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천사 할머니
얼굴이 문드러지고 손발이 잘려나가는 가장 끔찍한 병, 한센병 사람들은 한센인을 신조차 버렸다 하여 가까이하려 하지 않았다.
소록도에 그들을 가둬놓고 사람들에게 가까이 오지 못하록 통제했다.
어린 사슴을 닮았다고 하여 '소록도'라 부른 전남 고흥의 외딴 섬은 1916년 한센병 환자들을 격리하면서 저주의 섬이 되었다.
그때, 지구 반대편 오스트리아에서 소록도를 찾은 두 천사. 마리안느 스퇴거와 마가렛 피사레크 수녀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국립간호학교 출신인 두 수녀는 기숙사 룸메이트였다.
1959년 마리안느 수녀가 소록도에 첫발을 디딘 3년 후인 1962년 마가렛 수녀가 소록도를 찾았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이 꺼리던 한센인을 고국 오스트리아 구호단체에 의약품 지원도 요청하며 마음의 상처까지 치료해 줬다.
환자들이 말리는데도 약을 꼼꼼히 발라야 한다며 장갑도 끼지 않고 상처를 만졌다. 오후엔 손수 죽을 쑤고 과자도 구워서 바구니에 담아 들고 마을을 돌았다.
소록도 사람들은 전라도 사투리에 한글까지 깨친 두 수녀를 '할매'라고 불렀다. 꽃다운 20대부터 수천 환자의 손과 발이 되어 살아왔는데, 지금은 여든 할머니가 됐다.
숨어서 어루만지는 손의 기적과, 보이는 선행 또한 조심스러워 하여 두 사람은 상이나 인터뷰를 번번이 물리쳤지만, 오스트리아 정부 훈장은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가 섬까지 찾아와서 어쩔 수 없이 받았다고 한다.
병원 측이 마련한 회갑잔치마저 '기도하러 간다'며 피했다. 두 수녀는 본국 수녀회가 보내오는 생활비까지 환자들 우유와 간식비, 그리고 성한 몸이 돼 떠나는 사람들의 노자로 나눠줬다.
또 한센인 자녀를 위한 유아원을 운영하는 등 보육과 자활정착사업에도 헌신하였다. 그랬던 두 수녀가 고령으로 인해 더는 봉사할 수 없게 되자 지난 2005년 40여 년간 머물렀던 소록도를 편지 한 장만 남긴 채 떠났다.
두 수녀의 귀향길에는 소록도에 올 때 가져왔던 해진 가방 한 개만 들렸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게 되어 떠납니다. 이곳에 부담을 주기 전에 떠나야 한다고 동료들에게 이야기해 왔는데, 이제 그 말을 실천할 때라 생각했습니다. 부족한 외국인으로서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아 감사하며 저희의 부족함으로 마음 아프게 해드렸던 일에 대해 용서를 빕니다.'
한센병 환우들의 아픔이 서린 섬을 희망의 섬으로 바꿔놓은 두 수녀. 상처로 얼룩진 사람들을 진정한 사랑으로 보살핀 하늘에서 보내준 천사였다.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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