랬다.
올림픽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스포츠는 정치와 무관하며 그래야한다고 떠들어댔지만, 대개는 헛소리에 지나지 않았다. 역대 거의 대부분의 올림픽이 국내외적으로 정치에 이용당하고 휘말렸다. 사실 근대 올림픽의 시작부터가 정치적이었다. 지독한 인종주의자 쿠베르탱 남작은 백인과 남성의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해 올림픽을 창시했다. 다분히 정치적 의도를 가진 올림픽이었다. 심지어 "계집애들이 무슨 올림픽인가?"라고 말하기까지 한 쿠베르탱은 여성차별주의자였으며, 세상에는 1등 백인 종족과 그외 2등종족뿐이라고 외친 인종주의자였다
더욱이 나쁜 일은 그 전통에 따라 올림픽은 인종주의가 끊임없이 표출되어 왔다. 레슬링 퇴출위기는 인종주의의 극명한 본보기다. 남자는 이란이 휩쓸고, 여자는 일본이 휩쓸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독보적 종목인 양궁에서 오직 한국만을 겨냥하여 룰을 수없이 바꾸는 짓거리만 보아도 빤하다. 올림픽은 오직 백인들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잔치여야 했다. 그 반증한 예가 베를린 올림픽으로 인종주의 올림픽의 표본이었다. 히틀러에 의해 아리안 족의 위대함을 알리는 올림픽으로 이용되었다. 그러나 제시 오웬스라는 탁월한 인물과 손기정에 의해 히틀러의 자존심은 팍팍 구겨져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여성운동의 약진에 따라 여성 올림피안들도 획기적으로 늘었다. 그래서 오늘날같이 인종과 성 차별의식은 인류진보의 물결을 타고 희석되었다.
이와 같이 올림픽이 결코 씻을 수없는 정치적 인종적 한계를 가졌음에도 지구촌의 잔치로 발전해왔다. 그러한 올림픽 진보의 힘은 올림픽 정신에 기초한다. 아직도 올림픽 근본 정신이 많이 훼손되긴 했으나, 여전히 고귀한 정신으로 추앙받는 순수한 아마추어리즘과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인류 화합의 잔치라는 점에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북 동시 입장과 여자 하키 단일팀은 올림픽 정신에 매우 합당한 의미를 지닌 결정이었다. 전쟁 위기를 해소하고, 상호 긴장을 풀어내는데 이보다 더 극적인 이벤트가 또 없다. 평창올림픽을 이명박정권이 유치할 때 한반도의 통일염원을 담아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명분이 먼저였다. 과거 여당은 단일팀 구성에도 적극찬성했다. 그것은 바로 이와같은 올림픽 정신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바가 크기 때문이었다.
전체적으로 평창올림픽은 손익분기점의 대차대조표를 떠나 성공작품이었다. 문화올림픽으로 경기 내용은 물론, 다양한 문화예술 교류와 공연, 전시, 체험프로그램 등 그 의미가 돋보였다. 꼬집어 보아 여자 하키 팀의 일부 선수들의 실망이 컸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여자하키도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여자 아이스하키를 국민에게 소개하기에 단일팀은 좋은 기회였다. 비록 전패를 하였으나 이미 크게 승리한 바와 다름 없다. 또 예기치 않은 남북 단일팀 결성으로 선수 구성과 출전 시간에 변화가 생겼다. 그렇지만 결국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작은 출발의 시너지가 되었다.
또하나 짚어봐야할 대목은, 이번 평창대회를 치르면서 우리에게 여전히 반전의 기회가 남았음을 큰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북한예술단이 체제선전 하네, 평양올림픽이네 하는 식의 색깔론과, 편협하고 근시안적인 시선으로 딴죽을 걸었던 이들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당장에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자신들의 이면을 인민들에게 노출시켜야 했을까. 이번에 그들은 30년전 88 올림픽때보다 더 크게 발전한 대한민국의 실체를 똑바로 보았을 거다. 올림픽 이후 북한이 그걸 단속하는 데 얼마나 속앓이를 해야 할까. 밴댕이 속아지로 허접떠는 청맹과니들은 이를 직시해야 한다. 아무리 따져봐도 이문이 남는 장사였다.
더구나 이번 평창대회 후 2년 후 일본은 도쿄에서 반세기 만에 하계올림픽을 치르고, 그 2년 후에는 다시 중국 베이징에서 동계 올림픽이 열린다. 올림픽의 지역 안배 관례상 이렇게 동일한 지역에서 6년간 무려 3번의 스포츠 빅이벤트인 올림픽이 치러지는 경우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우리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전쟁과 대립보다는 평화와 공존, 그리고 함께 번영할 단초를 마련할 아주 적절한 판이 짜여졌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뤄졌기에 도쿄 하계올림픽도,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좋은 분위기에서 잔치를 치루고 되었다. 이 모두가 성공적인 평창올림픽으로 가능해졌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북한 선수들과 응원단, 그리고 대표단에게 진정 귀한 손님을 맞는 예우와 배려, 따뜻한 온정으로 대해야 할 이유였다. 아직도 비좁은 생각과 짧은 시야로 배 아파하는 이들이 많다. 제발이지 올림픽의 구호(Citius 더 빨리, Altius 더 높이, Fortius 더 강하게)처럼 혜안으로 세상을 내다봤으면 좋겠다.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과, 공존을 위해서.
_박종국또바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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