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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에 능한 관장에게 물어보라

박종국에세이/단소리쓴소리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8. 2. 2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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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에 능한 관장에게 물어보라

 

 
옛날에 한 무인이 남쪽 지역 어느 고을 관장으로 부임했다.

그리하여 첫날, 고을의 많은 선비들이 방문하여 인사를 올린 다음, 학문이 깊지 못한 무인 관장을 놀려 주기 위해 꾀를 냈다.

선비들은 유학 경전에 쓰인 성현들의 글귀를 끌어와서 종이에 가득 적었다. 그런 다음,
"사또어른, 이 글의 깊은 뜻을 저들같이 시골 선비들은 자세히 알지 못하오니, 이 속에 담긴 의미를 밝혀 해석해 주옵소서."
라고 말하면서 그 종이를 앞으로 내밀었다. 

이에 관장은 선비들의 눈치를 살펴보고서, 무인인 자신을 골탕 먹이려는 수작임을 알았다.
그래서 앞에 놓인 종이를 한 번 죽 훑어보고는 웃으면서 다음과 같이 적어주었다. 
"활의 강하고, 약한 정도며, 화살의 곧고 굽은데 대해서라면 무관인 본관이 잘 알지요. 이에 관한 문제는 본관이 명쾌하게 설명 가능하더이다. 하지만 시경이나 서경같은 고전 경서는 문견이 짧아 본관이 잘 알지 못하니, 그런 문제는 잘 간수해 두었다가 이후 문장에 능한 관장을

만나거든 물어 보도록 함이 옳을 게요."
 
선비들은 무인 관장의 겸손과 솔직함에 깊이 감복하고, 감히 무인 관장이라 하여 놀리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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