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눈
박 종 국
너른 자리에서 열두살 애띤 소년이 말했습니다.
"난 크면 우리 할머니랑 똑같은 안경을 쓸 거예요. 우리 할머니는 그 누구보다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잘 보시거든요.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의 나쁜 점을 봐도 할머니는 좋은 점을 보신단 말이에요. 어떻게 좋은 점을 잘 보시느냐고 여쭤봤더니, 글쎄, 할머니는 나이가 들면서 그렇게 세상 보는 법을 배웠다고 하셨어하셨어요. 그러니까 저도 나이가 들면 할머니랑 똑같은 안경을 쓰고 싶어요. 그 안경을 쓰면 나도 다른 사람의 좋은 점만 볼 테니까요."
우리 모두 소년의 할머니와 같은 안경을 쓴다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게 보일까요. 내가 다른 사람한테서 좋은 점을 찾고, 그도 내게 좋은 점을 찾는다면, 날마다 즐겁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달콤한 꿀을 찾는 벌새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썩고 추한 먹이만 찾는 말동가리새처럼 될 때가 많습니다. 끝없는 욕망 때문에 그러합니다. 항상 사람을 좋게 보는 할머니의 눈을 배워야겠습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욱.
내게 단 한 사람, 그를 만나면 너무 좋아서 가슴이 저려옵니다. 만나도 별스런 이야기 나누지 않습니다. 그래도 서로의 속내를 환히 들여다봅니다. 사람 만나는 일이 이처럼 좋기만하다면 그 무엇에도 얼굴 붉히고, 목청 돋궈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그는 두고두고 내 인생의 준열한 멘토입니다.
어느 스님이 이렇게 법문하셨습니다.
"산문(山門)에 살다보면 애처럽게 울어대는 풀벌레 한 마리한테도 애절한 사랑을 배운다고."
그렇습니다. 날마다 애써 사랑하며 살아도 짧은 세월입니다. 때문에 같잖은 일들로 서로 마음을 아프게 할 까닭이 없습니다. 하찮은 일이라도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넓게 가지면 세상은 아름다운 꽃밭입니다.
좀 더 느긋한 혜안이 필요한 때입니다. 더불어 세상 사람들이 한 하늘을 우러른다면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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