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노년의 삶
-오십 줄이면 인생을 중후하게 정리해 볼 나이다
"이제 자네도 많이 늙었네. 살도 많이 쪘다."
어느 모임자리에서 간만에 만난 친구가 불쑥 던진 말이다. 최악의 공치사였다. 반가운 자리 좋은 말이 하고 많은데, 그 친군 다른 이들에게도 꼭꼭 꼬집어 가며 심사를 뒤틀리게 했다. 기분 좋았던 모꼬지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시들해졌다. 아무리 좋게 봐도 그 친구, 우리들 중에서 가장 나잇살이 들어보였다. 이마에서부터 쪼글쪼글한 주름살이 그것을 반정했다. 그러한데도 친구는 자기는 누구보다 젊다고 애써 떠벌렸다. 참 무딘 안경을 쓴 사람이다.
지천명 밑자리를 깔아놓고 보니 불현듯 노년의 삶이 그려진다. 그 동안 참 숨 가쁘게 살았다. 아이들 뒷바라지 한다고 온갖 일에 부대끼며 분주했다. 하지만 내 모습을 들여다보면 측은지심이 묻어나는 굶이 한둘 아니다. 한 남자로서 아내에게 미더움을 받고, 아이들에게 존경 받는 일도 아직은 미욱하다. 별스럽게 이뤄낸 게 없고, 사회적인 명예도 물질적 풍요를 갖지 못했다. 아직도 쭉정이가 많은 삶이다.
세월은 덧없이 흐른다. 쏜살같이 내달아가는 세월의 채편을 뿌리칠 수 없다. 다가올 노년의 삶을 미리 짚어본다. 예전 같으면 부부로 만나 수연(壽宴)을 맞으면 자식들이 뜻 깊은 자리를 마련하여 축원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이순은커녕 고래희(古來希)를 맞아도 잔치를 마다하는 세상이다.
가수 노사연씨가 '바램'에서 노래했듯이 익어가는 노년의 삶도 청장년의 삶 못지않게 아름답다. 하지만, 나잇살을 가지면 늙고 쇠약해진다. 그러나 뻔히 알면서도 스스로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젊었을 때 자신만큼은 영원불멸하리라던 사람도 어느덧 귀밑머리 희끗해지고, 얼굴에 주름살이 늘어나면 한풀 꺾인다. 그런데도 의약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연장된 지금, 누구나 팔십 정도는 살아야 아깝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근데도 노년의 생활을 헛되이 보낸다면 너무 아까운 일이다. 아내의 입장에서도 그러하다. 남편 하나만을 떠받들며 살았는데, 안타깝게도 빈 둥지 증후군처럼 자아 위기가 닥칠 나이가 됐다. 그러나 노년의 생활을 앞두었다면 이제부터는 달라진 사회 환경에 걸맞은 역할을 찾아야 한다.
한데도 노년의 삶을 어떻게 준비하는가?정년을 앞 둔 대부분의 남자들은 자기 일에만 치우쳐 살았던 까닭에 마땅한 자기 취미를 가진 게 없다. 시간 때울 방법을 만들어 놓지 못한 실정이다. 마흔 중후반의 나이에 벌써부터 아내의 치마끈을 잡고 늘어진다. 무엇하나 스스로 할 줄 모르고 일일이 다 챙겨주어야 한다.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기가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내와 남편이 서로 따로국밥으로 살아야 할 까닭이 없다.
적어도 남편이 집에만 나뒹굴면 아내가 답답하고, 하루 종일 아내가 집안에만 머물면 남편이 부담감을 느끼는 노년 생활은 맞이하지 않아야한다. 부부가 서로에게 매달려서 인생 자체를 저당 잡히는 나약함을 가져서는 안 된다. 오십 줄이면 인생을 중후하게 정리해볼만한 나이다. 그 동안 집안 살림하며 자식 키우는 데만 충직했던 아내가 바깥출입이 잦다고 해서 사사건건 따져 묻거나, 괜한 일로 트집잡아 얼굴 붉혀 섭섭할 까닭이 없다. 스스로 일을 찾아야 하고, 친구도 만나고, 취미 생활도 하며, 여러 모임에도 바쁘게 찾아다녀야 한다.
노년에 만날 친구 하나 없이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해 보라. 얼마나 꾀죄죄하고, 추레하며, 안타깝게 보일까. 그런 삶의 모습은 미리 지워야한다. 늙어감에 아무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린다면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아름다운 노년은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 장차 노년의 삶을 아름답게 채색하려면 언제나 즐겁고 성실한 자세로 자기 삶을 꾸려야한다. 노년기에 접어들수록 사람을 만나고, 책을 읽고, 마음 통하는 친구를 만나는 즐거움으로 얼굴이 반짝반짝 빛나야 한다. 무엇이든 온전한 마음으로 즐겨야한다.
그런 인생이라면 아무리 노년기를 맞아도 충분히 살만한 가치를 둔다. 지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용기를 내어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의지를 찾아내야 한다.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순탄하게 적응하고, 그에 걸맞은 자신의 역할을 찾아내야 한다. 노년일수록 혼자서 사는 게 아니라 여럿이 어울러 즐겁게 지내는 여력을 많이 가져야 란다.
하지만 당장에 그러한 일들이 잘 추슬러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부부가 서로 느긋한 마음으로 상대의 심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한다.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든 사람이기에 노년기에 접어들수록 서로를 지배하려고 들거나, 까닭 없이 의지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각자의 생활을 인정해야한다. 그런 마음의 바탕이라면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깨어서 둘이 함께 하는 일을 찾고,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자기 시간을 충분히 향유하는 홀로서기 방법을 찾아야한다.
나이 오십이면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신선하고 아름다운 노년의 삶에 대한 목표를 세울 때다.
_박종국또바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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