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데우는 따뜻한 이야기
어느 아주머니의 인생사 이야기다.
그녀는 남편이 사업실패로 거액의 빚을 지고 세상을 떠나자 마지못해 생계를 위해 보험회사애 일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동안 집안에서 살림만 하던 여자가 그 험한 보험 일을 한다는 게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학교에 다니는 딸만 아니면 하루에 수십 번도 하던 일을 그만 두고 싶을 정도로 힘겨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추운 겨울날이었다. 거액의 보험을 들어준다는 어느 홀아비 집에 방문했던 아주머니는 그만 큰 봉변을 당할 뻔했다.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 그녀는 근처에 어느 한적한 공원으로 피신을 했다. 사는 게 너무 힘들고 서러워서 자살까지 생각하며 한참을 목놓아 울었다.
그때였다. 누군가 그녀의 앞으로 조용히 다가왔다.손수레를 끌고다니며 공원에서 커피와 음료수를 파는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아주머니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하다가 갑자기 손수레에서 꿀차 하나를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따뜻한 물을 부어 몇 번 휘휘 젓더니 아주머니 손에 살며시 쥐어 주며 빙그레 웃었다. 마치 방금 전에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다 알기라도 한다는 듯한 표정으로.
비록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지만, 할머니의 그 따스한 미소는 그녀에게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큰 힘이 되었다.
아침까지 굶고 나와서 너무나도 춥고 배고팠던 그녀는 할머니의 따뜻한 정에 깊이 감동하면서 눈물로 꿀차를 마셨다. 그리고는 힘을 얻어 다시 일터로 나갔다.
그 후 몇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가을날이었다. 공원에서 차를 팔고 돌아 가던 할머니가 오토바이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수술이 무사히 끝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뺑소니 사고였기 때문에 할머니는 한 푼도 보상을 받지 못했다. 퇴원하는 날이 가까워 오면서 할머니는 거액의 수술비와 병원비 때문에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할머니의 딸이 퇴원수속을 위해 원무과로 찾아 갔을 때였다. 원무과 여직원은 할머니의 딸에게 병원비 계산서 대신 쪽지 하나를 건네주었다.
그 쪽지에는 이렇게 쓰였다.
수술비+입원비+약값+기타비용 총액 = 꿀차 한 잔
할머니의 딸이 놀라서 두 눈을 크게 뜨며 놀래자 서무과 여직원은 빙그레 웃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5년 전 자살을 생각했다가 꿀차 한 잔에 다시 용기를 얻고 지금은 보험왕이 된 어떤 여자분이 이미 지불하였습니다. 그 분이 바로 저의 어머니입니다."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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