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구상에서 사라질 첫번째 나라
박 종 국
영국 옥스퍼드 인구문제연구소가 예측한 ‘지구상에서 제일 먼저 사라질 나라’는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서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없어질 도시라고 예측한 곳은 부산이다. 2400년 부산에서는 도시 기능이 남은 경기권으로의 인구탈출 행렬이 일어나며, 2413년엔 부산의 마지막 출생자가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예측이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 아이들의 웃음이 사라지는 걸 쉽게 본다. 우리보다 앞서 청년이 갑자기 줄어 든 나라는 바로 일본이다. 일본 도쿄도 다마시현의 대규모 아파트단지 밀집지역. 1980년 중산층의 보금자리였던 이곳은 도쿄 출퇴근자로 가득했다. 그러나 현재는 12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도시를 빠져나갔다. 도시가 고령화되면서 새로 입주하는 사람이 없다. 그러다보니 도시의 온기가 사라지면서 상점 대부분이 도시를 떠나는 등 머지않아 슬럼화가 예상된다. 이것이 일본의 인구병이다.
미래학자들은 오래지 않아 한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첫번째 나라라고 단정했다. 그 주된 이유가 뭘까?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하루 앞선 가족계획 십년 앞선 생활안전’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뜬금없이 무슨 가족계획구호냐?그러나, 이는 1970년대 국가 시책이자 가족계획사업에 채택된 구호였다. 구호 뒤에 숨은 치열한 노력이 얼마나 눈물겨웠던가. 전통적으로 자식 많은 게 ‘가문의 영광’이라고 여겼던 시대의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일제 말기에는 10명 이상의 자녀를 낳은 가정에 표창식을 거행하며 출산을 장려했다. 해방 뒤 이승만 정권도 다산 여성에 대한 표창을 계속했다. 그때만 해도 다산을 국가적으로 축하하고 독려했다. 그러나 5.16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권은 1962년부터 가족계획 사업을 국가 시책으로 실시했다. 그러다가 가족계획 사업은 1965년 전국의 모든 군에 보건소가 설치되면서 본격적으로 실시됐다.
그렇지만 가족계획 사업은 시행초기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마을마다 발품 팔아가며 가족계획을 홍보하고 지도했던 요원들은 마을 할아버지들의 지팡이 세례를 받고 쫓겨나야했다. 심지어 고루한 문중 노인들에게 붙들려 뭇매를 맞기 일쑤였다. 남아선호사상과 보수적인 분위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그 당시 여성들의 피임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1973년 남편이나 시부모 모르게 피임을 했던 여성이 57.4%나 됐었다는 통계다. 80년 중반만 해도 정관수술을 받으면 예비군 훈련을 면제해준다고 유혹했었다.
그런 눈물겨운 노력 덕분에 출산력은 1960년을 정점으로 해서 빠른 속도로 감소하다가 80년대 후반에는 재생산 수준 이하로까지 떨어졌다.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더욱 낮아졌다. 인구증가율로 보면, 60년대 초 3%였던 인구증가율은 90년대에 이르러 1%미만으로 감소했다. 출산율로는 1.6명까지 떨어졌다. 지구상에 국가시책으로서의 가족계획 사업을 채택한 나라는 인도와 파키스탄에 이어 한국이 세 번째다.
출산율 감소의 주요한 원인은 무엇일까. 물론 산업화로 대변되는 사회구조 변동 탓이다. 그렇지만, 2000년대에 이후, 자녀 교육이 출산을 억제하는 최대 요인으로 등장했다. 현재 여성의 평균 출산 연령은 32.2살이다. 더욱이 통계청 발표 자료를 보면 여성의 41.5%가 부정적인 결혼관을 가졌으며, 가임 적령기 여성이 결혼 자체를 기피하는 풍조도 한 요인이다.
이제까지 한국이 과도한 군사비 지출에도 경제성장이 가능했다. 그 이유는 사회복지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고 이를 가족 내 여성의 성역할 노동으로 대체했던 바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여성들은 이러한 이중 노동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현모양처’와 ‘커리어우먼’ 사이의 분열과 고통을 감수하지 않는다. 그들은 당당하다. 저출산은 그간의 성차별에 대한 여성들의 조용하지만 격렬한 저항이다. 보수적 가부장제 사회가 스스로 자충수를 두었던 결과다.
정상적인 두뇌를 가진 사람이라면 출산율 감소를 ‘재앙’이라고 단정하며, 출산율이 감소하는 이유에 주목한다. 그런데도 그 이유도 규명하지 않은 채, 출산율을 감소시키는 정책을 고집하면서, 출산율 감소를 재앙으로 보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 출산을 최대한 억제하는 요인은 자녀의 교육비다. 그렇듯이 작게는 사교육비, 크게는 대학입시 전쟁이 문제다. 무엇보다도 사교육비 문제가 출산율 저하의 주요 원인이다. 그런데도 나라의 인구가 감소하는 게 ‘재앙’ 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이러니다.
이제 전통적인 여성 억압의 기제였던 출산은 여성들의 저항의 무기가 됐다. 제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여성들의 정치적 선택이다. 더 이상 여성의 출산을 독려하는 구호는 불가능하다. 여성의 출산을 독려하는 일은, 올바르지 않은 인구증가 대책일 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받아들이기에 ‘불가능한 임무’다. 중요한 일은 여성들로 하여금 결혼이나 출산을 하지 않게 유도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내고, 인구문제를 보는 눈을 바로 돌려야한다.
더불어 노동자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야한다. 인종적, 성적, 연령적 다양성을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또한 과도한 사교육비와 처절한 대학입시 제도를 바로 잡아야한다. 그게 출산율을 저하시키는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구정책의 핵심은 청년정책이다. 청년 정책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돈도 많도 든다. 또한 정책을 실현할 때 동기부여가 눈에 보이지 않아 실행이 어렵다. 하지만 인구정책에 성공한 나라들을 보면 아주 오랫동안 꾸준히 청년정책을 추진했다는 점이 가장 큰 포인트였다.
|박종국또바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