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사 일기
시골 분교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했을 때 일입니다.
이렇게 외진 곳에 초등학교가 유지되는지 신기할 정도로 작은 시골 마을에서 교편을 잡았습니다.
맑은 공기와 인심 좋은 어르신들, 순수한 학생들과 함께하는 생활이 나쁜 건 아니지만, 결혼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아내를 두고 주말부부 생활을 하는 게 사실 고역이었습니다.
어느 날 모처럼 아내가 저를 만나러 온 날이었습니다. 기쁜 마음에 마을을 가로지르는 개천을 건너기 위해 징검다리 위를 서둘러 뛰었습니다. 마을에는 이미 튼튼한 콘크리트 다리가 놓였지만, 징검다리를 건너는 건 10여 분 정도의 거리를 단축하는 지름길입니다.
그런데 서둘러 징검다리를 건너던 중 아니나 다를까. 잘못 밟은 돌과 함께 그대로 미끄러져 버렸고, 저는 개천물에 다리가 빠져버렸습니다.
하지만 투덜거릴 시간도 아까워 사랑하는 아내에게 뛰어갔습니다. 아내는 젖은 저의 바지를 보고 사정을 듣더니 저를 나무라는 게 아닙니까?
“그래서 굴러가 버린 징검다리 돌은 원상복구 하셨어요?”
아내의 지적에 저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가르치는 학생들도 사용하는 징검다리 아닌가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당신이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다시 가서 제대로 해 놓고 오세요.”
그 당시에는 아내의 말이 무척이나 섭섭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희 부족한 생각을 채워주는 아내땜에 오늘도 저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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